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복의 근원 하나님(새1 통1)
Praise God from whom all blessings flow
작사 : 토마스 켄(Thomas Ken, 1637~1711)
작곡 : 제네바 시편가, 1551
이스라엘 백성들은 하나님께 예배를 드리며 찬송할 때 그 첫머리나 끝에다 짤막한 송축 문구를 붙여 노래하곤 했는데, 이를 송영이라 한다. 구약성경의 시편에서도 “주를 찬송하라”를 뜻하는 히브리어 표현인 “할렐루야”가 자주 등장하는데, 이것이 바로 송영의 일종이다. 이러한 송영은 예로서 시편 104, 105, 111, 112, 113, 115, 117, 135, 146, 147, 149편 등에 나타나며, 신약에도 유사한 형태로 롬 16:27과 엡 3:21 등에 나타난다.
초대교회 때에도 송영 형태의 찬송이 예배 시에 불리었는데, 오늘과 같은 형태의 송영이 나타난 것은 3-4세기부터이다. 즉, 그 무렵에는 그리스도의 신성을 부인하는 아리우스 이단들에게 대항하기 위하여 성부, 성자, 성령을 찬양하고 강조하는 찬송을 열심히 불렀던 것이다.
위의 찬송 가사를 작시한 토마스 켄은 영국 국교회 주교로서, 1637년 7월 영국 허트포오드셔(Hertfordshire)주의 버크함프스티이드(Berkhampstead)라는 도시에서 태어났다. 그는 일찍 고아가 되었으며 이복 누나의 집에서 양육되었다. 그는 윈체스터대학을 졸업한 후 1662년에 국교회 목사가 되었다. 성격이 강직했고 신앙의 절도가 분명한 그는 자신의 신앙과 맞지 않는 그릇된 것에는 불굴의 투혼으로 대항했다고 한다. 1679년에 그는 찰스 II세의 궁정목사가 되었는데, 방탕한 왕의 행실을 바로 잡기 위해 많은 충언을 하였다고 한다. 찰스 II세는 그의 심한 충고에도 “그대가 짐의 나라에서 결함을 말해주는 유일한 사람”이라고 칭찬하였다고 한다. 1688년에 그는 영국 왕 제임스 II세의 “신교 자유선언”(The Declaration of Indulgence)에 서명하는 것을 거부하다가 투옥되었고 1691년에 석방되었다. 그 후 그는 전도와 명상으로 일관하다 1711년 3월 19일 월트숴(Wiltshire) 주의 롱리트(Longleat)에서 세상을 떠났다.
그가 윈체스터대학의 부목사로 있을 때 영국 내의 모든 대학들은 새로운 학문과 신학 이론 등으로 매우 소란스러웠으며, 특히 카톨릭과 영국국교와의 대결로 인해 예배의 경건미는 떨어지고 성경말씀에 대한 외경감은 엷어졌다고 한다. 이를 개탄한 켄 목사는 새벽이든 밤이든 하나님을 찬송하도록 학생들과 교수들에게 권면하였는데, 이러한 기회에 쓰여진 것이 위의 찬송이라고 한다. “만복의 근원 하나님, 온 백성 찬송 부르고…”로 시작되는 이 찬송은 3편의 기도회찬송(「아침찬송」,「저녁찬송」,「자정찬송」)의 마지막 절에 붙여진 송영이다.
이 찬송의 곡조는 부르주아(L. Bourgeois, c.1510-c.1561)에 의해 편집되어 1551년에 출판된 ‘제네바 시편가’에 수록되어 있다. 이 곡조는 원래 시편 134편에 붙여졌었으나, 1560년에 영국에서 시편 100편 가사에 붙여지면서 「올드 헌드레드(Old Hundredth)」라는 곡명을 얻게 되었다.
켄은 청빈한 생을 살다 74세의 나이로 세상을 떠났는데, 그가 남긴 것이라고는 낡은 기타 한 대와 한 필의 말뿐이었다고 한다. 그가 죽은 후 그의 시신은 그의 유언에 따라 그가 돌보던 교구의 가장 가난한 여섯 사람에 의해 운구되었고, 그의 영혼은 그를 아끼는 수많은 사람들의 찬송소리(“만복의 근원 하나님, 온 백성 찬송 드리고, 저 천사여 찬송하세. 찬송, 성부, 성자, 성령…아멘”) 속에서 하늘로 올라갔다고 한다. 한국찬송가집에서는 이 곡이 ‘찬숑가’(1908, 1장)에 처음 수록되었다.
(작품분석)
켄의 가사는 라틴어 송영(Gloria Patri)을 참고하여 만든 것으로, 매 행은 ‘찬양하라’(“Praise”)라는 단어로 시작한다. 제2-3행에서는 찬양하는 자를 나타내는 아래(“below”)에 있는 모든 창조물(“all creatures”, 제2행)과 찬양받는 자를 나타내는 위(“above”)에 계신 하늘의 주인(“heav’nly host”, 제3행)이 서로 대치된다. 마지막 행에서는 앞서 언급된 하나님(“God”, “Him”)이 성 삼위일체인 성부, 성자, 성령으로 보다 구체화된다.
이 곡을 선율적으로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우선 두마디단위의 프레이즈는 항상 윗박으로 시작한다. 이 윗박적 시작은 행마다 반복되는 첫 단어인 ‘찬양하라’와 잘 어울린다. 첫 번째와 두 번째 프레이즈에서는 윗박음이 뒤따르는 강박의 음과 동일하나, 세 번째와 네 번째 프레이즈에서는 서로 달라 곡의 성격이 후반부에서 변화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한국교회에서는 보통 두 번째 프레이즈의 첫 번째 강박음인 “백”을 한 음 높여 잘못 부르는데, 이 경우 위의 균형적인 선율구조는 깨진다. 전체 선율은 이 윗박과 관련한 음들을 제외하고는 지속적으로 동적인 성격을 띤다.
이 곡의 주요 모티브로는 마디 1의 순차적으로 하행하는 선율진행(a)과 마디 2의 순차적으로 상행하는 선율진행(b)을 들 수 있다. 이 두 선율진행은 하나의 도약음정을 통해 명확히 분리된다. 두 번째 프레이즈에서는 첫 번째 프레이즈가 위치를 이동해서 반복하는 가운데, (b)에 해당하는 음형이 4도 도약한 상태에서 전위된다(마디 4). 세 번째 프레이즈는 첫 번째 프레이즈의 변형으로 (a)음형의 첫머리가 순차적으로 상행하여, 전체적으로 물결치는 형태를 띤다. 음악적 절정은 마지막 프레이즈에 놓이는데, 이를 위해 선율은 최고음(eb’’)으로 시작하고, 분산화성적 형태의 연속적인 도약음들을 거쳐, 최고음보다 한 음 낮은 음(db’’)으로 시작해 하행하는 선율로 종결된다. 즉, 중간의 도약음들을 제외하면 마지막 프레이즈도 이 곡의 주된 성격처럼 순차적으로 움직이는 진행을 보이는 것이다. 단지 이 중간의 도약음들을 통해 마지막 프레이즈는 세 번째 프레이즈와는 정반대 모양의 물결모양을 이룬다.
제네바 시편가(1551)의 원 곡과 비교했을 때, 이 곡은 선율에서는 동일하나 리듬에서는 크게 차이를 보여, 원 곡보다 4마디가 적게 되어 있다.
등록일자: 2010. 2. 4
문영탁/나진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