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리스모(이.verismo. 뜻: 진실주의)
베리스모라는 개념은 19세기 말 이태리 문학에서 생성되어 나중에 이태리 오페라에 적용된 것. 베리스모는 프랑스의 사실주의 문학(대표자: 에밀 졸라)과 매우 유사한 문학적 흐름이었다. 이태리적인 사실주의 문학의 대표자는 소설가 베르가(Giovanni Verga 1840-1922)였다. 그는 아름다울 것이 없는, "발가벗은 그냥 그대로의 사실"(fatto nudo e schietto)을 그리는 문학을 추구했다. 사회적으로 하층 사람들이 등장하고, 그들의 일상적 문제들을 내용으로 하며, 문학적으로 고양된 문체도 사용하지 않고, 도덕적 설교도 없으며, 작가의 주관도 드러내지 않는다. 하지만 사회비평적 시각은 드러낸다. 이러한 방향의 문학이 베리스모라는 이름을 얻게 된다. 그의 단편소설 『시골 신사』(Cavalleria rusticana)는 희곡으로 각색되어 1884년 토리노에서 무대에 올려지고 대단한 성공을 거두었다. 이 희곡은 운문으로 재각색되어 마스카니에 의해 오페라로 작곡된다(1890). 그 후로 레온카발로의 팔리아치(I Pagliacci), 지오르다노의 『개팔자』(Mala vita) 등이 작곡된다. 하지만 베리스모 작곡가들은 베리스모에 대해 전혀 관심이 없었다. 특히 베리스모의 대표작 『시골신사』를 쓴 마스카니가 그랬다. 그리고 그 오페라 대본은 원작자인 베르가의 생각을 충실히 반영한 것이 아니었다. 하지만 손쫀뇨(Sonzogno) 음악출판사의 오페라 현상모집에 당선되고, 그 작품이 큰 반향을 일으킴으로써 "베리스모적"인 오페라가 늘어나게 된다. 시골, 단순한 등장인물들, 감정적으로 대립하는 인물들, 참혹한 죽음으로 끝나는 것, 짧은 길이(1막, 또는 2막), 노래로 하지 않고 말이 되어버리는 부분(하지만 이 부분은 오늘날의 입장에서 보면 아주 가벼운 편이다), 실제 소음의 사용 등이 전형적이 된다. 크게 보면 주인공들의 격렬한 감정 대립에 의해 재앙을 불러오고, 주인공의 갑작스런 죽음이 준비도 되지 않은채 오페라를 갑자기 중단하는 듯한 효과를 갖는다.
하지만 오페라 베리스모는 문학의 베리스모로부터 상당히 멀어진 것이다. 즉 문학에서 중요한 장소와 사투리(베르가의 경우는 시칠리아)가 오페라에서 색깔을 내기 위해 간혹 쓰일 뿐이다. 또한 구체적 줄거리보다는 감정적인 측면을 더 전면에 부각시키는 문학과는 반대현상을 보인다. 또한 노래하는 성악가들의 아름다운 목소리가 -가끔 그로부터 이탈하는 일이 있다할지라도- "현실"(또는 "사실")을 부각시키려는 의도와 멀어지는 것이 사실이다. 따라서 베리스모 음악과 베리스모 오페라는 상당한 간격을 보인다고 할 수 있다.
베리스모 오페라를 남긴 사람으로는 푸치니(토스카 1900, 외투 Il tabarro, 1918), 오이겐 달베르(낮은 땅 Tiefland 1903/05), 프랑코 레오니(신탁 Loracolo, 1905), 볼프 페라리(성모의 보석 Der Schmuck der Madonna, 1911), 지오르다노(앙드레아 쉐니에 Andera Chénier, 1896), G. 샤르팡티에(루이즈 Louise 1900), M. 폰 쉴링(모나 리자 Mona Lisa 1915), 메놋티(The Medium 1946, The Consul 1950) 등을 거론할 수 있다. 여기에는 이태리 작곡가 뿐만 아니라, 프랑스와 독일, 그리고 후에 미국(메놋티) 작곡가들도 참여한 것을 알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