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자: 나진규
등록일자: 2007-06-09
오 하나님의 무죄한 어린양이, 바흐 BWV 656
[Bach: O Lamm Gottes, unschuldig, BWV 656]
이 곡은 18개의 ‘라이프치히 코랄’(Die Orgelchoräle aus der Leipziger Originalhandschrift, BWV 651-668) 중 여섯 번째 곡으로, 위에 언급된 코랄에 기초한다. 고정선율로 쓰인 코랄은 고대교회의 선율에 라틴어 텍스트 ‘Agnus Dei’를 모델로 한 데치우스(Nikolaus Decius)의 가사(1522)에 기초한다. 코랄의 가사는 인간의 죄를 지고 십자가에서 죽임 당한 하나님의 어린양에게 자비와 평화를 달라고 비는 내용으로 되어 있다.
이 곡은 A장조의 3/2박자와 9/4박자에 기초하며, 총 152마디로 이루어졌다. 이 곡은 3부분으로 이루어졌으며, 각 부분에서는 코랄의 각 절이 편곡된다. 이들 절(Versus)은 중단 없이 일관작곡된다. 제1절(마디 1-55)과 2절(마디 56-103)은 손 건반에서만 3성부로 연주된다. 제1절에서는 고정선율이 소프라노에, 제2절에서는 알토에 위치한다. 제3절(마디 104-152)은 페달이 합쳐져 4성부로 이루어졌으며, 고정선율은 페달에 위치한다. 제1절과 2절에서는 고정선율이 약간 장식된 반면, 제3절에서는 장식 없이 나타난다(마디 136은 예외). 절수와 더불어 음악적 긴장은 고조되는데, 우선 제1절에서는 음역이 아직 낮은 상태를 유지해(최고음은 g'') 음악적 긴장은 그리 높지 않다. 그러나 제2절에서는 최상성부가 대선율로 바뀌면서 음역도 높아질 뿐만 아니라(최고음은 b'') 대성부들이 순차적인 진행보다는 도약적인 진행을 주로 해 음악적 긴장이 고조된다. 제3절에서는 건반성부의 박자가 바뀔 뿐만 아니라(9/4) 페달이 첨가되고 음역도 높아 음악적 긴장은 최고조로 끌어올려진다. 그러나 마디 135이하에서는 가사의 영향을 받아(“우리는 절망하였을 것이라”) 박자가 3/2박자로 회귀하고 선율도 탄식하듯 반음계적으로 하행한다. 마디 140이하에서는 건반성부들이 처음과 비슷한 선율진행을 하며 작품전체를 통일적으로 만든다. 이곳의 종지적 성격은 페달의 긴 오르간지속음(마디 144이하)에서 잘 관찰된다. 이전의 버전으로는 제3절이 9/4박자 대신 9/8박자를 사용하고 규모 면에서도 약간 작은 BWV 656a가 있다(146마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