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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명
불, 존 [Bull, Joh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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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곡(가)사전 한독음악학회


불, 존(Bull, John, 1562/1563경-1628)


- 1562/1563년경 영국의 올드 래드노어(Radnor)에서 출생한 것으로 추정됨.

- 1573년 헤리포드(Hereford) 대성당의 합창단에 입단함.

- 1574년 엘리자베스 I세(Elizabeth I)의 궁정 교회(Chapel Royal)의 어린이 합창단에 입단함.

- 1582년 헤리포드 대성당의 오르가니스트로, 1583년 같은 성당의 성가대장에 임명되어 활동함.

- 1586년 옥스포드(Oxford) 대학에서 ‘14년 동안 음악 분야를 수학’한 것이 인정되어 음악학사학위(B. Mus)를 받음.

- 1592년에는 캠브리지(Cambridge) 대학에서 음악박사학위(D. Mus)를 받음.

- 1597년 엘리자베스 1세의 추천으로 런던 그레샴 칼리지(Gresham College)의 음악분야 최초의 강사(Public Reader)로 임명됨.

- 이후 엘리자베스 1세와 제임스 1세(James I)의 통치 아래서 정식 왕실음악가는 아니었으나, 건반악기를 연주하고 돈을 받음.

- 1599년 여왕을 위해 오르간을 제작함. 이후 오르간 제작자로도 활동함.

- 1613년 간통문제로 인해 영국을 떠나 네덜란드 남부로 도망가서 알버트(Albert) 대공에게 고용됨. 영국 왕실에는 종교적인 이유로 망명했다고 전해짐.

- 1617년 벨기에 안트베르펜(Antwerpen) 대성당의 오르가니스트로 임명됨. 이후 죽을 때까지 벨기에에서 지냄.

- 1628년 3월 12/13일경에 벨기에 안트베르펜에서 사망.


르네상스 음악사에서 존 불의 이름이 언급되는 부분은 16세기에 두드러진 도약을 보인 기악 분야에서이다. 그는 버드(W. Byrd), 기본스(O. Gibbons) 등과 함께 16세기 영국 버지널리스트를 대표하는 작곡가 중에서도 가장 기교적으로 뛰어난 작곡가였다. 사실상 작곡가 불은 후대의 음악사가들에 의해 ‘16세기의 리스트(F. v. Liszt)’라고 불릴 만큼 당대 유명한 비르투오소였다. 하지만 이러한 평가와 함께 그가 단순한 비르투오소로 전락되는 면도 없지 않다. 그가 학위를 취득한 것으로 기록되어 있는 옥스포드 대학에 소장되어 있는, 1589년에 그려진 <불의 초상화>는 그가 어떠한 인물이라는 점을 잘 보여준다. 이 초상화는 26세 청년 불의 섬세하고 고상한 기품을 드러낸다. 동시에 예술작품을 창조해내는 자의 지적인 이미지도 엿보인다. 초상화에서 엿보이는 이러한 면들은 그의 음악에도 어느 정도 적용이 된다. 그의 작품들 중 많은 곡들은 단순히 화려한 기교를 선보이기 위한 곡들만 있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많은 작품들에서 불은 대위적인 복잡함을 즐길 줄 아는 사람이었다.

오늘날에도 그의 작품에 대한 진위문제는 논란이 되고 있다. 그의 이름을 음악사에 남기게 한 작품집인 ≪피츠윌리엄 버지널곡집≫(Fitzwilliam Virginal Book)의 토대가 되는 원전 중에서도 대영박물관(British Museum)에 소장된 원전들은 불의 제자인 메사우스(G. á Messaus)가 불의 유품에서 찾아낸 작품들을 토대로 만든 것이다. 그러나 메사우스는 불의 자료들을 주의깊게 다루지 않아서, ≪피츠윌리엄 버지널곡집≫에는 그의 곡들이 버드, 프레스코발디(G. Frescobaldi), 마크(G. d. Macque) 등의 작품과 섞이게 되었다. 하지만 지금까지의 연구결과 이 원전에 아무런 이름이 기록되지 않은 곡들은 대부분 불의 작품으로 추정되고 있다. 또한 그가 대륙으로 넘어가기 이전, 영국에 머무르던 시절의 작품들은 코신(B. Cosyn)에 의해서 수집되고 편찬되었는데, 이 과정에서도 역시 수정과 보완의 작업이 이루어졌기 때문에 어디까지가 불이 작업한 것인지 불확실한 경우가 많다.

그의 작품에 대한 비평판(critical edition)으로는 영국의 국가적인 사업으로 50년째 추진되고 있는 『무지카 브리태니카』(Musica Britannica, 1951-)의 제14권(1960, 2판: 1967, 3판: 2001)과 19권(1963, 개정판: 1969)을 들 수 있다. 그러나 『무지카 브리태니카』의 존 불 에디션이 만들어진지 40년이 지난 오늘날까지 『무지카 브리태니카』에 실린 불의 작품 중 몇몇 곡은 사실상 존 불의 것이 아닌 것으로 속속 드러나고 있을 정도로 작품 진위에 대한 논의는 계속될 전망이다. 이러한 어려움들로 인해 그의 작품 전반에 대한 평가는 매우 힘들다.

불에 대한 논의가 건반음악에 집중되어 있는 것은 불 자신이 훌륭한 버지널리스트이자 오르가니스트이기도 했지만, 그의 성악 작품이 매우 미비한 것에 비해 대부분의 작품이 건반음악 작품이기 때문이다. 또한 불은 엘리자베스 1세의 총애를 받는 건반연주자이기도 했으나 그의 작품 중 대다수는 전례용 기악곡들이다.

그의 전례용 작품들은 고정선율(cantus firmus)을 사용한다. 고정선율은 항상 가장 긴 음가(브레베, 세미브레베 등)로 되어 있어서 다른 성부들과 뚜렷하게 차별되며 청중한테도 명확한 선율로 인지된다. 한편 다른 성부에는 음형적인 구성의 대선율이 대개 2개 정도 배치된다. 또한 악기지정이 되어있지는 않지만, 베이스 성부의 긴 페달음이 있는 경우에는 이 곡이 오르간 곡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그 결과 성부들은 -베이스를 제외하고는- 19세기의 피아노 에튀드와 비슷한 구조를 보인다. ≪모든 사람의 구세주이신 그리스도여≫(Christe redemptor omnium), ≪오소서 세상의 구세주시여≫(Veni redemptor gentium)등의 곡에서 보이는 이러한 조직들은 튜더 왕조 시대의 작곡가들, 프레스톤(T. Preston), 페랑트, 탈리스(T. Talis) 등의 봉헌곡(Offertorium)과 비슷한 점이 많다. 또한 이러한 고정선율과 장식적 음형을 결합시키는 전통은 그의 스승인 블라이드만(J. Blitheman)에게서 온 것이기도 하다. 블라이드만과 함께 불의 작품에 큰 영향을 미친 또 다른 작곡가는 버드이다. 1597년 그레샴 칼리지의 취임강의에서 불은 자신이 모범으로 삼는 거장이 여전히 살아있으며, 그가 바로 버드라는 사실을 언급한 것으로 전해진다.

불은 12개의 ≪이름으로≫(In nomine)를 썼다. ≪이름으로≫는 영국 르네상스에서 특징적으로 쓰이는 정선율이다. 탈리스가 자신의 미사곡 ≪삼위일체 당신께 영광≫(Gloria tibi Trinitas)의 베네딕투스에서 “in nomine Domine”(주님의 이름으로)라는 가사 부분을 악기를 위해 편곡한 이후 많은 작곡가들이 같은 고정선율에 기초한 ≪이름으로≫를 썼다. 영국의 ≪이름으로≫ 전통에서도 불의 아홉 번째 ≪이름으로≫는 특별한 위치를 차지한다. 첫 번째로 그는 리듬적인 혁신을 가해 원래의 고정선율을 세미브레비스-세미브레비스-미니마-세미미니마(오늘날로 치면 온음표-온음표-2분음표-4분음표)로 구성했다. 따라서 음악은 4/4박자의 2마디, 3/4박자의 1마디, 총 11박이 된다. 그 다음, 이 불규칙한 박의 단위를 규칙적으로 반복하고, 마지막 섹션에서는 이 단위를 1.5배로 늘인다. 또한 정선율을 소프라노 성부에 두지 않고, 베이스에 두는 실험을 한다.

또한 순차상행 혹은 순차하행하는 헥사코드 ≪Ut re mi fa sol la≫에 기초한 작품도 3곡을 썼다. 이러한 유형의 작품도 당시 엘리자베스 시대의 버지널 작곡가들에게 유행하던 것이었다. 이 중 주목할 만한 작품은 ≪반음계적 헥사코드 Ut re mi fa sol la≫이다. 이 곡에서 불은 헥사코드 고정선율을 계속 다른 조로 이조시킨다. 그 결과 플랫(♭) 5개인 조와 샾(♯)이 5개인 조가 나란히 만나기도 한다. 이것을 놓고 학자들의 해석은 분분하다. 이 곡이 1555년 비첸티노(N. Vicentino)가 고안했었던 아르치쳄발로(arcicembalo)로 연주되었을 것이라는 주장이 있고(Lindley, 2001), 당시 영국에서 이미 평균율이 실험되고 있었을 가능성이 점쳐지기도 하고(Apel, 1972), 원래 건반악기로 연주가 불가능한 만큼 콘소트(Consort)로 연주되었을 것이라는 주장도 있다(Jeans & Neighbor, 2001).

불이 작곡한 15개의 판타지아는 곡에 따라 다양한 내용으로 구성되며, 여러 섹션으로 이루어져 버드의 판타지아와 비슷한 면을 보인다. 그러나 그가 버지널 음악의 정점을 보여준 것으로 평가받는 장르는 변주곡과 ‘파반느 가야르드’이다. 그가 쓴 변주곡 중에서도 ≪월싱엄≫(Walsingham) 변주곡은 ≪피츠윌리엄 버지널곡집≫에서도 제일 첫 번째 작품으로 수록된, 그의 작품 중 가장 유명한 것이다. 월싱엄은 런던으로부터 북서쪽으로 100마일 정도 떨어져 있는 매우 유명한 성모 마리아 성지이다. 불의 ≪월싱엄≫ 변주곡 이전에 버드는 “내가 월싱엄에 가고 있을 때”(As I was going to Walsingham)라는 유명한 선율을 토대로 일련의 변주곡을 작곡하였다. 그의 곡은 버드의 작품에 화답하여 버드와 같은 선율을 토대로 하는 30개의 변주곡들로 구성되었다. 그가 작곡한 이 변주곡들은 음악사에서 건반음악 테크닉의 새로운 장을 연 것으로 평가된다. 이 30개의 변주곡들에서 그는 더 이상 순차상행이나 하행 스케일과 현란한 꾸밈음에 의존하는 기교가 아닌, 완전히 새로운 구조로 이루어진 독창적인 건반테크닉을 선보인다. 가령, 제28변주곡에서는 불 이후 100년이 지나서야 스카를라티(D. Scarlatti)에 의해서 선보이는 양손교차 테크닉을 미리 보여주고 있다. ≪월싱엄≫ 변주곡에서 주제는 항상 맨 윗성부에서 등장하고, 매우 단순한 형태로 나타난다. 반면 변주곡의 왼손은 매우 현란한 기교를 펼친다. 이 기교들은 오늘날의 수준에서도 매우 놀라운 것이다.

불이 작곡한 ‘파반느 가야르드’는 그가 가장 예술적인 성취를 이룩한 장르이다. 각 곡에 붙은 형용사들은 이들 작품의 강한 개성을 드러내는 동시에, 이 곡들을 통해 그가 감정의 다양한 면을 표출한 것을 보여준다. 가령, ≪멜랑콜리한 파반느≫(Melancholy Paven), ≪트럼펫 파반느≫(Trumpet Paven), ≪파반느 신포니아≫(Paven Sinfoniae) 등의 작품에 붙어있는 형용사들은 이 장르의 표현적인 특징을 함축하고 있다. ≪트럼펫 파반느≫에서는 트럼펫이 완전4도의 배음을 이용하는 음향을 기반으로 하여 트럼펫의 음향을 모방하고, ≪멜랑콜리한 파반느≫는 오늘날의 단조로 되어있다. 또한 파반느와 가야르드의 관계에 있어서도 그는 대개 가야르드의 주제를 파반느로부터 끌어오는 동시에 리듬적인 면에 자유를 부여하는데, 이 점에서 영국 버지널작곡가들의 전통을 잇고 있다.


참고문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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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일자: 2010.8.5

[정이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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