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품(라. opus)
"작품"이라는 용어가 최초에 쓰인 것은 15세기부터였다. 이 용어는 예를 들어 가포리(Fr. Gaffori)의 {음악분야의 이론 작품}(Theoricum opus musicum dichiplinae 1480)에서 볼 수 있듯이 한편으로 이론서를 위해, 다른 한편으로는 팅토리스의 {대위 예술서}(Liber de arte contrapuncti 1477)의 서문에서처럼 당시의 훌륭한 작곡가들의 음악을 "작품"이라고 칭했다. 용어 "작품"의 사용은 다성부 음악으로 악보에 기록된 것에 한했다. 리스테누스(Listenus 1537)는 작품이란 다성부 음악으로서, 악보로 기록되어지고, 이론적인 음악이 아니고, 자체로서 가치를 지닌 음악이라고 보았다. 그는 작곡이론을 "시적 음악"(Musica poetica) 라고 칭했는데, 이의 목표는 작곡자가 죽은 후에도 남아 있을 완전한 "작품"을 만드는 것이었다. 이러한 "작품"이해는 다음과 같은 범위 안에 들어 있는 음악을 말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a)악보로 고착된 음악, 음악이 유동적 상태로 떠돌아다니지 않아, 분석.해석.연주의 고정적 출발점이 될 수 있는 것. (b)노고가 들어 있는 예술품. 쉬운 민요나 유행가 등은 작품으로 불리지 않는다. (c) 개인적인 것, 음악이 단체로 만들어지지 않고 단독적 창조자에 의해 만들어진 것. (d)유일한 것. 모방된 것은 비작품. (e)다성음악, (f)가능한한 불후성을 가질 것. 즉 한번 듣고 마는 음악이 아니라 시대를 넘어서 살아 있는 것.
작품 번호를 달기 시작한 것은 비아다나(Viadana,1597), 방키에리(Banchieri,1605)등으로 부터이다. 작곡가가 작품 번호를 붙이는 것은 출판물로 발표될 것으로 정해진 것에 한하는, 가치평가가 포함된 행동이다. 바하와 모차르트는 작품 번호를 달지 않았다. 베토벤, 슈베르트, 멘델스존 등은 작품 번호로부터 부러 제외시키는 것들이 있었다(WoO=Werke ohne Opuszahl).
달하우스는 18세기 말에 나타난 "강조적인 의미의 작품개념"을 말하는데, 이는 모릿츠의 고전적 작품 개념에 의거한 것이다({아름다움의 형상적 모방에 관하여}(Über die bildende Nachahmung des Schönen} 1788). 모릿츠의 "작품개념"은 예술의 독자성과 예술 자체의 규칙을 강조하여 작품의 사회적 효용성이나 수용자의 반응과는 무관한 작품 자체의 독립성을 강조한다(참조: Carl Dahlhaus: Klassische und romantische Musikästhetik, Laaber 1988, pp.30-43.) 달하우스는 15세기 작품 개념과 18세기 말의 작품 개념에 대해 다음과 같이 말한다. "마쇼의 모테트를 작품이라 칭하는 것을 시대착오적이라 할 수 없다. 그러나 한편으로 `풍부한 내적 관련성 속에서 이루어진 독자적 전체`가 작품이라는 생각은 1780년대에야 칼 필립 모릿츠에 의해 제기되어 그 이후의 -고전적- 작품개념의 형성에 효력이 있었다는 사실 역시 부인하기 어렵다. 18세기에서 20세기까지의 고양된 작품 개념에는 첫째로 미학 위주로 된 예술이론이, 둘째로 기악음악으로부터 나온 음악형식적 사고가, 셋째로 (고전적 생각과 역사주의 원칙들 사이의 변증적 관계가 그 핵을 이루는) '역사'에 관한 견해가 그 바탕에 놓여있다."
홍정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