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방양식(영.imtation, 도.Nachahmung)
다성부 음악에서 나타나는 이 양식의 가장 두드러진 특징은 앞서 가는 성부의 테마를 뒤따르는 성부가(또는 성부들이) 모방하는 것이다. 이 양식에는 카논, 리체르카르, 푸가, 인벤션 등이 있으나, 이것들이 기법인지 장르인지 항상 분명하지는 않다. 모방기법은 거의 모든 음악에서 사용될 수 있다. 단지 정도의 차이가 있을 뿐이어서 예를 들어 15-16세기의 모테트라는 장르에서는 이것이 거의 전적으로 사용된 반면(일관모방양식) 고전시대의 다성부 기악곡(예: 현악사중주) 등에서는 드물게 나타난다.
모방기법을 대표하는 것으로 우선 카논을 들 수 있다. 카논은 앞서간 성부의 선율을 뒤따르는 성부가 충실히 모방하는 이른바 돌림노래이다. 카논이 최초로 문헌에 나타나는 것은 14세기 영국에서이다(「여름카논」). 이러한 카논 기법은 프랑스의 샤스(Chace, 뜻: 사냥)나 이태리의 카치아(Caccia, 뜻: 사냥)에서도 나타나는데 여기에서는 쫒고 쫒기는 사냥장면을 묘사하기 위한 것이었다. 카논은 15, 16세기에 네델란드 악파에서도 중요한 작곡기법으로 취급된다. 여기에서 특이한 종류의 카논들이 나타나는데 이를 분류하면 다음과 같은 예들이 있다: ①수수께끼 카논: 시작하는 부분과 모방하는 음정이 기록되지 않아 찾아서 불러야만 한다. ② 비율카논: 당시의 멘수라 악보의 상이한 비율의 템포 관계를 응용하여 한 선율을 성부마다 다른 빠르기로 노래한다. ③ 변형카논: 원래의 선율 방향을 여러가지 변형된 방식으로 모방한다.
푸가와 카논의 차이는 때로 명백하지 않다. 예를 들어 순열푸가라는 것은 순환카논과 같은 원칙을 사용하고 있다. 즉 이 푸가와 카논은 앞서간 성부의 선율을 뒤따르는 성부가 충실히 모방하고, 그 사이에 다른 음악적 요소가 들어오지 않는다. 그러나 일반적으로 카논이 엄격하게 테마에 묶여 있는 것으로 이해되는 반면, 푸가는 테마와 상관없는 자유스러운 에피소드(중간삽입부)를 갖는 것으로 이해된다. 오늘날 푸가라 할 때에는 16, 17세기 초에 리체르카르로부터 발전되어 나와 18세기 초에 바하 등에 의해 규모가 커진 기악곡(특히 건반악기 음악)의 장르 명칭과 기법을 가리킨다. 바하 시대에 이르러서 엄격한 푸가는 '자유스럽고 즉흥적 성격이 강한' 양식을 의미하는 판타지, 토카타, 또는 프렐류드와 묶이게 된다. 푸가는 고전시대 이후에도 꾸준하게 작곡되지만, 르네상스와 바로크 시대에서와 같은 중심적 위치에는 이르지 못한다. 고전 낭만 시대에는 종교적 성격의 음악에 푸가 기법이 많이 사용되었으나 상당한 정도로 단순화된 것들이 대부분이다(예: 하이든의 천지창조 중 「모든 목소리로 주를 찬양하라」). 고전시대에 기악곡에 끼친 푸가의 영향으로는 하이든이 현악4중주 작품 33번에서 푸가를 발전시켜 소나타 악장 형식을 만든 것과 베토벤의 말기 현악4중주들에서 보인 실험적인 작품을 들 수 있다. 낭만주의 시대에는 멘델스존의 교회음악 (오라토리오 「엘리아」), 리스트와 레거의 오르간을 위한 대형 푸가들이 두드러진다.
[나진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