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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흐마니노프: 파가니니 주제에 의한 랩소디 [Rapsodie sur un thème de Paganin…
6,011회
라흐마니노프: 『파가니니 주제에 의한 랩소디』(Rapsodie sur un thème de Paganini), op. 43

세르게이 라흐마니노프가 1892년 피아노 협주곡 2번을 작곡한 후 거의 35년의 공백기를 가진 다음인 1934년 『파가니니 주제에 의한 랩소디』를 파가니니의 작품에서 주제를 인용하여 변주곡 형식으로 작곡했다. 이 작품에 주제로 인용된 선율은 파가니니의 바이올린을 위한 24곡의 『카프리스』에서 마지막 곡의 선율로서, 단순한 변주곡의 범위를 넘어 복잡하고 화려한 기교적 연주와 색채가 풍부한 관현악법을 구사한 작품으로 평가받고 있다. 이 같은 파가니니에서 인용한 주제선율은 이전에도 리스트, 슈만 그리고 브람스가 변주곡의 주제로 삼은 적이 있는 유명한 것이며, 라흐마니노프는 파가니니의 주제 외에도 부주제로 죽은 자를 위한 미사 「디에스 이레」(Dies irae) 주제를 사용하였다. 이 작품의 변주 7, 10, 22 그리고 마지막 변주 24에서 그 부주제의 사용을 볼 수 있다. 

라흐마니노프의 『파가니니 주제에 의한 랩소디』는 전체적으로 짧은 서주, 24개의 변주 그리고 코다로 이루어져있다. 그리고 이러한 전체 구성은 속도, 박자, 조성 그리고 각 변주의 분위기에 따라 교향곡의 4개 악장처럼 나눌 수 있다:
I. 서주와 변주곡 1-11은 제1악장의 역할을 한다.
II. 변주 12-15는 미뉴에트와 스케르쪼 악장의 역할을 한다.
III. 변주 16-18은 느린 악장의 역할을 한다.
IV. 변주 19-24는 마지막 악장의 역할을 한다. 변주곡들은 으뜸조와 서주 처음의 2 박자로 돌아오고, 속도 또한 비바체로 돌아와 교향곡의 마지막 악장과 같은 모습을 갖는다. 

이 작품의 서주는 Allegro vivace(빠르게), a단조 2/4박자로 이루어졌으며, 못갖춘마디로 시작하는 9마디의 짧은 서주로, 곡 전체를 주도할 주제 동기를 강렬하게 제시하고 있다.
제1변주; 서주와 같은 속도로 연주되며, a단조, 2/4박자로 이루어졌다. 제1변주에서의 조성과 박자는 제9변주까지 그대로 사용된다. 9마디의 서주에 이어지는 제1변주는 첫 주제가 완전한 형태로 제시되기 전에 24마디에 걸쳐 주로 관현악으로 주제의 골격만을 제시한다. 이러한 구성은 통상적인 주제와 변주곡의 형식에서 벗어나는 형태이다. 제25째 마디 이후는 관현악이 주제를 주로 연주하고, 피아노는 앞에서 관현악에 의해 연주되었던 주제의 주요음만을 간결하게 연주하고 있다.
제2변주; 24마디 길이의 제2변주는 호른과 트롬본의 반주에 피아노가 주제를 제시하며, 이 주제는 꾸밈음에 의해 변주된다. 제3변주는 전체가 31마디로 이루어져 있으며, 대위선율에 의한 변주라 할 수 있고, 제4변주는 피아노에 의해 주제가 연주되고 관현악은 피아노의 음형을 푸가기법에 의해 받아준다. 제5변주는 피아노에 의해 연주되는 주제가 화음의 형태로 변주되며, 제6변주는 피아노의 장인적 기교를 보여주는 주제의 변주로, 짧은 카덴짜 풍의 패시지를 몇 군데 넣음으로써 곡의 화려함을 더하고 있다. 피아노에 의한 이 같은 화려한 카덴짜 풍의 패시지들은 지속음적으로 연주되는 관현악의 반주로 더욱 두드러진다.
제7변주에서 곡의 템포가 너무 동적이지 않게 보통 빠르기(Meno mosso, a tempo moderato)로 바뀌었는데, 이는 제6변주까지 유지되던 비바체 속도가 한 마디의 쉼표 이후 보통빠르기로 느려지면서 전체적인 분위기를 전환하고 있다. 그리고 이 변주에서 피아노는 부주제인 디에스 이레의 선율을 연주하고, 관현악은 주제선율을 8분음표에 의한 리듬의 변화를 가지고 연주한다. 제8변주(a단조, 2/4박자)는 제1변주와 같은 속도로 연주되며, 주제가 분명히 나타나지는 않으나 피아노에 의해 주제의 단편적 모습이 스타카토 음형으로 변주되어 나타난다. 이러한 진행은 그대로 제9변주에서 이어지는데, 제9변주에서 관현악은 현악기가 콜레뇨(활대의 나무부분으로 연주하는 주법)로 연주하여 음색적 변화를 보여주고, 셋잇단음표에 의한 리듬적 변주를 통해 이전의 제8변주보다 더욱 역동적인 분위기로 연주된다.
마르카토(marcato)라고 지시되어 있듯이, 한음 한음을 강조하여 연주하는 제10변주는 디에스 이레 주제가 피아노로 제시된다. 여기서 특히 4/4박자로 시작하여 3/4박자와 4/4박자가 반복적으로 사용되며 곡을 진행시키고 있는데, 3/4박자와 4/4박자의 한마디 단위의 변박은 디에스 이레 주제를 당김음에 의한 리듬변주로 이끌기도 한다. 이 같은 박자의 변화에 피아노는 부분적으로 즉흥적인 연주가 허락되기도 하면서 전반적으로 곡의 분위기가 점차 정리되는 경향을 보인다. 그리고 이어서 연주되는 제11변주(Moderato, 3/4박자)는 이 곡의 조성인 a단조에서 점차 다른 조성으로 전조 과정을 보여주는 변주로 즉흥적 특성을 보여준다. 카덴짜 풍의 패시지가 풍부하게 제시되어 있는 이 변주는 전체 24개로 구성된 이 작품의 구성에 있어 제2부분으로 가기 위한 경과적 역할을 맡고 있다.
제11변주의 마지막 부분에서 제시된 피아노의 카덴짜 패시지가 끝나면서 시작되는 제12변주는 ‘미뉴에트의 속도로’(Tempo di Minuetto) 연주되며, d단조 조성에 3/4박자로 이루어져 있다. 주제선율은 주로 목관악기에 의해 연주되며, 피아노는 처음에는 장식적인 연주를 하다가 후반부에 가면서 주제선율을 연주한다. 그리고 이어서 제13변주(d단조, 3/4박자)가 Allegro의 빠른 속도로 연주되는데, 여기서는 현악기들이 주제를 연주하고 피아노는 무거운 화음으로 반주를 맡고 있다. 
제14변주는 이전과 같은 속도로 진행되지만 조성은 F장조로 바뀌고 행진곡풍으로 변주된다. 관현악 파트는 한음 한음을 강조하며 셋잇단음표를 수반하는 주제선율을 변주하고 있으며, 피아노에게는 셋잇단음표의 음형을 화음으로 연주하는 비교적 단순한 역할이 주어진다. 제15변주는 앞의 제14변주와 같은 조성과 박자를 가지지만, 앞에 보다 더욱 활발하게 스케르짠도(Più vivo, Scherzando) 풍으로 연주된다. 이 변주의 전반부에서 피아노가 관현악의 반주 없이 매우 빠른 스케르짠도로 주제를 자유롭게 변주하고 있다. 
제16변주부터 제18변주까지는 전반적으로 조금 느린 듯이 연주된다. 우선 제16변주(Allegretto/조금 빨리)는 Bb단조의 조성에 2/4박자로 진행되며, 오보에와 피아노는 서로 주제선율을 연주하며 실내악적 분위기를 이끌어 내고 있다. 제17변주는 앞의 변주와 같은 조성을 가지지만 박자가 4/4박자로 바뀌었는데, 셋잇단음표의 리듬으로 이 4/4박자는 12/8박자와 같은 느낌을 일으킨다. 또한 12개의 셋잇단음표는 2+4, 2+4로 분할되어 복합리듬적 진행을 보인다. 그리고 다음의 제18변주에서 다시 조성은 Db장조로 전조된다. 라흐마니노프의 모든 작품 가운데 가장 아름다운 선율을 가진 것으로 평가받고 있는 제18변주는 느리게 노래하듯이(Andante cantabile) 연주된다. 매우 서정저인 분위기의 이 변주는 피아노에 의한 새로운 선율이 나오고, 현악기와 목관악기가 그를 이어받는다. 피아노에 의해 먼저 제시되는 새로운 선율은 제1변주의 제25째 마디에 제시된 주제의 전위형태이다. 주제의 전위형에서 유추된 선율은 점차 격정적으로 상행하면서, 동형진행에 의해 절정에 도달한다. 마지막 6마디는 비바체의 속도에 2/4박자로 분위기가 전화된다.
제19변주는 제18변주의 마지막 6마디에서 나타났던 빠르게(Vivace)를 유지하고, 조성 또한 a단조로 복귀한다. 4/4박자로 연주되는 이 변주는 현악기의 피치카토와 피아노의 셋잇단음표에 의한 진행이 중심이 된다. 여기서 피아노의 셋잇단음표의 연주법은 현악기의 피치카토주법과 같이 연주되어야 하며, 이러한 것은 파가니니의 위대한 왼손 피치카토 주법을 모방한 것으로 볼 수 있다. 제20변주(Un poco più vivo/조금 생기있게)는 a단조의 조성 및 4/4박자에 의한 변주로서, 바이올린이 짧은 음형을 연주하고, 피아노가 주제를 붓점 리듬에 의한 빠른 도약으로 변주한다. 제21변주 역시 앞의 제2-변주와 같은 조성, 박자로 연주되며, 피아노에 의한 셋잇단음표와 스타카토에 의한 진행을 주축이 되는데, 끊임없는 셋잇단음표의 음형은 흥분을 자아내는 역할을 한다. 제22변주(Un poco più vivo - alla breve/조금 생기있게 - 기운차게) 역시 앞과 마찬가지의 조성과 박자로 연주되며, 2분음표를 기본박으로  하기 때문에 4/4박자의 두 배 빠른 속도로 연주하게 된다. 씩씩하게(Marziale)의 지시어를 가진 이 변주는 행진곡풍을 보여 주며, 변주가 시작되어 22마디가 경과한 후에 피아노의 높은 음역에서 디에스 이레의 주제가 화음으로 연주된다. 곡의 끝부분에 오는 피아노의 짧은 카덴짜는 다음 변주로 연결시키는 역할을 하고 있다. 제23변주는 앞과 같은 속도로 진행되며, 2/4박자를 가지고 있다. 주제가 우선 Ab장조의 성격으로 피아노에 의해 강력한 옥타브음계로 연주되고, 관현악이 a단조로 조성을 바꾸며 뒤이어 받아준 후 다시 피아노가 받아 연주한다. 그 후 짧은 카덴짜가 제시되고 마지막 변주인 제24변주로 연결된다. 제24변주에 주어진 지시는 ‘원래의 속도로, 너무 동적이지 않게’(A Tempo, un poco meno mosso)이며, 매우 화려한 변주로 피아노는 높은 음역에서 스타카토에 의한 셋잇단음표의 상행하는 음형을 연주한다. 마지막으로 코다가 등장하는데, 조금 생기있게(Più vivo) 연주되는 이 마지막 부분에서 디에스 이레 주제가 2분음표로 관악기와 현악기에 의해 변화되어 연주된다. 

등록일자: 2005-06-27
차호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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