저자: 나진규

등록일자: 2007-05-06

이 곡은 18개의 ‘라이프치히 코랄’(Die Orgelchoräle aus der Leipziger Originalhandschrift, BWV 651-668) 중 첫 번째 곡으로, 제목은 ‘오소서 성령이여에 기초한 판타지아’(Fantasia super Komm Heiliger Geist)라고 표기되어 있다. 이 곡의 기초가 되는 코랄은 비텐베르크(1524)에서 출판된 15세기의 선율과 라틴어 안티폰 ‘Veni sancte spiritus’(오소서 성령이여)를 독일어로 번역한 제1절과 루터에 의해 쓰여진 제2, 3절의 가사(1524)로 되어 있다. 코랄의 가사는 성령이여 와서 믿는 자들의 마음을 은혜로 채워 주를 찬양하게 해달라는 내용으로 되어 있다(1절).

이 곡은 F장조의 4/4박자에 기초하며, 총 106마디로 이루어졌다. 전체는 4성부로 쓰여졌으며, 코랄의 고정선율은 페달에 위치하고, 특별한 변화 없이 나타난다. 고정선율의 형식(aa)에 따라 전체는 크게 두 부분으로 나누어진다(마디 1-52, 53-106). 처음 7마디는 고정선율 없이 전주처럼 나타난다. 이곳에서는 페달이 긴 오르간지속음(F)을 연주하며 뒤따르는 고정선율을 준비한다. 이 오르간지속음 위에서 건반성부들은 분산화성적인 16분음선율을 모방적으로 연주한다(알토-테너-소프라노). 이 분산화성적 선율 안에는 뒤이어 등장할 코랄 첫 행의 음들이 장식음들 사이에 숨겨져 있다. 마디 8이하의 고정선율은 행 단위로 연주되는데, 행들 사이에는 손건반으로만 연주되는 연결구가 삽입되어 있다. 연결구의 길이는 1마디에서부터 9마디까지 다양하다. 마디 26, 49, 69이하에서는 3도로 병진행하는 새로운 반주모티브(♪♫)가 등장해 전체적인 연결구진행에 변화를 준다. 이 리듬적 모티브는 마디 98이하에서도 등장하는데, 인상적인 것은 보다 많은 성부가 이 모티브를 연주하며 음악적 긴장을 고조시킨다는 것이다. 마디 99에서는 손 건반의 성부수가 심지어 5성부까지 늘어난다. 마디 101이하(‘할렐루야’)는 코다처럼 작용해 이 곡의 전주(마디 1-7)와 함께 곡 전체를 통일시키는 역할을 담당한다. 이전의 버전인 BWV 651a는 단지 절반의 고정선율만을 사용하며 이로 인해 규모면에서 훨씬 작다(48마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