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록
음악장르
나진규: 바흐의 「파싸칼리아와 푸가 c단조」(BWV 582) 연구 [Bach, Passacaglia und Fuge, BWV…
5,322회
나진규

저자: 나진규

등록일자 : 초기자료


나진규: 바흐의 「파싸칼리아와 푸가 c단조」(BWV 582) 연구

[Bach,  Passacaglia und Fuge, BWV 582]

 

음악과 민족 제31, 2006, 91-116

 

I. 시작하면서

 

파싸칼리아는 원래 스페인에서 음악하는 집단들의 행렬시 거리에서 사용된 3박자형의 기타노래였던 것으로 보인다. 이것이 17세기 초부터는 3/4박자의 느린 궁정춤으로, 그리고 나중에는 순수 기악곡으로 양식화되어, 3박자형의 주제가 전곡을 통하여 고집스럽게반복되는 오스티나토 변주곡으로 발전한 것이다. 파싸칼리아는 명칭 면에서 샤콘느와 자주 혼동되어 사용되는데, 이러한 것은 바흐 이전의 작곡가인 북스테후데나 파헬벨 등에게서 잘 살필 수 있다. 예로서 북스테후데의 프렐류드와 푸가, 샤콘느 C장조(BuxWV 137)의 샤콘느는 4마디로 이루어진 베이스주제가 8회 반복되어, 베이스주제가 18회 반복되는 그의 파싸칼리아 d단조(BuxWV 161)와 크게 다르지 않다. 그러나 바흐는 이 두 명칭을 명확히 구분하여 사용한다. , 그에게 있어서 파싸칼리아(, BWV 582)는 선율진행의 지속적인 반복을, 반면엔 샤콘느(, 무반주 바이올린 파르티타 제2, BWV 1004)는 화성진행의 지속적인 반복을 의미한다.

바흐의 c단조 작품에서처럼 파싸칼리아와 푸가가 하나의 작품으로 묶여지는 것은 음악사에서 매우 드물게 나타난다. 이러한 것은 예외적으로 헨델의 오라토리오 알렉산더 축제중의 한 커다란 환호성이 울리니”(Ein lauter Jubelruf erschallt)나 레거의 오르간을 위한 서주, 파싸칼리아, 그리고 푸가(op. 127), 또는 쇼스타코비치의 피아노곡 24개의 프렐류드와 푸가(op. 87) 중의 제12번 곡(g#단조) 등에서나 발견될 뿐이다. 이러한 곡들의 공통점은 파싸칼리아에서 쌓아진 음악적 긴장이 푸가에서 절정에 이르도록 구성되었다는 것이다.1) 바흐에게 음악적 영향을 많이 주었던 북스테후데도 그의 오르간곡(BuxWV 137)에서 오스티나토적인 변주곡을 푸가와 결합시키는데, 단지 그는 푸가를 변주곡인 샤콘느 앞에 위치시켜 푸가에서 쌓아진 음악적 긴장을 샤콘느에서 절정에 이르도록 한다. 바흐의 파사칼리아가 북스테후데나 이전의 작곡가들의 작품과 다른 점은 첫째, 푸가가 파사칼리아에 중단 없이 이어진다는 것과, 둘째 푸가의 테마가 파사칼리아의 테마를 사용하여 두 장르가 분리될 수 없는 하나의 통일체를 이룬다는 것이다.

본 논문에서는 바흐의 파싸칼리아 작품인 c단조(BWV 582)를 대상으로 하여 이 곡의 구성상태를 순수하게 음악적인 관점에서 관찰하고자 한다. , 테마와 총 20개의 변주로 이루어진 파싸칼리아가 어떠한 구조로 되어 있는지, 예로서 테마제시가 일반적인 오스티나토 테마와 비교해 어떠한 특징을 가지고 있으며, 변주들은 어떠한 식으로 배치되고 묶여지는지, 그리고 변주들은 상호간에 어떠한 형식적인 공통점과 상이점을 가지는지를 살펴보고자 한다. 푸가의 음악적 구조와 내용도 자세히 관찰될 것인데, 푸가가 위에서 언급된 파싸칼리아와 어떠한 음악적 상관관계를 가지는지, 그리고 푸가자체의 음악구조(성부위치나 조성사용에 따른 테마전개나 테마의 대성부 겸 연결구적 소재로서의 대선율 사용, 그리고 단락별 성부수와 관련된 음악적 긴장관계 등)는 어떠한지가 중점적으로 관찰될 것이다. 관찰방식으로는 주로 항목에 따라 살펴보는 카테고리적 분석방법이 적용될 것이며, 본론에서 관찰된 것들은 결론에서 간략하게 종합될 것이다. 구체적인 관찰에 앞서 작품에 대한 간단한 소개를 하면 다음과 같다.

 

II. 바흐의 파싸칼리아와 푸가(BWV 582)에 대하여

 

c단조 작품은 바흐가 파싸칼리아란 명칭으로 작곡한 유일한 곡이다.2) 페터스 판의 출판을 위해 사용되었던 이 곡의 자필보는 1800년대 중엽 이후 사라져 현재는 그 존재를 알 수 없다. 이 작품의 탄생시기는 초기 바이마르시기인 1708-12년경이나3) 후기 바이마르시기인 1716년경4), 또는 심지어 라이프찌히시기까지5) 다양하게 추측되나, 바흐의 대부분의 오르간작품들에서처럼 정확히는 알 수 없다. 호프만(G. Hoffmann)은 바흐와 프랑스의 유명한 오르가니스트였던 마르샹(L. Marchand) 사이에 열릴 뻔하였던 1717년의 연주시합을 이 파싸칼리아의 탄생과 관련시키는데, 이러한 추측에는 바흐가 파싸칼리아 테마의 일부를 프랑스 작곡가인 앙드레 레송(A. Raison)의 파싸칼리아에서 취한 것이 크게 작용한 것이 아닌가 생각된다.6) 하지만 이 곡이 정말 그 연주시합을 위해 쓰여졌는지는 확실치 않다.

이 작품과 관련하여 한가지 더 논란이 되는 것은 이 곡의 악기편성이다. 필사본들에 따르면 이 곡은 쳄발로나 오르간(Cembalo ossia Ornano)을 위해 작곡된 것으로 되어 있다. , 처음부터 오르간만을 위해 작곡된 것은 아니라는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곡은 오늘날 대부분 오르간으로 연주되는데, 이는 이 곡의 음향적 특성이 페달쳄발로보다는 오르간에 훨씬 가깝기 때문으로 보인다. 슈바이처(A. Schweitzer)도 이 곡이 일차적으로는 페달쳄발로를 위해 작곡되었다고 하면서도 작품의 구조상 오르간에 훨씬 적합하다고 주장한다. 그 때문에 어떻게 감히 이것이 현악기적 특성을 가진 쳄발로에 의해 연주될 수 있었는지 이해하기 힘들다고 말한다.7) 여기에는 푸가의 후반부에 등장하는 오르간지속음들(, 마디 101-102, 107-109, 123-124)이 비록 길이에서 짧고 일부는 트릴로 연주된다 할지라도 페달쳄발로보다는 오르간에 훨씬 잘 어울린다는 점도 한 몫 하는 것으로 여겨진다. 이와는 별개로 베르너-옌센은 이 곡이 비록 페달쳄발로를 위해 우선적으로 작곡되었다 하더라도 그것이 현재 오르간작품의 하나로 크게 인정받고 있는 상황에서는 이러한 현재적 가치를 축소하지는 못할 것이라고 말한다.8)

이 곡은 창작된 후에 지금까지 여러 사람에 의해 편곡되었는데, 예로서 레스피기(O. Respighi, 1930)나 스토코브스키(L. Stokowski), 또는 오르만디(E. Ormandy)에 의해 관현악 곡으로 편곡된 것이나, 아니면 켈러(H. Keller)에 의해 두 대의 피아노 곡(1909)으로 편곡된 것을 들 수 있다. 이 곡이 이처럼 주로 관현악을 위해 편곡된 것은 그것이 그만큼 다양한 음향적인 특성을 가지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리고 그것은 이 작품이 처음부터 오케스트라적 악기라 할 수 있는 오르간의 특성에 보다 잘 맞게 구상되었다는 것과도 연관된다. 켈러가 이 곡을 두 대의 피아노를 위해 편곡하였다면, 그것은 이러한 음향적 특성을 무시해서가 아니라 단지 피아노연주자들에게도 이 작품을 접할 수 있는 기회를 주기 위한 것이었다고 한다. 이는 오르간의 음향적우월성(Überlegenheit)이 쳄발로에서의 연주가 단지 이상한 느낌만 줄 정도로 그렇게 대단히 크다”9)라는 그 자신의 말에서도 잘 알 수 있다. 문제는 이 곡의 오르간적인 음향적 특성이 작품자체에서 얼마나 구체적으로 나타나느냐 하는 것인데, 이는 본 논문의 성격상 다음 기회에 다루어질 것이다.

 

III. 파싸칼리아의 악곡분석

 

1. 테마

 

a) 테마의 특징들

북스테후데의 d단조 파싸칼리아나 파헬벨의 오스티나토적 변주곡들(, f단조 샤콘느)은 변주 전의 테마제시에서 베이스의 테마선율을 반주적 건반성부들과 함께 다성부로 연주하는 반면, 바흐의 파싸칼리아는 반주성부들 없이 페달테마만을 단성부로 연주한다. 이에 따라 테마제시에서는 테마선율이 어떤 화성들에 기초하는지 정확히 알 수 없다. 그것들은 이후의 변주들에서야 확인되는데, 중요한 것은 테마선율의 화성화가 생각보다 단순한 형태를 띤다는 것이다. , 주요 3화음(cfG)만이 사용되며, 선율의 c음과 eb음은 토닉으로, g음과 bb음 그리고 d음은 도미난트로, 그리고 f음과 ab음은 섭도미난트로 화성화 된다는 것이다. 그리고 이러한 단순한 화성화는 변주들 내내 거의 예외 없이 유지된다는 것이다. 이 외에도 바흐의 파싸칼리아 테마는 총 8마디로 이루어졌는데, 이러한 커다란 규모는 퍼셀(H. Purcell, 1659-1695)F장조 샤콘느와 같은 일부 작품을 제외하고는 바흐 이전에는 거의 찾아볼 수 없다. 오스티나토 테마에 기초한 북스테후데의 3개의 파싸칼리아(그 중 2개는 샤콘느라고 지칭됨)와 파헬벨의 유명한 d단조와 f단조 작품(역시 샤콘느라 지칭됨)은 모두 단순한 4마디의 테마를 가진다. 또한 바흐의 파싸칼리아 테마는 C음에서 ab음까지 거의 두 옥타브에 이르는 넓은 음역을 가지는데, 이것도 이전의 작곡가들에서는 거의 찾아볼 수 없는 것이다(버드파헬벨북스테후데 등의 오스티나토적 테마는 보통 한 옥타브로 이루어짐).

 

b) 테마의 구조

바흐의 파싸칼리아 테마는 명확히 두 부분으로 나누어져, 전반부(마디 4g음까지)는 이미 언급된 바와 같이 프랑스 작곡가 레송(André Raison, 1650-1720)의 테마(Trio en Passacaille)로부터 인용된 것이며10), 후반부는 바흐에 의해 창작된 것이다(악보 예). 


 

977803507_1519289369.9324.jpg


레송의 것을 인용한 전반부는 도약적인 음들로 시작해(c-g-eb) 순차적으로 상행한 후(f-g-ab) 반종지(f-g)로 종결되는 반면, 바흐자신의 선율로 이루어진 후반부는 앞서간 레송의 선율형태(g-ab, f-g)를 모방하여 하행적으로 이동반복시킨 후(d-eb, B-c, F-G) 완전종지(C)로 종결되는 형태를 취한다. , 상이한 작곡가들에 의해 쓰여진 두 테마부분은 하나의 짜임새 있는 통일적인 선율로 결합되는 것이다. 이는 마지막의 5도 하행도약이 처음의 5도 상행도약과 선율적으로 관련되는 것에서도 알 수 있다. 전반부가 다양한 선율진행 안에서 보다 발전적 성격을 띤다면, 후반부는 일관적인 선율진행 안에서 보다 마감적 성격을 띤다. 테마가 한편으로 6도 음정 안에서 짧게 상행한 후에 13도 음정 안에서 길게 하행하는 것을 통해 비대칭적인 선율구조를 보인다면, 다른 한편으로는 4분음표와 2분음펴의 지속적인 반복을 통해 하나의 통일적인 리듬구조를 보인다. 단지 마디 7에서만은 예외적으로 온음(

목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