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로스오버(미.crossover/ fusion/the third stream)
주로 미국의 대중음악 분야에서 1950년대 이후 자주 쓰이는 말. 원래 달리 분류되던 음악 종류들을 섞어서 만든 음악. 예를 들어 째즈에 클래식을 섞는다든지, 아니면 록음악에 컨트리뮤직을 섞는다든지 하는 것. 이는 다른 장르의 음악을 선호하는 사람들을 새로운 청중으로 포용하려는 의도를 담고 있다. 비슷한 말로 퓨전 뮤직(fusion music)이 있다.
등록일자: 2003-08-30
[한국음악용어연구소]
제3의 흐름: 크로스오버·퓨전
20세기 음악에서 두드러지게 나타나는 특징의 하나는 장르나 스타일 간의 다양한 접목이다. 세기 말의 포스트모더니즘적 특징으로 언급되기도 하는 이런 접목은 현재 흔히 ‘크로스오버’나 ‘퓨전’이라는 용어 등으로 명확한 구분없이 불리고 있다. 그러나 그와 같은 시도는 사실 이미 20세기 초기부터 계속되어 왔고, 시기 또는 접목의 분야 등에 따라 특정한 명칭으로 불려졌던 것들이다. 여기서는 그 명칭들의 역사적 문맥에 관해 쓰이기 시작한 순서대로 살펴보도록 하겠다.
첫 번째로 쓰이게 되는 용어는 ‘제3의 흐름’(The Third Stream)이다. 이 용어는 작곡가·지휘자이며 재즈(호른) 연주가이기도 했던 건터 슐러(Gunther Schuller, 1925년생)에 의해 재즈와 예술음악(특히 고전음악)과의 접목을 의미하는 말로서 1957년에 처음으로 등장한다. 그는 그런 접목이 재즈가 앞으로 나아갈 길이라고 확신했다.
물론 그와 같은 접목이 그 이전에 없었던 것은 아니다. 재즈 자체가 -적어도 부분적으로는- 이미 그런 접목에서 출발한 것이며, 1920년대부터는 재즈 밴드들에서 그와 같은 접목을 위한 새로운 시도도 나타난다. 바이올린 주자로서 재즈 밴드의 리더이기도 했던 폴 휘트먼(Paul Whiteman 1890-1967)은 그의 밴드에 교향악적인 현악기 파트를 포함시켜 재즈 솔로들과 교대로 연주하는 방식을 썼다(이렇게 포함된 파트는 단순히 솔로 즉흥주자들을 반주하는 역할을 했다). 그 대표적인 예로는 1924년에 조오지 거쉬윈(G. Gershwin 1898-1937)의 「랩소디 인 블루」(Rhapsody in Blue)를 ‘모던음악에서의 실험’이라는 광고문과 함께 거쉬윈의 피아노 솔로와 그의 재즈 밴드의 협주로 발표한 것을 들 수 있다. 1930-40년대의 스윙 재즈 밴드에서도 현악기 그룹이 포함되어 있는 예들이 있다. 특히 클라리넷 주자인 아티 쇼(Artie Shaw, 1910년생)와 피아니스트인 스탠 켄튼(Stan Kenton 1911-1979)의 밴드. 이후 다른 스타일의 재즈 연주에서도 유사한 시도가 있었으나(알토 색소폰 주자인 찰리 파커[Charlie Parker 1920-1955]의 1949년 연주[<jazz at="" the="" philharmonic="">] 등), 슐러는 더 진중한 실험을 추구한다.
슐러와 또 그 외에 피아니스트이며 밴드 리더였던 존 루이스(John Lewis 1920-2001), 작곡가·편곡가이며 트롬본 연주자였던 존슨(J. J. Johnson 1924-2001)과 빌 루소(Bill Russo 1928-2003) 등은 고전음악의 형식(론도와 푸가 형식 등)을 재즈에 적용하거나 고전음악 자체를 재즈화 하기도 했다. 그러나 이런 시도는 근본적으로 유럽적인 사고방식에 의존한 것으로 비판을 받았으며, 다른 한편으로는 당시의 재즈 스타일이 고전음악을 넘어선 아방가르드·프리 재즈 등으로도 다양하게 발전하면서 제3의 흐름 운동은 별로 성공을 거두지는 못하게 된다. 복고적 경향이 두드러지는 1980년대에 다시 간헐적인 시도(클라리넷 주자인 에디 대니얼스[Eddie Daniels, 1941년생]의 「Breakthrough」[GRP, 1984] 등)가 나타나지만, 아직도 그 가능성이 실현되지는 못한 상태이다.
두 번째로 등장하는 용어는 크로스오버(Cross Over)이다. 이 용어는 1950년대부터 미국의 음반산업과 관련하여 쓰이기 시작해서, 1980년대부터는 이와 함께 장르나 스타일 간의 접목을 광범위하게 의미하는 뜻으로도 사용된다.
크로스오버는 원래 미국의 음악산업 분야에서 음반이나 아티스트가 하나의 차트(장르)에서 성공하여 또 다른 차트 -특히 주류의 수용자를 겨냥한 대규모 유통망의 팝 차트- 로 넘어가는 현상을 주로 뜻했다(영국을 비롯한 다른 나라에서는 이 용어가 상업적으로는 별로 사용되지 않는다). 다른 장르 -재즈·댄스/디스코·컨트리·리듬 앤 블루스 등-에서 인기 있는 것들이 팝 차트로 크로스오버하게 된다. 그런데 이렇게 쓰이는 크로스오버란 용어는 사실 음악장르나 스타일들의 경계선을 넘어선다는 의미에 국한되어 있다고는 볼 수 없다. 왜냐하면, 차트들이 인위적으로 비음악적인 기준(인종·성별·지역 등)에 의해 분류되어 있기도 하기 때문이다. 특히 이 용어는 주류 차트에서 성공한 흑인음악과 깊이 관련된다. 리듬 앤 블루스의 팝 차트로의 크로스오버가 특히 지배적인1960년대 초에 당시 흑백문제와 관련, 한 동안(1963-1965) 이 장르에 대해 크로스오버가 금지된 경우가 있었던 것을 생각해 보면, 이후의 그에 대한 해제와 흑인들의 팝 차트에서의 성공은 인종차별 폐지와 지위 상승에 대한 반영으로 볼 수도 있다. 그러나 이에 대해 다른 한편에서는 소규모 흑인 음반산업의 생계를 위협하는 상업적인 것이라는 비판도 있다. 크로스오버는 이와 같은 원래의 의미와 함께 1980년대에는 퓨전(아래 참조)이란 말과 동격으로 사용되기도 한다
마지막으로, 음악용어로서의 퓨전(Fusion)은 원래 재즈-록(재즈적인 즉흥연주와 록적인 리듬, 전자악기의 사용)을 의미하는 말로 1970년대 중반부터 널리 쓰여졌던 것이다(음반에는 1968년에 이미 등장한다). 그러나 그 이후에는 재즈-팝 등 재즈와 다른 장르 사이의 접목뿐만 아니라 다른 장르들 간의 다양한 접목도 폭넓게 나타나면서 퓨전은 이 전체를 아우르는 말로 쓰이게 된다. 이에 대한 대안으로서 현재 흔히 시도되는 것은 장르명을 퓨전 앞에 접두어로 붙이는 것이다. 대표적인 예로, 월드 퓨전이 그것이다. 이 용어는 제3세계 음악 간의 접목을 의미하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라틴 재즈처럼) 재즈와 제3세계 음악의 접목도 의미한다. 월드 퓨전으로서의 재즈의 경우 악기나 음악적 요소는 종족음악적이고 솔로 연주에 있어서 즉흥적인 재즈적 요소가 가미된다.
등록일자: 2004-11-27
김미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