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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사
김미옥: 무지카 엔키리아디스 [Musica enchiriadi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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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미옥
저자: 김미옥
등록일자: 2006-11-06

김미옥: 무지카 엔키리아디스 [Musica enchiriadis]

저자를 알 수 없는 중세의 음악이론서. 이 저서는 한때 훅크발드의 저서로 추정되기도 했다. 서양의 다성음악 발생에 관해 알려주는 9세기 중반의 음악 이론서이다. 오르가눔에 관해 자세하게 설명하는 최초의 이론서로도 유명하지만, 특이한 음조직, 선을 사용하는 다지아(dasia)악보, 비음계적인 음의 진행에 관한 설명도 이 책의 특이한 점이다. 

이 책은 모두 19장으로 되어 있으며, 전반부는 기본적인 음악과 수학의 용어, 단성부 성가의 기보, 교회선법 등을 다룬다. 수학적 비율이 모든 것을 지배한다는 고대의 전형적인 관념이 반영되어 있다. 후반부는 음정과 오르가눔을 논의한다. 

(1) 음정: 협화음정을 완전1, 4, 5, 8도로 보며(훅크발드의 『하모니의 체계』와는 약간 다르다), 2옥타브를 가장 큰 협화음정으로 취급한다. 그리고 이 가운데 완전4도를 가장 완전한 것으로 본다: 완전4도는 항상 테트라코드를 근본으로 한 같은 음정적 관계(온음-반음-온음)를 가지나, 5도는 반음의 위치가 변화하는데 따라 성격이 바뀌고, 옥타브도 역시 그와 같은 변화에 따라 증음정이 될 수 있다. 

(2) 음계, 음체계, 음역: 이 저서에 제시되어 있는 음역은 G〜c#11의 18음으로서 고대나 훅크발드의 것보다 위아래로 확장되어 있고, 중세에 유일하게 F#과 C#음이 음체계에 포함되어 있다: 즉, B, f1, c11음 대신 B♭, f#1, c#11음이 자리잡고 있다. 이런 음들이 음체계에 포함된 이유는 훅크발드를 통해 변형된 고대의 음계구조에서 한 걸음 더 진전했기 때문이다. 즉, 훅크발드처럼 d,e,f,g음을 이론적 음역의 핵심적인 테트라코드(‘finalis’)로 보며 나머지 테트라코드들도 이것의 음정패턴을 그대로 유지하고 있지만, 테트라코드 자체들은 연접되지 않고 처음으로 모두 분리형으로만 나타난다(맨 위의 2음은 테트라코드 체계에 해당 안 됨). 이 음체계에서의 반음들은 5도 관계의 병행 오르가눔에서 실제로 필요한 것들이기도 하다. 테트라코드의 이름들은 그 핵심적인 테트라코드를 기준으로 하여, ‘아래’ 또는 ‘위’ 등의 의미를 갖는 것으로 붙여져 있다. 

같은 음정패턴의 분리형 테트라코드들로 이루어진 음체계(무지카 엔키리아디스)
<이미지1>
(3) 교회선법: 선법의 이름이 도리아, 프리지아, 리디아까지 등장한다.

(4)오르가눔: 아직은 성가선율에 단순히 병진행하는 대선율이 붙여진 것에 불과하여('병행 오르가눔'), 진정한 의미에서의 다성음악이라고 말하기는 어렵다. 그러나 동시에 울리는 음정의 관계를 기본으로 하고, 또한 고정선율(라.cantus firmus)과 대선율이라는 개념을 도입시켰다는 점에서 중세대위법의 시작으로 볼 수도 있다. 초보적인 형태의 다성음악도 예로 제시된다.
『무지카 엔키리아디스』에서 보여주는 병행 오르가눔의 유형은 다음과 같다: 병진행하는 대선율(라.vox organalis: 오르가눔 성부)이 성가선율(vox principalis)의 완전4도 또는 5도 아래에서  중복된 것. 그리고 성부들이 이미 기계적인 병행에서 벗어나 시작과 끝이 1도로 모아지는 사진행과 반진행을 포함하고 있는 것도 있다. 그리고 이 모든 유형의 오르가눔에서 각 성부들은 각각 한 옥타브나  두 옥타브의 음정으로 다시 중복될 수 있어, 도합 여섯 성부까지의 오르가눔이 연주될 수 있음을 시사한다.
무지카 엔키리아디스의 음체계에서는 B♭과 f#1, c#11음의 출현으로 인해 완전5도 병행의 오르가눔이 완벽하게 진행될 수 있다(B♭↔ f, f#1 ↔ c#11 등). 그러나 완전5도보다 더 완전한 것으로 취급된 4도 음정의 병행은 문제를 일으킨다(B♭↔ e의 증4도 등). 시작과 끝이 모아지는 변형된 병행 오르가눔은 이런 문제를 해결하려는 시도에서 나온 것으로 보인다. 즉, 완전4도의 병행으로 진행하던 오르가눔 성부가 (주선율의 음과) 증4도를 만드는 위치에 오게 되면 그 직전에 진행을 멈추어 한 동안 같은 음을 연주하고, 그러는 동안 주선율은 오르가눔 성부 쪽으로 하행하여 1도를 만들면서 곡을 끝내는 것이다. 무지카 엔키리아디스 자체도 엄격한 병진행은 불협화음정을 초래하기 때문에 바람직하지 않다고 밝히고 있다. 

(5) 기보: 음높이만은 정확히 알 수 있는 다지아 기보법과 함께, 훅크발드에 의해 이미 선보인 바 있는 라틴어 알파벳의 문자기보법도 나타난다. 그러나 옥타브 위와 아래의 음들이 같은 문자로 등장하는 것은 처음이다. 즉, A〜a1음의 두 옥타브가 훅크발드의 저서에서는 A에서 P까지의 문자로 나열되어 있으나, 여기서는 A에서 G까지의 문자가 옥타브 단위로 반복되어 있다(아직 대문자/소문자 개념은 도입되어 있지 않으며, 모든 음에 다 제시되어 있지는 않다. 『무지카 엔키리아디스』의 음계에서 선보인 최저음 G는 다지아 기보법으로는 나타나나, 문자기보법에는 삭제되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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