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자: 한국음악연구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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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논||캐논 [canon||Kanon]
(1)그리스인들은 모노코드 악기를 "카논"이라 했는데, 이 악기가 음을 얻어내는 "기준"이나 "법칙"이 된다하여 그렇게 이름했다. 모노코드는 수학적 규칙에 따라 하나(모노)의 현을 여러 부분으로 나누어 음들을 얻어낼 수 있게 한다. 이는 피타고라스 조율법에 의거하여 얻어낸다. 피타고라스가 "카논적 사람"(canonicus)이라는 이름을 갖는 것은 이 때문이다.
(2)그리스의 비잔틴 교회에서는 교회서 기준적 또는 모범적인 찬가(그.ode)를 "카논"이라 이름했다. 이 찬가들은 7-8세기의 콘타키온의 형식으로 모두 9개 또는 8개로 되어 있으며, 모두 성서에 있는 가사인 칸티쿰(해당 항목 참조)을 내용으로 하고 있다. 칸티쿰들은 출애굽기 15: 1-19, 신명기 32:1-43, 사무엘상 2:1-10, 하박국 2: 2-19, 이사야 26: 9-19, 요나 2:2-9, 다니엘 2: 26-45, 52-56, 다니엘 3:57-88, 누가1: 46-55, 68-79.
(3)서양음악에서는 작곡기법 또는 장르의 명칭이다. 카논은 하나의 선율을 일정하게 구분지어 부분들을 형성하게 하고 이 부분들을 여러 성부가 순번을 정해 돌려가며 노래할 때에 자체적으로 화성을 형성한다("엄격 카논", 한국어 번역: 돌림노래). 카논은 2-6성부로 많이 쓰여졌으나 그 이상의 경우도 많이 있다.
역사상 최초의 카논은 13세기 역국에서 쓰여진 "여름"(Summer) 카논이다. 이 음악은 원래 로타(rota), 론델루스(Rondellus), 카치아(Caccia)와 같은 민속음악으로부터 나왔다. 이런 음악 중에는 푸가(fuga)라고 불리는 것도 있었으나, 이 용어는 이런 기법이 더 발전된 음악을 위해 나중에 달리 사용된다. 카논은 보통 카논에 속하지 않은 독립적 부분에 의해 끝나는 경우가 많다. 또한 끝나는 곳에서 앞으로 돌아가 계속 불리는 <순환카논>이 많이 있는데, 이 경우 모든 성부들이 시작한 멜로디 부분이 아닌 곳에서 끝나거나 약속이나 기호를 통해 마감한다.
15-16세기의 플랑들르 악파에서는 대단히 다양한 기법의 카논을 선보였다. 예를 들어 나중에 삽입되는 카논 선율이 2도, 3도, 4도 등 다른 음정에서 시작한다든지("나사형 카논"), 리듬적으로 다른 박자 기호(예: 제1성부: 2박자, 제2성부: 3박자)를 가지기도 하고, 또는 선율을 확대하거나 축소하기도 한다. 또한 카논 선율이 선율 전위(거울, 자리바꿈, 반행'反行'), 뒷걸음(게걸음, 역행'逆行'), 뒷걸음의 선율전위(거울게걸음, 역행자리바꿈, 역행회전'逆行回轉')할 수 있다. 이런 방식의 작곡기법은 20세기의 12음 기법에 차용되어 무조적으로 수용되었다. 아래 그림의 오른쪽 부분은 왼쪽과 똑같은 악보를 컴퓨터로 거꾸로 돌려 놓은 것이다.
멘수라 악보의 비율적 특징을 통해 카논은 한번 기록된 선율이 여러 가지 멘수라 기호(오늘날 말로 풀자면 "박자기호")를 통해 다양한 방식으로 여러 성부들에 의해 읽힐 수 있다(비율카논). 아래의 곡은 한번 기록된 것(초록색)이 네 개의 멘수라 기호(보라색)에 의해 각 성부들이 다른 음길이를 갖는다(빨간색). 이는 멘수라 기호가 같은 음표를 달리 읽게 하기 때문이다.
또한 시작하는 부분과 음정을 기록해 두지 않고, 이를 찾아내어 부르게 하는 "수수께끼 카논"도 있다. 이런 작곡방식은 음악과 수학의 관계를 철저하게 사고한 결과였으며, 이런 카논을 잘 만드는 사람은 그만큼 작곡능력이 뛰어난 것으로 평가받았다. 바하의 음악에서도 이런 다양한 카논적 작곡방식이 남아있다(골드베르크 변주곡, 음악정 헌정, 푸가의 기술, '저 높은 하늘로부터'의 카논적 변주곡) .
고전주의 시대에 카논은 오락적 성격이 강하다(하이든, 모차르트의 돌림노래). 20세기에 들어와서는 일부의 교회음악, 힌데미트, 쇤베르크(12음기법)의 음악에 수용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