팟사칼리아(이. passacaglia, 프. passecaille, 스. pasacalle, passacalle)
17-18세기에 스페인과 이태리를 중심으로 유행한 춤곡으로서, 샤콘느와 밀접한 관계에 있는 바로크 음악양식이다. 팟사칼리아는 원래 거리행렬에서 사용되었던 3박자의 기타노래였던 것이 17세기 초에 3/4박자의 느린 궁정춤으로 발전한 것으로 여겨진다. 기악음악에서 팟사칼리아는 샤콘느처럼 느린 3박자의 변주곡으로서, 4마디나 8마디의 지속적으로 반복되는 베이스모델(오스티나토)에 기초한다.
역사적으로 팟사칼리아는 17세기 초부터 아리아나 춤곡의 리토르넬로(전주, 간주, 후주)로 쓰였다. 1609년 페리(J. Peri)의 『여러가지 음악』(Le varie musiche)에는 4절로 된 아리아에서 리토르넬로처럼 사용된 팟사칼리아가 두번 나타난다. 그리고 이 팟사칼리아는 아리아 부분에서도 전조되어 나타난다.
팟사칼리아는 1650년경부터는 독립적인, 긴 기악작품들로 쓰여졌다(예, 파헬벨, 북스테후데, 바흐, 헨델). 바하의 오르간 팟사칼리아(BWV 582)는 대단히 유명한데, 그 테마는 앙드레 레종(André Raison, 1700년경)의 곡 Christe의 일부분을 따온 것이다.
18세기 중엽부터는 양식변화와 더불어 팟사칼리아의 중요성이 떨어진다. 바로크 시대의 팟사칼리아와 샤콘느는 그 구분이 뚜렷하지 않다. 그래서 여러 가지 해석이 존재하는데, 그 중에서 팟사칼리아가 오스티나토적 베이스를 갖는 반면(오스티나토가 간혹 다른 성부에 오기도 한다, 예, 바흐) 샤콘느는 정형화된 화성적 리듬에 기초한다는 해석이 가장 빈번하다. 또한 샤콘느에 비해 팟사칼리아가 단조조성과 보다 느린 템포를 선호한다는 주장도 있다. 이러한 해석은 주로 바흐의 사용법 또는 구별법(오르간을 위한 팟사칼리아와 무반주 바이올린을 위한 샤콘느)에서 출발한 것인데, 이를 바로크 전체의 음악에 적용하기는 무리가 있다. 이는 바로크의 작곡자들이나 음악학자들이 이 두 용어를 자주 혼용하여 쓰기 때문이다.
19세기 말부터는 팟사칼리아가 브람스, 레거 등에 의해 다시 작곡되기 시작하는데, 이러한 현상은 이후의 현대음악에서도 지속된다(쇤베르크, 베베른, 베르크, 힌데미트).
등록일자: 2005-05-25
나진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