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능화성학(도.Funktionstheorie, 영.theory of functions)
1. 기능화성학이란
기능화성학은 독일어로 ‘Funktionstheorie’라 하며, 음층화성학이라 일컬어지는 ‘Stufentheorie’에 대한 비교이론으로서 주로 거론된다. 두 이론 모두 다성음악의 화성분석과 표기를 위해 사용되는데, 음층화성학은 화성들이 조성의 음계 중 어느 단계에 기초하느냐에 따라 이를 I도, II도… 등으로 구분하는 반면, 기능화성학은 그러한 화성들이 어떠한 화성적 기능을 갖느냐에 따라 토닉, 섭도미난트 병행… 등으로 구분하는 것이다. 기능화성학이 19세기에 독일에서 체계화되었다면, 음층화성학은 바로크의 숫자저음을 계승하는 화성표기 시스템으로서 그보다 훨씬 오래된 역사를 갖고 있다. 또한 기능화성학이 현재 독일에서 사용되고 있는 이론이라면, 음층화성학은 독일을 제외한 나라들에서 사용되고 있는 이론이다. 한국에서도 일부 사항(예, 부3화성의 대리기능 등)을 제외하고는 음층화성학이 주로 사용된다.
우선 기능화성학을 한마디로 정의하면, 모든 화성진행을 주요 3화음인 토닉, 섭도미난트, 도미난트와 관계된 것으로 보는 것이다. 즉 7개의 음계화음들 가운데서 위의 3개의 화음이 조성을 대표한다. 이는 음계의 첫 번째 음을 중심으로 한 I도 화음과 그 위․아래로 5도 음정관계에 있는 V도와 IV도 화음인 것이다. 이 3개의 화성은 장조에서 장3도+완전5도로, 반면 단조에서는 단3도+완전5도로 이루어져 장조와 단조의 성격을 가장 분명히 드러내는 것으로 인식되었다. 또한 하나의 음계를 구성하는 7개의 음이 위의 3개 화음에 모두 내포되어 있어 이것들만 가지고도 하나의 조성을 충분히 표현할 수 있다는 점도 고려되었다. 이 3개 화음들은 조성적 기능에 따라 다양하게 불렸는데, I도는 해당조성의 ‘기본’을 이룬다는 의미에서 ‘토닉’으로, V도는 이끔음을 가지고 조성의 확립을 ‘주도해 나간다’는 의미에서 ‘도미난트’로, 그리고 이것들보다 자유로운 성격의 IV도는 5도 ‘아래의 도미난트’에 해당한다는 의미에서 ‘섭도미난트’로 칭해졌다.
음계의 다른 화음들은 비록 그것들이 복잡하고 반음계적인 형태를 띤다 할지라도 위의 3개 화음들 중의 하나가 변화된 것으로 취급되었다. 즉 그것들은 독립적인 기능을 가진 화음으로서가 아닌 토닉이나 도미난트 또는 섭도미난트 중의 하나를 대리하는 화성으로 취급되었던 것이다. 이것들이 어떤 화성을 대리하느냐 하는 것은 자신이 대리하고자 하는 화성들과 이것들이 얼마나 많은 음을 공유하고 있느냐와 밀접히 연관된다. 예를 들어 장조의 경우에 I도는 3도 아래의 VI도에 의해, V도는 III도에 의해, 그리고 IV도는 II도에 의해 각각 대리된다고 보았는데, 이는 이것들이 상호간에 2개의 공통음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이들 대리화성들은 주요 3화음과 단3도 관계를 유지하는 것을 통해 그것들의 병행화음으로 칭해졌다(Tp, Dp, Sp). 하지만 3도 위쪽의 화음 역시 3도 아래쪽의 화음과 마찬가지로 주요 삼화음과 각각 두 개의 음을 공유하는데, 이로 인해 I도는 III도에 의해, 그리고 IV도는 VI도에 의해 대리될 수 있다고 보았다. 단지 V도는 VII도에 의해 대리될 수 없다고 보았는데, 이는 VII도가 감3화성으로서 불협화음에 속하기 때문이었다. 3도 위의 대리화성들은 병행화성과 대립을 이룬다는 의미에서 ‘반병행화음’(Gegenparallelklang) 또는 주요화성의 근음이 2도 아래의 이끔음과 교체되었다는 의미에서 ‘이끔음교체화음’(Leittonwechselklang)이라 칭해졌다.
문제는 하나의 단3화음이 장조에서 두 가지 기능을 할 수 있느냐 하는 것인데, 여기에서 기능화성학의 한 중요한 특징이 나타난다. 즉, 개개의 화음은 음층화성학에서처럼 그것의 단계별 도수에 의해서 하나의 고립된 현상으로서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연속되는 화성진행 안에서 그때 그때마다의 ‘상황적인’ 기능에 따라 변화될 수 있다는 것이다. 즉, III도는 토닉의 대리화음으로나 도미난트의 대리화음으로 사용될 수 있는데, 둘 중 어떤 화음의 대리화음 기능이 강한지는 주변의 화성진행이나 구성음들 사이의 비중에 의해 결정된다는 것이다. 보다 구체적으로 예를 들자면, 단조의 VI도는 섭도미난트 병행화음이지만 그것이 도미난트 후에 거짓종지로 등장할 경우 토닉의 반병행화음으로 취급될 수 있다는 것이다. 반면에 장조에서 대부분의 III도는 I도의 반병행화음보다는 V도의 병행화음에 가까운데, 이는 그곳에 V도를 결정짓는 V도의 근음이 내포되어 있는 반면, I도를 결정짓는 I도의 근음은 내포되어 있지 않기 때문이다. 그러나 만약 III도 화성의 제5음이 이끔음적 기능을 전혀 하지 않을 경우, 그 화성은 I도의 반병행화성으로 취급될 수도 있다.
다시 말하면 기능화성학은 그때까지 숫자저음이나 음층화성학에서 특별한 구분 없이 습관적으로 행해지던 화음표시를 내용적으로 단순화시키고(7개의 독립적인 화성을 3개의 기본적인 화음들로 축소하고), 이를 기능적으로 보충하고자 한 것이다. 그 결과 ‘화음’은 여러 선율들의 단순한 조합이 아니라, 그것들의 존재를 가능하게 만든 ‘근본실체’로 인식되었던 것이다.
2. 기능화성학과 화성적 종지와의 관계
연속되는 화음들 사이의 기능적 관계를 살피는 기능화성학은 ‘화성적 종지’(harmonische Kadenz)를 전제하지 않고는 생각할 수 없다. 왜냐하면 종지는 이러한 기능적 관계에서 항상 화음진행상의 모델 또는 기준으로 작용하기 때문이다. 즉, 일정한 유형의 종지형 없이는 화음들이 단순한 나열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쇤베르크에 의하면 독립적으로 존재하는 화음은 화성적 의미를 띠기 어려우나 이 화음에 하나나 두개 이상의 화음이 병렬될 때 그곳의 화성적 의미는 보다 분명해진다고 한다. 또한 이와 같은 ‘질서’는 단순한 화음의 나열을 화성의 기능적인 진행에 이르도록 조장하는 역할을 한다고 한다[Schönberg: Structural functions of harmony, 1954, 제1장]. 여기에서 중요한 것은 그가 언급하는 화성적 ‘질서’가 결국 화성적 종지형과 관계된다는 점이다.
그러면 화성적 종지가 왜 이처럼 화성진행상의 모델 또는 질서로 작용하는가 하는 점이다. 이는 그것이 바로 조를 확립시키는 기능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흔히 우리는 화성적 종지라는 것은 단지 하나의 악곡이 끝마쳐질 때 사용되는 화성진행형태로만 생각하는데, 그것은 잘못된 것이다. 하나의 악곡은 선율진행이나 리듬진행과 마찬가지로 그 진행과정에서 수많은 변화를 겪게 마련인데, 그때마다 끊임없이 조성적 구심점을 확인하는 작업이 필요하고, 그 작업을 하는 것이 종지라는 것이다. 쇤베르크를 다시 한번 언급하면, 음악은 그 자체로 원심적인 경향을 가지고 있어 원래로부터 자꾸만 멀어지려는 경향을 띠는데, 화성적 종지가 바로 이러한 원심적인 요소를 멎게 하고 조성을 확립시키는 역할을 한다고 한다. 그는 이를 종지형의 ‘구심적인 기능’이라고 칭한다. 만약 전조가 발생하여 음악이 다른 조성적 영역으로 넘어간다면, 종지는 이 새로운 영역을 다시금 조성적으로 확립하려는 노력을 한다는 것이다[앞의 책, 제2장의 ‘조성의 확립’]. 만약 조성적 구심점이 크게 변하지 않는다 할지라도, 이것 역시 종지형을 통해 계속적으로 확인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즉, ‘종지형’이 갖는 의미는 여기에서 한 악곡의 ‘마침’이 아닌, 화성진행상 지속적으로 이루어지는 하나의 ‘주기적 형태’를 의미하는 것이다. 이는 바꾸어 말하면, 선율이 프레이즈 단위로 매번 하나의 호흡을 이루어 나가듯이 화성도 화성적 종지형을 통해 매번 하나의 호흡을 이루어 나간다는 것이다. 또한 선율적 프레이즈가 악곡의 성격에 따라 길고 짧은 것과 분명한 것과 불분명한 것이 있듯이 화성진행의 프레이즈도 악곡의 성격에 따라 다양하게 나타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러면 조성은 어떻게 확립되고, 그것은 화성적 종지형과 구체적으로 어떤 관계가 있는지 살펴보자. 보통 어떤 하나의 조성이 확립되려면 그와 유사한 다른 조성과 뚜렷이 구별되어야 한다. 예로서 어떠한 조표도 사용하지 않는 C장조는 내림표기호(♭)를 하나 사용하는 F장조와 올림표기호(♯)를 하나 사용하는 G장조와 분명히 구별되어야 하는데, 이를 위해서는 이들 두 조성에 없는 b음과 f음을 사용하는 것이 필수적이라는 것이다. 이는 bb음이 F장조의 특징음이고, f#음이 G장조의 특징음이기 때문이다. 중요한 것은 한 음계의 주요 3화음이 조성의 확립을 위해 꼭 필요한 음들(예, C장조에서 b와 f음)을 모두 가지고 있다는 것이다. 그 결과 마침꼴에서 가장 많이 사용되는 전통적인 화음배열은 IV-V-I이다. 이 진행은 II-V-I 진행에 의해 빈번히 대체되는데, 이는 II도에서도 f음이 G장조의 특징음인 f#음을 부정하고 C장조의 특징음으로 작용하기 때문이다.
반면에 하나의 5도관계 진행(V-I)만을 가지고는 조성을 견고히 할 수 없는데, 이는 예로서 G-C화성이 C장조의 V-I도 진행뿐만 아니라 G장조의 I-IV도 진행으로도 해석될 수 있기 때문이다. 물론 이 두 화음이 번갈아 등장하면(예, I-V-I) 그것만으로도 조성을 나타낼 수는 있으나, 이 경우에도 조성을 보다 분명히 하기 위해서는 정교한 종지의 화성진행이 필요하다. 위와 같은 불완전한 종지형을 보충하기 위해 흔히
진행이 사용되는데, 이는 이 진행이 비록 음계의 모든 음(제6음)을 포함하고 있지는 않다 할지라도 도미난트(g-b-d)에 섭도미난트의 근음(f)이 결합된 형태를 보여 적어도 G장조나 F장조의 특징음을 차단시키는 역할을 할 수는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모든 화성진행이 조성을 확립시키는 데에만 초점을 맞추는 것은 아니다. 경우에 따라서는 조성적 확립을 의도적으로 방해하는 경우도 있는데, 5도연속하행진행(Quintfallsequenz)이 그 대표적인 예이다. 이것은 ‘조성변화’(전조)를 위한 연결구 등에 주로 사용되는데, 그 이유는 새로운 조성으로 넘어가기 위해 우선 기존 조성의 굴레에서 화성을 해방시킬 필요가 있기 때문이다. 그 외에도 이러한 화성진행은 작곡자가 어떤 특별한 성격을 부각시키고자 하는 묘사음악 등에서도 가끔 사용된다. 이러한 몇몇 특별한 경우를 제외하면 대부분의 전통음악은 조성감을 통해 다양한 선율진행에 하나의 든든한 화성적인 토대를 제공하고자 한다.
3. 기능화성학의 역사
1) 기능이론의 발전: 선율과 음정관계만이 아닌 화음을 기반으로 하는 음조직에 대한 사고가 싹트기 시작한 것은 16세기 이후부터이다. 예로서 16세기 중엽에는 삼화음의 성격과 이에 따른 색채적 감각(예, 장3화음은 딱딱하고 단3화음은 부드럽다 등)이 구체적으로 표현되는 단계에 이르렀다. 그러나 화음들간의 유기적인 진행이나 연결에 대한 연구는 아직 없었다. 그러던 것이 17세기에 들어와서는 화음의 기초를 이루는 베이스음을 기준으로 한 음정들을 숫자로서 표기하는 ‘계속저음’ 시스템이 발전되었다(19세기 초의 음층식 화음표기는 바로 이 계속저음표기에서 비롯된 것이다). 그러나 이 시스템 역시 단지 개개의 화음들을 기계적으로 표기하는 것에 불과하였고 이 때문에 화성진행을 논리적으로 설명하는 데는 한계를 가지고 있었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 나타난 것이 바로 기능화성법이다. 이 화성법은 조성을 결정짓는 3개의 주요 삼화음을 중심으로 하여 다른 화음들을 이것들에 기능적으로 연결시키는 것이었다.
악곡이론으로서의 기능화성학은 라모(J.-Ph. Rameau)에게서 처음 시작된다(Traitė de l'Harmonie, 1722). 그는 모든 음악적 현상들이란 “자연적으로 주어진 것들”에 기초하는 것으로, 그리고 화음들은 3도 음정을 쌓아 만든 것으로 이해했다. 그는 모든 화음들을 토닉과 관련지어 생각하였으며, 이에 따라 처음으로 3개의 기본화음들(토닉, 도미난트, 섭도미난트)에 대해 언급하였다. 그의 3도쌓기 이론과 토닉에 바탕을 둔 화성해석은 빠르게 확산되었으나, 화음을 연결짓는 논리를 위한 세 기본화성의 의미는 18세기 내내 제대로 파악되지 못하였다. 단지 ‘중요한’ 삼화음과 ‘우연적인’ 삼화음의 구분이 보다 엄격하게 이루어졌을 뿐이었다(H. Ch. Koch). 그러다 계속저음이 사라지고 난 이후인 19세기에 들어와서야 비로소 화음연결의 논리를 위한 보다 구체적인 연구가 행해지기 시작했다. 1817년에 베버(G. Weber)는 중요하다고 생각되는 음향과 우연히 생겨난 음향을 구분하여 전자를 알파벳으로 표기하였다(장3, 단3, 감3화성, 장․단 7화성, 감7화성, 장조의 장7화음).
기능화성학의 체계화는 리만(H. Riemann)에 의해 이루어졌는데, 그는 한편으로는 라모에 근거를 두면서도 다른 한편으로는 라모의 ‘자연음향이론’과 화음의 ‘3도쌓기 이론’을 거부하였다. 그에게 협화성과 불협화성의 구분은 자연스럽게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라 듣는 사람의 ‘논리적인 직감에 의한 행동’으로 파악되었으며, 불협화음은 주요 삼화음의 3개의 음으로 만들어지지 않은 모든 음향
으로
이해되었다. 그는 I-IV-I-V-I의 종지형에서 모든 화성적 논리의 전형을 살필 수 있다고 생각하였으며(1872), 여기에 바탕을 두고 기능화성적인 표기법을 완성하였다(『단순화된 화성학』vereinfachte Harmonielehre, 1893). 계속저음으로부터의 완전한 단절을 의미하는 리만의 화성표기는 베버(G. Weber)와 외팅겐(A. v. Oettingen)의 것을 발전시킨 것으로, 그에게서 화성전위는 더 이상 베이스음에서 출발하는 것이 아니라 화성의 바탕음(근음)에서 출발하는 것이었다. 이에 따라, 예로서 I도의 제1전위(예, e-g-c)는
표기되었던 것이다.
그라브너(H. Grabner)는 리만의 이론을 따르면서도 리만에게서 ‘거짓협화음’(‘Scheinkonsonante’)으로 취급되었던 부3화음들에 보다 협화음적인 개념을 부여하여 리만의 이원론적인 화성개념을 약화시켰다(1923). 말러(W. Mahler)는 그의 선생인 그라브너의 이론에 기초하여 단3화음도 장3화음의 의미에서 이해되어야 한다는 일원론적인 사고를 견지하였고, 그 결과 장3화음을 대문자로, 단3화음을 소문자로 표기하였다.
2) 기능표시의 발전과 현재의 표기: 기능화성학에서는 화성기능에 대한 이해만큼이나 표기법도 다양하게 변해왔는데, 이를 간단히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리만은 주요 3화성의 경우 장조에서는 장3화음이란 의미에서
단조에서는 단3화음이란 의미에서
표기하였다. 3화음들에 하나의 성격적인 비화성음이 첨가될 경우, 이렇게 만들어진 불협화음적 화성들은
등으로 표기되었다. 리만에게 있어서 부3화음들은 주요3화음과 병행관계를 이룬다는 의미에서 Tp, Sp, Dp
로 표기되었다. 또한 그는 병행화성으로부터 반대방향에 있는 3도관계 화성들도 주요3화음을 대리한다고 보고 그것들을 ‘이끔음교체화음’(Leittonwechselklang)이라 칭하였으며, 장조에서는 토닉과 섭도미난트의 근음이 단2도 낮은 음에 의해 교체되었다는 의미에서
그리고 단조에서는 토닉과 도미난트의 제5음이 단2도 높은 음에 의해 교체되었다는 의미에서
표기하였다. 말러 이후 위에서 언급된 것처럼 장3화음에는 대문자가, 단3화음에는 소문자가 사용되었다. 또한 그라브너 때부터는 리만에 의해 ‘이끔음교체화음’이라 불려졌던 화성들이 ‘반병행화음’(Gegenparallelklang)으로 칭해졌는데, 이는 이러한 화성들이 병행화성과 반대되는 화성이면서(장조의 경우 장3화음, 단조의 경우 단3화음에 속함) 주요 화성들을 대리한다고 여겨졌기 때문이다(예, 장조: Tg, Sg, 단조: tG, dG). 또한 그는 리만에 의해 단조 섭도미난트의 ‘이끔음교체화음’이라 표기되었던 나폴리 6화음(제5음 대신 단6도의 제6음이 첨가된 단3화음)을 sn으로 표기하였다.
다음의 화음표시들은 현재 기능화성학에서 일반적으로 사용되는 것들이다. 화성적 기능을 나타내는 알파벳은 현재까지도 말러의 제안을 수용하여 장3화음일 경우 대문자로(예, T S D), 단3화성일 경우 소문자로(t s d) 표기된다. Tp는 장조에서 단3화성인 토닉병행을, tP는 단조에서 장3화성인 토닉병행을, TP는 장3화성으로 바뀐 장조의 토닉병행을, tp는 단3화성으로 바뀐 단조의 토닉병행을 의미한다.
화음표시에서 알파벳 오른쪽 위의 숫자들은 3개의 상성부들에 나타나는 선율적인 특징음들을 가리킨다. 예로서
은 장조의 토닉에 전과음인 제4음이 제3음으로 해결됨을 의미한다.
은 불협화음적인 제7음이 첨가된 도미난트를,
은 제5음 대신 제6음이 사용된 섭도미난트를,
제3음이나 제8음 대신 제4음이나 제9음이 사용된 도미난트를, 그리고
은 제5음과 제6음이 동시에 사용된 섭도미난트를 의미한다.
반면에 알파벳 오른쪽 아래의 숫자들은 화음의 구성음이나 부가음 중 베이스에 어떤 음이 놓여있는지를 보여준다. 예로서
는 단조의 토닉에서 베이스에 제5음이 놓인 것을 가리킨다(토닉의 제2전위).
은 장조의 토닉에서 베이스에 전과음인 제4음이 놓였다가 제3음으로 해결됨을 보여준다.
중요한 것은 알파벳 옆의 숫자들은, 그것이 알파벳 위쪽에 위치하든 아래쪽에 위치하든, 항상 해당 음계에 속한 음들을 표시한다는 것이다. 예로서, 어떠한 조표도 사용하지 않은 C장조에서
는 g-b-d-f-ab음이 아닌 g-b-d-f-a음을 구성음으로 갖는다는 것이다.
음계의 음을 반음계적으로 높이고 낮추는 것은 < 표시나 > 표시를 통해서 나타낸다. 예로서
는 도미난트에서 베이스의 제5음이 임시표를 통해 반음 낮추어진 것을,
는 섭도미난트에 첨가된 제6음이 임시표를 통해 반음 높여진 것을 의미한다. 하나나 몇 개의 성부에서 오르간지속음 등을 통해 화성기능이 한편으로는 그대로 머물러 있으면서 다른 한편으로는 일부 성부에 의해 잠시 변할 경우 알파벳 옆에 길게 “―”를 긋고 그 위에 변한 화성기능을 기록한다. 반면에 알파벳을 관통하며 사선으로 그은 것은 해당화성의 근음이 생략된 것을 의미한다. 예로서
은 도미난트 7화성의 근음이 생략된 것을 가리킨다(예, C장조에서 b-d-f음).
둥근 괄호 안의 화음은 뒤따르는 화음과 직접적으로 관련되며, 이때 뒤의 화음은 중간토닉의 기능을 담당한다. 예로서,
에서는 괄호 안의 화음이 뒤따르는 토닉병행에 중간도미난트 역할을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러나 경우에 따라서는 둥근 괄호 안의 화음이 화살표를 통해 앞서가는 화음과 관련될 수도 있다: 예,
둥근 괄호 안의 화음과 각 괄호 안의 화음이 연속해서 등장할 경우, 각 괄호 안의 화음은 나오길 기대했었으나 등장하지 않은 중간토닉 화음을 의미한다: 예,
로 해결되는 감7화음은
반면에 도미난트로 해결되는 감7화음은
표기된다.
에서는 화음의 구성음들이 이끔음에서 쌓아진 것으로 간주되나,
에서는 도미난트 음(생략됨)에서 쌓아진 것으로 간주된다. 그런가 하면
은 장조에서 VII도의 7화음을 의미한다(말러는 이를
으로 표기함). 나폴리 6화음은
표기된다.
4. 기능화성학적 해석을 요하는 특별한 화성들
이곳에서는 기능화성학과 음층화성학에서 크게 다르게 해석하는 것들에 대해서 잠시 살펴보고자 한다.
1) 기능상 도미난트로 해석되는 화성들
이것은 종지를 위한 V-I 진행에 앞서 나타나는 I도의 제2전위 화음(46화음)으로서 기능화성학에서는 기본위치의 도미난트가 이중전과음 형태로 나타난 것으로 취급된다. 즉, C장조의 경우 음층화성학에서 협화음으로 간주되는 상성부들의 c음과 e음이 이곳에서는 예비적 비화성음으로 간주되는 것이다. 이 예비적 성격의 이중적 전과음은 뒤따르는 도미난트에서 제3음과 제5음으로 해결된다. 중요한 것은 전과음적 도미난트로 해석되는
화음은 반드시 V도에 선행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화성진행은 기능화성학에서
로 표기된다.
b) 감3화음: 장, 단조의 VII도 화음에 해당하며 b-d-f음(C장조)이나 g#-b-d음(a단조)으로 이루어졌다. 기능화성적 표기는 도미난트를 의미하는 알파벳 D에 근음이 생략되었다는 의미의 사선을 긋고 그 오른쪽 옆에
이 화성은 르네상스 때에는 협화음으로 간주되기도 하였으나(예: 이삭의 작품 등에서는 불협화성의 해결화성으로 등장함) 바흐시기(1700년 이후) 때부터는 불완전한 도미난트 7화음<이미지37>
으로 해석되었다(단축된 또는 근음이 생략된 도미난트 7화성이라 칭해짐). 즉, 이것은 해결을 필요로 하는 성격적인 불협화음으로 이해되었던 것이다. 이 화음의 베이스에는 보통 도미난트의 제5음(d)이 위치하며, 그 결과 뒤따르는 토닉은 기본위치나 제1전위로 나타난다. 이 화성의 이끔음(b)은 보통 중복되지 않는데, 이 역시 이것이 단축된 도미난트 7화음이란 의미를 증명한다. 음층화성학에서 이 화음은 단순히 VII도로 표기된다. 이 외에도 감3화음은 단조의 II도에도 나타나는데, 이 경우 이 화음은 바탕음과 제3음이 생략된 도미난트 9화음으로 해석되거나 아니면 제1전위되어 있을 경우 제5음 대신 제6음이 사용된 섭도미난트
로 볼 수 있다.
c) 감7화음(전과음적 9화음): 화성단음계의 제7음 위에 쌓아진 7화성을 의미한다(a단조에서 g#-b-d-f). 이것은 단3도 음정을 3개 연속해서 쌓아 만든 화성으로서, 시대마다 상이한 기능을 가진다. 이 화성은 바흐시대만 해도 근음이 생략된 도미난트 7화성에 전과음이 첨가된 형태나(이 경우 강박의 제9음은 약박에서 제8음으로 해결됨) 아니면 이끔음(음계의 제7음)에서 쌓아진 독자적인 감7화성으로 간주되었다. 그러나 고전주의에서는 근음이 생략된 독자적인 9화성으로 사용되었다. 이에 따라 화성표기도 다양한데, 바흐 시대의 음악에 주로 사용된 독자적인 감7화음은 도미난트(D)의 제3, 5음과 섭도미난트(s)의 제1, 3음이 하나로 결합되었다는 의미에서 섭도미난트를 의미하는 s와 근음이 생략된 감7화음을 의미하는
표기된다. 이 화성은 항상 토닉으로 이어지는데, 이때 화성의 오른쪽 아래에는 이끔음을 근음으로 계산한 음정이 표기된다. 만약 감7화음이 토닉이 아닌 도미난트로 해결될 경우, 이 화성은 이중도미난트(c단조의 f#-a음)와 토닉(c-eb음)이 결합된 것으로 해석되어, 근음이 생략된 이중도미난트를 의미하는
이 감7화음은 장조에서도 등장할 수 있으며, 도미난트(D)나 이중전과음적 도미난트
해결된다. 반면에 고전주의 때부터 사용된 근음이 생략된 도미난트의 9화음은 도미난트를 의미하는 알파벳 D에 근음이 생략되었다는 의미의 사선을 긋고 오른쪽에
숫자나 또는 단축되었다는 의미의 ‘v’를 첨가하는 식으로 표기된다
d) 이중도미난트: 이중도미난트는 도미난트화성의 도미난트로서, 예로서 C장조의 경우 제3음이 반음 올려진 II도(d-f#-a)가 이에 속한다. 이 화성은 도미난트를 의미하는 D를 겹쳐서 표기한다
한국에서는 ‘부속화음’이라고도 많이 불린다. 이중도미난트의 기능은 보통 2가지로 나누어지는데, 첫째는 I-II-V-I의 단순한 종지형에서 단3화성인 II도를 장3화성으로 바꾸어 종지형의 섭도미난트를 대변하게 하는 경우이다. 둘째는 한 선율단락 전체를 한 새로운 화성적 목표점으로 이끌기 위해 도입되는 경우이다. 이 경우 이중도미난트에 이어지는 도미난트는 반종지 대신 분명한 중간토닉의 성격을 띠게 된다. 즉, 이중도미난트의 도입을 통해 일시적으로나마 도미난트 영역으로의 전조가 이루어지는 것이다. 그리고 이러한 일시적 전조는 바로크와 고전주의 때 조성중심의 이동을 위한 매우 중요한 수단으로 활용되었다.
e) 중간도미난트: 중간도미난트는 단3화음이나 감3화음 등 장3화음이 아닌 화음을 장3화음으로 변화시켜 그것에 도미난트 기능을 부여할 때 생겨나는 화음이다. 도미난트 기능을 부여받기 위해서는 중간도미난트가 뒤따르는 화음과 V-I도의 관계를 형성해야 한다. 위에서 언급된 이중도미난트는 중간도미난트의 한 특별한 형태이다. 중요한 것은 모든 화성들이 중간도미난트를 통해 기능상 일시적으로 전조의 중심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단조에서는 중간도미난트가 드물게 나타나는데, 이는 단조 조성 자체에 이미 풍부한 화성가능성(예, s S, d D)이 존재해, 중간도미난트를 특별히 필요로 하지 않기 때문이다. 단조에서 가장 쉽게 사용될 수 있는 것으로는 토닉 병행화성(a단조의 경우 C화음)을 중간토닉으로 하는 중간도미난트를 들 수 있는데, 문제는 이 경우 원래 조성의 구심점이 너무 심하게 약화된다는 것이다. 이로 인해 이곳에서는 일시적인 전조라기보다는 하나의 완전한 전조가 행해지는 것처럼 보인다. 이 때문에 단조에서 중간도미난트로 가장 빈번히 사용되는 화성은 단조의 성격을 위협하지 않으면서도 중간토닉으로 자연스럽게 이어지는, 섭도미난트(s)로의 중간도미난트 화음이다. 즉, 토닉을 변화시켜 중간도미난트로 사용하는 것이 가장 일반적인 것이다.
f) 중간도미난트 7화음(장3화성+단7도): 하나의 장3화성에 단7도 음이 첨가되어 도미난트적인 성격을 띠는 화성을 의미한다. 예로서 C화음(c-e-g음)은 그것이 어떤 조성의 화성(C장조의 토닉 또는 F장조의 도미난트 ?)이든지간에 단7도 음(bb)의 첨가로 인해 도미난트 7화음의 성격을 띠게 된다(예로서
화성은 F장조의 도미난트 7화음이다). 만약 장3도+단7도 구조가 음계의 제5음에 기초하여 쌓아진다면 단순히 도미난트 7화음이라 칭해지나
으로 표기함), 음계의 다른 음(예, e)에 기초하여 쌓아진다면, 중간도미난트 7화음이라 칭해지고, 괄호 안의
으로 표기된다. 이러한 중간도미난트 7화음은 일반적인 도미난트 7화음처럼, 전위되어도 그 기능을 상실하지 않고, 제7음은 중간토닉의 제3음으로 해결된다. 그리고 화성의 구성음은 대부분 중복 없이 나타나는데, 만약 제5음이 생략되고 근음이 중복될 경우 기능상 ‘불완전한 (중간)도미난트 7화음’이라 칭해진다.
2) 기능상 섭도미난트로 해석되는 화음들
a)
이 부가 6화음은 섭도미난트의 ‘성격적 불협화음’으로서, 섭도미난트 기능을 갖는 3화음(예, C장조의 f-a-c)에 6도 음(d)을 첨가하여 만든 것이다. 만약 하나의 장3화음에 장6도 음이 첨가되면 우리는 이를 부가6도(sixte aioutée, 라모)라고 칭하는데, 이 화음은 비록 음층화성학에서는
에 속한다 할지라도, 기능화성학에서는 섭도미난트로 취급된다. 도미난트 7화음보다 역사적으로 훨씬 오래된 이 성격적 불협화음(예: 요한 발터 1551)은 처음부터 화성적 종지형(T-S-D-T)을 만드는데 사용되었다. 그 결과
화성 뒤에는 항상 도미난트 화성
이 뒤따른다(도미난트는 토닉으로 이어짐). 하지만 동일한 음들로 이루어졌다 할지라도 이 화성은 그것이 전위되어 베이스에 제6음이 왔을 경우
도미난트의 기능을 띠기도 한다. 왜냐하면 베이스음이 차례로 d-g-c로 진행하기 때문에, 첫 번째 d음은 라모의 ‘베이스 진행기본원칙’(basse fondamentale)에 따라 뒤따르는 도미난트 음(g)의 도미난트 음으로 작용하기 때문이다(물론 베이스진행에 기준을 둔 이곳의 이중도미난트 개념은 19세기 이후의 화성적 ‘이중도미난트’ 개념과는 구별된다). 결국
전위형으로 보아야 할지 아니면 ‘라모식 도미난트’로 보아야 할지는 보는 사람의 견해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이 화음에서 다른 전위형은 거의 사용되지 않는다.
b)
장3화음에서 제5음 대신 제6음이 사용되어 섭도미난트 기능을 띠는 화음을 의미한다. 예로서 C장조에서 베이스에 음계의 제4음(f)이 오고, 그 위에 a음과 d음이 쌓아졌을 경우, 그 화성은 비록 음층화성학에서 II도가 제1전위된 형태를 띤다 할지라도 기능화성학에서는 제5음이 생략되고 제6음이 첨가된 섭도미난트로 취급되는 것이다. 물론 이 화성이 섭도미난트 기능을 갖기 위해서는 뒤에 도미난트와 토닉 화음이 이어져 하나의 종지형(S-D-T)을 형성해야 한다. 그리고 이 종지적
화음은 전위된 형태로 사용되지 않아, 예로서 C장조에서는 베이스에 항상 f음이 위치해야 한다. 바흐 시대에는 이 화음에서 대부분 베이스음이 중복되었는데, 이 또한 이 화음의 섭도미난트 기능을 증명하는 것이라 할 수 있다.
3) 도미난트의 변형으로 해석되는 화성들: 임시표를 통해 얻어진 불협화음인 대부분의 변화화음들이 이에 속한다. 산술적으로는 엄청난 수의 변화화음들이 얻어질 수 있는데, 그렇다고 모든 변화화음들이 음악사에서 중요하게 취급되는 것은 아니다. 즉, 고전주의 때까지만 해도 변화화음은 대부분 종지형을 확장하는데 사용되었기 때문에 이끔음 진행을 통해 도미난트로 이어지는 화성들만이 비중 있게 다루어진 것이다. 또한 수없이 많은 증5화음이나 감5화음 중에서 주로 사용된 것은 도미난트의 제5음을 반음 올리거나 내려 만든 화음들이었다(이들 도미난트적 변화화음은 토닉으로 자연스럽게 해결된다). 증6화음 계열의 변화화음들(독일 6화음, 이태리 6화음, 프랑스 6화음)도 마찬가지다. 이들 변화화음은 대부분 섭도미난트나 섭도미난트 병행화성을 변화시켜 만든 것으로, 이렇게 만들어진 화음은 도미난트 성격을 띠고 토닉이나 중간토닉으로 해결된 것이다. 그러나 19세기를 거치면서 변화화음은 계속 복잡해져 기능적 규명이 때로 불가능하게 되었다. 그 결과 변화음도 단지 뒤따르는 화음을 이끔음적으로 준비하는 이른바 ‘자유로운 이끔음’의 의미만을 갖게 되었다. 이러한 변화화음들은 기능화성학보다는 음층화성학식으로 표기하여 어떤 단계의 화성이 변화되었는지를 보여주는 것이 보다 효과적일 수 있다.
4) 섭도미난트의 변형으로 해석되는 화성: 여기에는 나폴리 오페라에서 즐겨 사용되어 ‘나폴리 6화음’이라고도 불리는
속하는데, 이 화음은 기능상 제5음 대신 제6음이 반음 내려진 상태로 사용된 단3화음의 섭도미난트를 의미한다. 원래 이 화음의 단6도 음은 제5음에 앞서서 전과음으로 나타났었으나, 바흐시기에 이르러 이미 전과음의 해결이 생략된 형태로 변해버렸다. 하지만 이 음이 처음에 전과음 형태로 나타났었다는 사실 하나만으로도, 그리고 이 화음에서 섭도미난트의 근음(예, c단조에서 f음)이 중복된다는 사실만으로도 이 화음이 II도 화음이 아니라 섭도미난트 화음(IV)에 뿌리를 두고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이 화음은 바흐시대만 해도 단순한 화성적 재료로 사용된 것이 아니라 특별히 ‘한탄’과 ‘아픔’을 표현하는데 사용되었다. 이 화성은 변화화음으로서 이끔음적 해결을 필요로 하는데, 반음 내려진 제6음(c단조에서 db음)은 전형적인 감3도 진행과 함께 도미난트로 해결된다. 음층화성학에서 이 화성은 숫자저음에서처럼 전체가 반음 내려진 II도 화성의 제1전위로 취급된다.
5) 기능관계가 모호한 화성진행들:
a) 장․단조에서의 5도 연속 하행진행: 화음이 일정한 음정간격으로 연속해서 나타날 경우 그 진행을 기능적으로 파악하기란 쉽지 않다. 5도연속 화음진행에서는 개개의 화음이 다음에 오는 화음의 도미난트 역할을 하는데, 중요한 것은 이 중간도미난트와 뒤따르는 중간토닉이 새로운 화성적 구심점 역할을 거의 하지 못한다는 것이다. 청중도 일정한 간격으로 연속되는 화음진행에서 화음상호간의 기능적인 관계를 기억하기란 쉽지 않다. 여기에다 장․단조의 VII도나 단조의 II도 같은 경우 불협화음에 해당되어 이를 기능화성학적으로 표기한다는 것은 그 자체로 대단히 어렵다. 이 때문에 장, 단조의 VII도는 단축된 도미난트 7화성이 아닌 그냥 음계의 제7음에서 쌓아진 화성으로, 그리고 단조에서의 II도도 그냥 음계의 제2음에서 쌓아진 불협화음으로 보는 것이 낫다. 이 외에도 연속되는 5도하행진행은 복잡한 기능표시보다 순수한 음층표시를 했을 때 보다 효과적이다: 예, VI-II-V-I-IV-VII…. 연속 7화음도 마찬가지다.
b) 3도 근친관계의 화음진행: 예로서 어느 화음(예, C화성)에 3도 관계의 화음(예, E, Ab, ab, A, Eb, eb)이 이어질 경우(단3도 관계의 병행화성은 제외), 이러한 화음진행은 기능화성학의 이론으로는 쉽게 설명될 수 없다. 이 때문에 베토벤 이후 매우 빈번히 등장하는 이 화음진행은 대부분 화성의 색채적 변화를 위해 사용된 것으로 해석된다.
종합하면 음층화성학과 기능화성학 사이의 화음표시에 있어서 존재하는 차이점은 우선 장․단조의 음계적 불협화음과 관련됨을 살필 수 있다. 즉, 장․단조의 VII도나 단조의 II가
(제1전위시)으로 해석되는 것도 이것들이 모두 불협화음에 속하기 때문이다. 둘째 음층화성학과 기능화성학 사이의 화음표시상의 차이점은 전위화음들과 관련이 있다. 즉, 전위화음들에서는 원래 화음의 성격이 많이 약화되기 때문에 종종 다른 화음의 불협화음으로 간주될 수 있다는 것이다. 종지적
화음이 V도 앞에 등장할 경우 성격상 도미난트의 전과화음으로 이해된 것도 바로 이 때문이다. 또한 장조에서 II도의 제1전위가
(섭도미난트 병행화음의 제1전위)이 아닌 오히려
(섭도미난트에 제5음 대신 제6음이 사용된 형태)으로, 그리고 III도의 제1전위가
(도미난트 병행화음의 제1전위)이 아닌
(도미난트에 제5음 대신 제6음이 사용된 형태)으로 빈번히 해석되는 것도 성격적으로 약한 병행화성들이 전위되어 사용될 경우 그 화성의 성격이 더욱 약해지기 때문이다. 다만 단조에서는 병행화음들이 전위된다 할지라도 특별히 성격이 약화되지 않아(강한 성격의 장3화음으로 바뀌기 때문), 자연단음계적 III도의 제1전위는
(단조 도미난트)에 제5음 대신 제6음이 첨가되었다기보다
(토닉 병행화성의 제1전위)으로, 그리고 VI도의 제1전위는
(단조 토닉)에 제5음 대신 제6음이 첨가되었다기보다는
(섭도미난트 병행화성의 제1전위)으로 보통 해석된다. 셋째는 의도적으로 변화시킨 불협화음으로서 여기에는 증5, 감5화성과 각종 증6화성, 나폴리 6화성 그리고 이중도미난트와 중간도미난트 등이 속하였다. 마지막으로 기능화성학과 음층화성학 사이의 큰 차이는 상당수의 화음이 기능화성학적으로 해석될 수 없다는 데에 있다. 기능화성학상 해석이 쉽지 않은 화성들이 존재하는 이유는 작곡자가 색채감을 내기 위해 의도적으로 기능이 불명확한 불협화음(예, ‘자유로운 이끔음’)을 사용하기 때문인데, 이 경우 기능화성학은 실제로 기능표현의 한계에 도달한다.
끝으로 현재 자주 사용되는 방식의 기능화성학 기호를 정리해 보았다.
참고문헌
김형주, 전통화성학, 현대악보출판사 1975.
De la Motte, Dieter: Harmonielehre, Kassel 1976.
Keller, Hermann: Schule des Generalbaß-Spiels, Kassel 1931.
Schönberg, Arnold: Structural Functions of Harmony, New York 1954.
Rohwer, Jens: “Harmonielehre”, in Die Musik in Geschichte und Gegenwart, Band 5, Kassel und Basel 1956.
Riemann Musik Lexikon, Sachteil, Mainz 1967.
등록일자: 2006-01-27
나진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