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창악(新唱樂)
이 용어는 김동진(金東振)에 의한 것인데, 그가 말하는 <신창악>이란 -외면적으로 보아서- 판소리 음악의 선율이나 그와 유사한 선율을 만들어서 서양식 화성을 붙인 음악이다. 이 음악은 판소리의 오페라화의 과정에서 나온 것이다. <신창악>이라는 말의 의미는 '새로운 판소리' 정도로 풀이될 수 있지만 "창악"이라는 말은 단지 "판소리"만으로 이해되지 않고, 오히려 발성법을 강조하는 성격이 강하다. 여기에서 오해되지 말아야 할 것은 김동진이 말하는 발성은 전통적 판소리 창자의 창법이 아니라는 점이다. 신창악은 서양식 창법에 판소리의 음악적 특징들을 가미하여 노래한다. 그러니까 "창악"은 발성만을 말하는 것이 아니라, 음악적 형태를 가리키는 일면을 갖기도 한다. 신창악은 주로 서양 악기를 사용한다. 따라서 이 음악은 전통적인 판소리 음악에 서양음악적 옷을 입힌 것이라고 볼 수도 있고, 한국의 전통적 음악을 서양음악에 익숙한 사람들도 노래, 연주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한 음악이라고 말할 수 있다.
신창악은 김동진이 오페라 심청전을 작곡하는 가운데 나온 것이다. 그는 1983년에 쓴 『한국정신음악 신창악 연구』라는 글에서 40년 전부터 신창악을 해왔노라고 말하고 있다. 그는 신창악을 노래하는 데에는 발성이 가장 중요한 요건이라고 말한다. 그는 서양노래를 잘 부를 수 있는 발성훈련이 필요하고 한국말이 잘 들릴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말하며, 발성과 발음에서 "멋과 기교와 정신"이 표현된다고 본다. 그는 발음할 때에 "군음"을 많이 사용하라고 말한다. 예를 들어 "농부야"를 "노홍부야"라고 발음한다. 그는 음을 끌어내리고, 미끌어뜨리고, 떨면서 끌어내리는 것과, "몸 전체에서 나오는 액센트", "목을 떨지 않다가 떠는 것", "꺾는 목", "떠는 목", 농성(弄聲)의 발성들을 신창악의 특징으로 소개한다. 농성은 2도, 3도, 4도 간격으로 폭넓게 떠는 것을 두고 말한다. 이는 국악에서 <시김새>라는 총괄개념으로 얘기되는 것이다. 국악이론가들은 이 개념을 주로 '선율의 장식성'이라는 측면에서 말한다. 그런데 김동진의 '신창악'이라는 개념에서는 주로 창법의 측면에서 접근된다. 이렇게 상이한 관점에서 바라보는 하나의 현상은 이론화되기 쉽지 않은 어려움을 갖고 있다. 신창악의 음악적 특징들은 발성적인 면과 선율적인 면이 밀접하게 결합되어 있는 판소리의 특징들이다. 위에 거론한 사항뿐만 아니라 동물소리의 묘사, 귀신소리 효과, 특이한 장식적 선율도 판소리에서 볼 수 있는 것들인데, 이것도 모두 신창악의 특징이라고 김동진은 말한다.
신창악의 방향은 김동진이 중요하게 생각하는 자신의 음악적 방향을 가리킨다. 그는 20세기 음악적 기법들이 난무하는 가운데에서도 19세기식 서양 화성학의 바탕에 판소리음악의 특징들을 덧입혀서 음악을 만들었다. 그에게 중요한 것은 아마도 19세기냐 20세기냐가 아니었을 것으로 판단된다. 그는 청중들이 받아들일 수 있는 방향에서 민족적 전통을 이어가려고 한 것으로 보인다.
참고문헌. 김동진: "한국정신음악. 서양식 창법에 판소리 창법을 첨가하여 노래한다. 신창악 연구", 예술논문집 제22집, 예술원, 1983.; "가극 심청전", 재순악보출판사, 199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