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뷔시: 『목신의 오후 전주곡』(Prelude à l'Après-midi d'un faune)
관현악 작품 『목신의 오후 전주곡』은 드뷔시의 이름을 음악사상 대표적인 작곡가 가운데 하나로 올려놓았을 정도로 커다란 의미를 가진 곡으로 평가 받고 있다. 드뷔시는 이 곡을 상징파 시인인 스테판 말라르메(Stephane Mallarme, 1842-1898)의 시 「목신의 오후」를 토대로 1892-1894년에 작곡하였으며, 현대음악은 이 작품과 함께 잠에서 깨어났다고 삐에르 불레즈(Pierre Boulez)가 평한 것과 같이 새로운 음악적 양식을 보여주었다. 말하자면 이 작품의 시작부분에서 솔로로 연주되는 플루트의 멜로디로서 새로운 시대의 음악이 예고되었던 것이다. 이 작품의 초연은 1894년 12월 22일 파리의 살 다르쿠르(Salle d'Harcourt) 음악회에서 있었으며, 지휘는 스위스 출신의 작곡가 겸 지휘자였던 구스타프 도레(Guatave Doret)가 맡았다. 그리고 발레 작품으로서의 초연은 1912년 5월 29일 파리의 샤틀레 극장에서 니진스키의 안무로 개최되었다.
이 선율 이외에도 이 작품에서 찾을 수 있는 새로운 음악적 스타일은 다음과 같이 요약해 볼 수 있다. 장·단조 조성이라는 뿌리를 완전히 벗어나지 않으면서도 화성적 연관성이 곡의 구성을 위해 중요한 구속력을 갖지 않은 채 등장하는 선법적인 선율이 그것이다. 또한 주제의 전개에 있어 전통적인 논리적 발전을 배제하고, 주제를 두 번 반복한 후 장식을 이용해 확장하고 독립적 단편으로 분리하는 모습이 나타나며, 이러한 주제로부터 유추된 것들은 즉흥곡의 인상으로 전개된다. 그리고 섬세하고 색채적인 표현을 추구하는 관현악법이나 리듬이나 박자에 크게 얽매이지 않은 채 자유롭거나 불규칙적이기까지한 리듬 등이 그 예로 제시될 수 있다.
말라르메의 전원풍의 시를 자유롭게 회화적으로 표현한 드뷔시의 이 작품은 신화에 등장하는 반수반인의 목신이 가진 갖가지 욕망과 꿈을 표현하고 있다.
드뷔시의 『목신의 오후 전주곡』이 곡은 크게 세 부분으로 나누어볼 수 있다: 첫 번째 부분은 처음부터 제36째 마디까지, 두 번째 부분은 제37-78째 마디 그리고 세 번째 부분은 제79째 마디부터 끝까지로 구분 할 수 있다. 첫 번째 부분과 세 번째 부분은 이 곡의 처음에 플루트에 의해 제시되는 주제에 의한 변주의 모습을 가지고 있다. 이 주제 선율은 반음계에 의한 순차진행을 보이면서 아라베스크 풍의 모습을 보인다. 첫 번째 부분에서의 아라베스크 주제 변주의 유형은 다음과 같이 관현악법과 음악적 구성의 다양성을 통해 형성된다: 제1변주의 모습은 플루트에 의해 아라베스크 주제가 동일하게 제시되나, 화성적 뒷받침으로 변화를 주고 있다. 제2변주(마디 21-22), 제3변주(마디 23-25) 그리고 제4변주(마디 26-30)의 모습은 아라베스크 주제의 첫 번째 마디에 대한 변주의 연속적 연결이다. 이 연속적 변주는 12/8박자와 9/8박자의 교체가 그 중심에 있고, 하프의 3잇단음표의 분산화음형 또한 변화에 참여하였다. 제3변주는 제2변주를 장3도 아래서 반복하여 음정 변화를 통한 변주의 모습을 보여준다. 또한 이 세 개의 연속적 변주의 모습은 E장조의 강한 성격을 보여주고 있다. 제31째 마디에서 시작되는 제5변주는 음색적 변화(클라리넷으로 아라베스크 주제를 제시함으로)와 12/8박자와 3/4박자로의 변화에 의해 이루어진다.
『목신의 오후 전주곡』에서의 두 번째 부분은 두 개의 새로운 주제의 제시와 전개로 이루어져 있다. 제37마디에서 43째 마디에서 제2주제의 제시는 그것의 후반부(마디 38-39)를 중심으로 한 전개(마디 44-50) 그리고 종결부를 갖춘 커다란 한 부분을 형성한다. 제55-78째 마디는 또 다른 새로운 표정의 주제를 제시하고(마디 55-58), 관악기(마디 59-62)와 현악기(마디 63-66)가 교대로 그 주제를 담당하며 음색적 변화를 추구한다. 제67째 마디 이후는 앞에서 전개된 음악적 요소의 결합으로 전개한다.
이 곡의 세 번째 부분은 아라베스크 주제로의 재현의 모습으로 볼 수 있다. 그 재현은 변주의 형태로 이루어지는데 그 변주의 유형은 다음과 같다. 우선 제79-82째 마디에서 주제가 확대되는 모습을 보이다가, 제83-85째 마디에서 꾸밈음과 트릴을 사용한 새로운 변주가 나타나고, 이어서 제79째 마디에서의 선율을 반음 낮춘 변주 선율을 오보에가 음색적 변화를 보이며 연주한다(제86-89째 마디). 이 같은 음색적 변화는 이어서 잉글리쉬 호른에 의해 연결된 후 다시 제94째 마디부터 두 대의 플루트에 의해 아라베스크 주제가 재현된다. 제100째 마디부터 플루트와 첼로가 아라베스크 주제의 전반부를, 그리고 오보에가 그 후반부를 연주하며 음색의 변화되는 분위기를 연출한다. 그리고 곡의 후반부에는 하프가 먼저 연주를 시작하고 이어서 약음기를 낀 호른과 낮은 음역의 바이올린에 의한 아라베스크 주제가 제시되고 이어 플루트가 음을 생략하며 아라베스크 주제를 연주한다.
이 곡의 전체적 구성은 전통적 음악형식(변주곡, 소나타악장형식 그리고 세도막형식)의 혼합된 모습을 보여주며, 각 부분에서는 즉흥적이며 자유롭고 생동감 있는 분위기를 느낄 수 있다.
등록일자: 2005-06-04
차호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