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렐류드와 푸가 E♭장조(오르간), 바흐 BWV552
프렐류드와 푸가 E♭장조(St. Anne), BWV 552
이 프렐류드와 푸가는 1739년에 출판된 “클라비어 연습곡집 제3권”(Der dritte Teil der Klavierübung)의 처음과 마지막을 장식하는 곡이다. 프렐류드에 나타나는 3개의 대조적인 부분과 푸가에 사용되는 3개의 테마와 3부분 구조는 흔히 삼위일체신조를 상징한 것으로 간주된다. 전체적으로 이 곡은 화려한 축제적 성격을 띤다. 그리고 이 곡에 표시된 piano, forte지시들은 모두 작곡자에 의한 것이다.
프렐류드
프렐류드는 3개의 상이한 주제적 부분들(A, B, C)과 이것들의 변주로 이루어졌다. 첫 번째 테마적 부분(A)은 마디 1-32에 나타나는데, 주로 프랑스서곡적인 위엄 있는 붓점리듬으로 이루어졌다. 이 부분은 두개의 단락으로 세분화되고(마디 1-16, 17-32), 두 번째 단락은 마디 1의 주제모티브로 시작한다. 이 주제모티브는 마디 30에서도 회상되어 첫 번째 부분이 종결되어 가는 것을 암시한다. 이 부분은 후에 여러 번 변주된다(마디 51-70, 99-111, 175-205).
두 번째 테마적 부분(B)은 마디 32-50에서 나타나는데, 주선율은 소프라노성부에 위치하고, 다른 성부들은 반주처럼 사용되는 것이 특징이다. 이 부분 역시 두개의 단락으로 세분화되는데(마디 32-40, 41-50), 첫 번째 단락이 윗박적인 16분음형과 스타카토적인 4분음들의 반복으로 이루어졌다면, 두 번째 단락은 싱코페이션적인 리듬진행을 주된 특징으로 한다. 두 단락에서 반주성부들은 유사한 진행의 4분음들로 이루어졌다. 두 번째 부분 역시 이후에 한번 변주된다(마디 111-130).
세 번째 테마적 부분(C)은 마디 71-98에서 나타나며, 이때 페달은 완전히 휴식한다. 이 부분은 푸가토적 악곡으로서 음계적으로 하행했다 순차적으로 점차 상행하는 두 마디의 테마에 기초한다. 이 부분 역시 2개의 단락으로 세분화되며(마디 71-83, 84-98), 각 단락에서는 테마가 알토, 소프라노, 테너의 성부순서로 도입된다. 이 C부분은 이후에 한번 확대된 상태로 변주된다(마디 130-174).
위의 프렐류드를 3개의 테마적 부분을 중심으로 조성과 함께 배열하면 다음과 같다: A(E♭)-B(E♭)-A(B♭)-C(c)-A(A♭)-B(A♭)-C(E♭)-A(E♭). 즉, A부분은 주테마처럼 일정한 간격으로 반복되고, B와 C부분은 연속해서 또는 A부분과 교체되어 나타나는 것이다.
푸가
푸가는 위의 프렐류드처럼 3개의 테마적 부분으로 나누어지며(마디 1-36, 37-81. 82-117), 이것들은 박자적으로도 서로 구분된다(2/2, 6/4, 12/8). 특히 중간부분은 페달 없이 손건반들로만 연주되어 프렐류드의 중간부분(C부분)과 유사한 구조를 띤다. 전체는 5성부푸가로 이루어졌으며 3중푸가의 형태를 띤다.
각 부분을 보다 세부적으로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첫 번째 부분에서는 2분음들로 연주되는 두 마디단위의 테마가 테너, 베이스, 소프라노, 알토, 페달과 알토, 소프라노, 페달의 성부순서로 도입된다. 4분음들로 이루어진 대선율(마디 3-4의 테너)은 테마가 페달에 나올 때(마디 14이하)부터는 상당히 변형된 형태로 나타난다. 테마와 테마 사이를 잇는 연결구들은 주로 대선율 후반부의 선율을 모티브적 소재로 사용한다. 예로서 마디 16-17에서는 대선율의 후반부가 알토와 테너성부에서 이동반복되어 테마를 역행시킨 것과 같은 페달선율에 대립된다. 이러한 대선율의 모티브는 마디 18-19와 24-26 등에서도 관찰된다.
두 번째 부분에서는 하나의 새로운 테마가 제시된다. 이 테마는 연속적인 8분음들로 이루어졌으며, 이동반복하는 형태를 띤다. 테마는 페달을 제외한 성부들에서 여러 차례 도입되는데, 특히 인상적인 것은 그것이 종종 전위된 형태로 이동반복된다든지(마디 47-52, 64-67), 아니면 변형된 기본형상태로 도입된다든지 한다는 것이다(마디 53-63, 67-70).
세 번째 부분에서는 다시금 하나의 새로운 테마가 등장해(c'음으로 시작) 각 성부에 여러 차례 도입된다. 건반성부들만을 살펴보면, 위의 테마는 처음에는 아래성부에서 윗성부로 옮겨가는 식으로(마디 82이하), 중간에는 내성부와 외성부에 번갈아 등장하는 식으로(마디 93이하), 그리고 마지막에는 윗성부에서 아래성부로 이동하는 식으로 도입된다(마디 107이하). 페달에서는 테마가 긴 연결구 후에 한번 도입된다든지(마디 92-93) 아니면 연속해서 이동반복적으로 연주된다든지 한다(마디 104이하).
이 외에도 세 번째 부분에서는 첫 번째 부분의 테마가 페달에서 연속해서 나타난다든지(마디 93, 101, 108, 114이하) 아니면 두 번째 부분의 테마가 건반성부들의 패시지적인 진행에서 암시된다든지 하는 것을 통해 위에서 언급된 3중푸가의 구조를 보다 구체적으로 보여준다. 전체적으로 이 푸가는 테마적인 간결함과 리듬적인 다양함, 그리고 높은 음악적 표현력을 특징으로 하는 매우 독특한 작품이다.
등록일자: 2005-03-11, 수정일자: 2005-11-17
나진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