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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휘 [Dirigieren, Leitung, conducting, drezione, conduir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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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휘(指揮, 도.Dirigieren 또는 Leitung, 영.conducting, 이. drezione, 프. conduire)


지휘는 오케스트라나 합창단 또는 오페라 등의 연주에서 연주자들이나 합창단원들에게 악곡의 빠르기, 박자, 셈여림, 프레이징 등에 관한 것을 동작이나 표정을 통해 지시하며 이들을 이끌어 나가는 것을 말한다. 이렇게 동작이나 표정을 통해 연주자들의 연주를 통일시키고 자신의 음악적 해석을 지시하는 사람을 지휘자(Dirigent, conductor)라고 한다. 일반적으로 오페라나 오케스트라 등의 연주에서 지휘가 필요한 이유는 한 사람이 아닌 여러 사람이 그곳에서 연주함으로 인해 악곡의 박절적 흐름을 통일적으로 유지하고 연주자들의 다양한 음악적 해석을 하나로 묶어야 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지휘자가 자신의 음악적 해석을 다른 연주자들에게 전달하는데 사용되는 수단은 매우 제한적이다. 연습에서는 언어의 도움을 받거나 문제되는 부분들을 시범을 통해 보여주거나 지휘봉을 두드리는 것을 통해 원하는 연주를 얻을 수 있으나, 실제연주에서는 이러한 모든 행위들이 금지되고, 단지 소리 없는 손이나 지휘봉의 움직임, 그리고 눈빛이나 몸짓만으로 연주자들을 이끌어야 한다. 그러다보니 실제적인 지휘효과는 연주에서가 아닌 연습에서 대부분 이루어진다.

지휘의 이론과 실기: 연주에서 지휘가 어떻게 기술적으로 행해져야 효과적인가 하는 문제는 19세기에 집중적으로 논의되었는데, 이러한 이론적 체계화를 통해 그 전에 단순한 모방이나 경험에 의해서만 이루어지던 지휘는 한층 학습적이며 체계적인 단계로 들어서게 되었다. 대표적인 연구가로서는 베를리오즈와 바그너를 들 수 있는데, 전자가 자신의 『오케스트라의 저녁』(Les soirées de d'orchestre, Paris 1853)를 통해 악기편성과 작품해석 면에서 많은 자극을 주었다면, 바그너는 그의 『지휘론』(Über das Dirigieren, 1869)을 통해 '불완전한' 악보 뒤에 숨어 있는 작곡자들의 진정한 뜻을 찾으려는 시도를 보여주었다. 이후 헤르만 셰르헨(H. Scherchen)은 『지휘교본』(Lehrbuch des Dirigierens, Leipzig, 1929)를 통해 지휘법의 이론적 체계화에 노력하였다. 그리고 이러한 노력은 오늘날까지도 계속 이어지고 있다.
보통 이론적으로 체계화된 지휘법에서 중요하게 다루어지는 것들을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우선 가장 기본적으로 다루어지는 것은 박자를 젓는 것, 즉 지휘타법(비트)에 관한 것이다. 이것이 중요하게 취급되는 이유는 연주자들이 지휘자의 손이나 지휘봉 끝의 움직임에서 이루어지는 타점을 정확히 인식해야 거기에 맞추어 동시에 소리를 낼 수 있기 때문이다. 타점을 잇는 선들은 음악의 내용이나 성격에 따라 다양하게 나타나기 마련인데, 일반적으로 레가토의 경우 선의 움직임에 힘이 들어가 무겁게 보이는 반면, 스타카토는 가볍고 빠르게 움직이는 대신 타점 위에서 그만큼 길게 정지하는 형태를 띤다. 또한 크레셴도는 보통 점점 커지는 비트동작을 통해, 반면에 디크레센도는 점점 작아지는 비트동작을 통해 가시적으로 표현된다. 늘임표의 지속은 흔히 지휘봉을 올린 상태에서 정지해 있는 것을 통해, 그리고 그것의 끝은 짧은 끊는 동작을 통해 표현된다. 또한 오른손이 박자를 젓는 것을 담당한다면, 왼손은 악상표현 등과 같은 그 외의 다양한 목적을 위해 사용된다.
지휘자가 어떤 박자젓기 방식을 선택할 것인가는 주어진 박자와 템포에 따라 결정된다. 일반적으로는 주어진 악곡의 박자종류에 따라 그에 상응하는 지휘타법을 적용하면 되나, 경우에 따라서는 템포로 인해 그것이 변경될 수도 있다. 예로서 알레그레토에서는 2/4박자가 정상적으로 두개의 비트로 나누어지지만, 프레스토에서는 보통 하나의 비트로 지휘된다. 반대로 박자가 세분화되어 지휘되기도 하는데, 예로서 2박자가 4비트나 6비트로, 3박자가 6비트나 9비트로, 또는 4박자가 8비트나 12비트로 나누어지는 것을 들 수 있다. 여기에서 중요한 것은 원래 박자의 기본적인 박자젓기 형태가 나름대로 유지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이 외에도 지휘법에서 중요하게 취급되는 것은 ‘예비박’에 대한 것이다. 예비박은 연주자들에게 연주에 들어갈 시점을 알려주기 위해 그리고 앞으로 취해질 템포를 보여주기 위해 첫 음이 울리기 전에 행해지는 비트를 의미한다. 이것을 독일어에서는 “Auftakt”라 불리는데, 보통의 ‘올림박’(또는 ‘윗박’(마디선 전에 위치한 음표나 음표그룹)개념과는 다르다. 정박으로 시작하는 3/4박자의 악곡에서 예비박은 3번째 4분음이 되는 반면, 세 번째 박에서 윗박으로 시작하는 예비박(역시 3/4박자의 경우)은 두 번째 4분음이 된다. 위에서 언급된 사항들 외에도 지휘법에서 다루어지는 것은 매우 다양하다. 하지만 이러한 것들의 올바른 습득에 앞서 항상 강조되는 것은 지나친 주관적인 판단에 대한 경계이다. 즉, 음표의 길이, 템포 등에 있어서 지나친 자의적인 해석을 피하고, 작품 속에 내재되어 있는 작품자체의 구조를 올바로 파악하려고 노력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 결과 오늘날의 지휘자들에게는 단순한 박자젓는 기술 외에 작품에 대한 분석능력이 절대적으로 요구된다. 이 외에도 기술적 연습, 그리고 조직을 다스리는 재능 등과 같은 음악외적인 면도 중요하게 요구된다.

지휘의 역사: 현재 사용되는 지휘기법은 17세기부터 점차 발전된 것이다. 물론 그 전에도 선율적 움직임을 손으로 지시하는 중세의 카이로노미로적 지휘나 멘수라음악의 탁투스(tactus)를 내리는 것(depressio)과 올리는 것(elevatio)으로 규정한 르네상스 시기의 지휘가 있었으나 현재와 비슷한 형태에까지는 이르지 못했다. 그러던 것이 1672년에는 펜나(L. Penna)가 손을 좌우로 흔드는 것을 통한 탁투스의 세분화를 언급하면서 새로운 지휘형태가 소개된다(『음악초보자를 위한 음악의 첫걸음』Li primi albori musicali per li principianti della musica). 이후 박자젓기의 보다 구체적인 형태는 륄리(J.-B. Lully) 이후의 프랑스인들에게서 나타난다. 음악이론가 룰리에(E. Loulií)는 1696년에 4박자를 위해 두 번은 아래로, 두 번은 위로 젓는 방식의 지휘를 언급하였다(『음악의 요소 또는 원리』Eléments ou principes de musique). 이후에 생랑베르(M. Saint-Lambert)는 4박자를 위해 첫 번째 비트는 아래로, 두 번째 비트는 오른쪽으로, 세 번째 비트는 왼쪽으로, 네 번째 비트는 위로 저을 것을, 그리고 3박자를 위해서는 첫 번째 비트는 아래로, 두 번째 비트는 오른쪽으로, 세 번째 비트는 왼쪽으로 저을 것을 요구하였다(『클래브상 원리』Principes du clavecin, 1702). 그러나 1709년에 몽테클레르(M. P de Montéclair)는 현재의 박자젓기처럼 첫 번째 비트를 아래로, 두 번째 비트를 왼쪽으로, 세 번째 비트를 오른쪽으로, 그리고 네 번째 비트를 위로 저을 것을 요구하였다(『새로운 방법』Nouvelle méthode). 독일에서도 프랑스인들의 박자젓기 방식은 오랜 찬반 논쟁 후에 18세기 말에 수용되었다.
17, 18세기에는 지휘자가 하나의 악기를 연주하면서 지휘하는 이중적 역할을 담당하였다. 예로서 오케스트라작품들과 이태리어와 독일어 오페라작품들에서는 지휘자가 바이올린이나 쳄발로에서 주로 지휘하였다. 카펠마이스터는 쳄발로에 앉아 계속저음을 연주하면서 악기 위를 가볍게 두드리는 것을 통해 연주자들이 들어갈 부분들을 표시하였고, 그 옆에는 수석 바이올리니스트였던 콘체르트마이스터가 앉아 (바이올린 활 등을 통해) 파트들의 일치에 신경을 썼다. 이러한 지휘방식에 대해서는 다양한 예를 찾을 수 있는데, 이태리에서는 지로베츠(Gyrowetz)가 나폴리에서 객원지휘자로서 손에 바이올린을 든 채 자신의 심포니들을 지휘하였다고 한다(이때 그곳의 파이지엘로는 쳄발로를 연주한 것으로 되어 있다). 오스트리아에서는 하이든과 모차르트가 큰체르토 연주 시에는 바이올린을, 그리고 오페라 공연 시에는 쳄발로를 연주하며 지휘하였다고 한다. 특히 바이올린을 들고 지휘하는 것은 계속저음시대가 완전히 끝나고도 계속 유지되었다(예: 비엔나의 요한 슈트라우스와 빠리의 하베넥의 지휘와 연주).
그런가 하면 17-18세기에는 크게 편성된 교회음악이나 프랑스 합창오페라나 발레오페라의 지휘를 위해 지휘봉이나 둘둘 말아진 악보가 사용되었다. 마루바닥을 두드릴 수 있는 커다란 지휘봉도 사용되었는데, 프랑스에서는 륄리가 이러한 긴 지휘봉에 발을 다쳐 그 상처로 인해 죽기도 하였다(“Te Deum” 연주, 1687). 그러나 계속저음이 점차 설 자리를 잃어가면서 오케스트라음악과 이태리어와 독일어 오페라음악에도 지휘봉을 들고 지휘하는 것이 일반화되기 시작했다. 라이햐르트(J. F. Reichardt, 1752-1814)는 계속저음악기인 쳄발로를 제거하고 그때까지 계속저음을 연주하던 콘체르트마이스터를 지휘대에 세워 악보를 말아 지휘하게 하자는 운동을 벌였던 대표자였다. 크라머(W. Cramer), 렐슈탑(Rellstab d. Ä), 고트프리드 베버(Gottfried Weber), 안젤름 베버(B. Anselm Weber)도 이 의견에 적극적으로 찬성하였다. 지휘봉을 들고 지휘한 중요한 인물들로는 지휘대와 보면대를 처음으로 사용한 라이햐르트 외에 베버(C. M. von Weber), 슈포어(L. Spohr), 스폰티니(G. L. P. Spontini), 멘델스존(F. Mendelssohn Bartholdy)을 들 수 있다. 그러나 예술에서는 언제나 그렇듯이 이러한 “발전”은 다른 한쪽의 “손실”을 감수해야 했는데, 즉 오케스트라나 무대에서 당시까지 존재했던 즉석에서 자연스럽게 행해지던 즉흥연주가 자취를 감추게 된 것이다. 대신 모든 것은 하나하나 꼼꼼히 지시되었으며, 지휘봉을 든 지휘자는 자신이 지시한 모든 것이 제대로 지켜지는지 살피는 일종의 감시자가 된 것이다.
하이든, 모차르트를 포함한 18세기의 고전주의 시기까지만 해도 전문적인 지휘자의 지위는 아직 확립되지 못한 상태였으며, 지휘는 주로 작곡가들의 부수적인 활동으로 취급되었다. 그러나 19세기에 들어와서는 전문적인 지휘자에 의한 독자적인 해석이 이루어지면서 작곡자들은 지휘에서 점점 손을 떼기 시작하였다(대략 1810년대 이후). 여기에는 한편으로 관현악법의 발달과 세밀한 악보 때문에 정밀한 지휘기술이 필요하였기 때문으로 보인다. 그러나 다른 한편으로는 더 이상 누구에게 소속되기를 거부하면서 창조자로서의 “사명”, 또는 작곡가로서의 “영감”(Inspiration)을 중요시 하였던 19세기 작곡가들의 사고와도 관련이 있어 보인다. 그들은 단지 예외적으로만 자신들의 작품에 한해 해석가로서 지휘를 하려고 하였으며, 나중에는 이마저 꺼려했다. 예로서 바그너도 자신의 후기작품들의 초연에서는 더 이상 지휘하지 않았다. 그 대신 직업적인 전문지휘자들의 지위는 갈수록 확고해져, 그들은 이제 단지 속도, 박자, 셈여림, 각 주자의 연주시작 등을 지시하는 것뿐만 아니라, 자신의 음악해석에 바탕을 두고 연주를 세부적으로 가다듬는 창조적인 재현예술가로서 등장하게 되었다.
최초의 직업지휘자는 비엔나의 니콜라이(O. Nicolai, 1846-1914)였다. 그 뒤를 한스 폰 뷜로(Hans von Bülow, 1830-94)와 에른스트 폰 슈흐(Ernst von Schuch, 1846-1914), 니키쉬(Arthur Nikisch, 1855-1922), 바인가르트너(Felix Weingartner, 1863-1942), 발터(Bruno Walter, 1876-1962), 푸르트벵글러(Wilhelm Furtwängler, 1886-1954), 부쉬(Fritz Busch, 1890-1951)가 잇는다. 프랑스에서는 베토벤의 작품들에 뛰어난 해석을 보였던 독일계 프랑스인 바이올리니스트 지휘자 하베넥(F. Habeneck, 1781-1849)에 이어 라무뢰(Charles Lamoureux, 1834-99), 콜론(Edouard Colonne, 1838-1910), 셰비야르(Camille Chevillard, 1859-1923), 몽퇴(Pierre Monteux, 1875-1964)가 뒤따른다. 그런가 하면 이태리의 지휘자로는 토스카니니(Arturo Toscanini)를 들 수 있다.

등록일자: 2006-08-19
나진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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