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형이론(音形理論, 도, Figurenlehre)
음형이론은 음형을 어떤 개념적 내용과 관련시킨다. 개념과 관련된 음형은 상징성을 띠게 된다. 이러한 상징적 음형들을 전형화(典型化)시키는 이론을 음형이론(音型理論)이라고 한다. 16-18세기의 서양음악들은 다소간의 차이는 있으나 음형이론과 많은 관련성을 보인다. 하지만 19-20세기 음악에서도 그 흔적이 꾸준히 나타난다. 주로 성악작곡을 위한 이론이지만, 기악곡에도 적용된다. 음형이론은 무엇을 중심으로 보느냐에 따라 다른 말로 표현된다.
①언어의 내용을 표현한다 하여 『시적 음악』(라.Musica poetica, 1606년에 발간된 부어마이스터의 글 제목에서 유래됨),
②감정적 내용을 표현한다 하여 감정이론(도.Affektenlehre),
③음악외적인 무엇을 상징한다 하여 상징법(도.Symolische Musik),
④외적인 무엇을 묘사한다 하여 묘사음악(프.Musique déscriptive) 또는 그림음악(영.Tone painting).
⑤마드리갈 음악에 많이 나타난다 하여 마드리갈리즘(이. madrigalismo),
⑥언어의 수사학과 관련있다하여 음악 수사학(도. musikalische Rhetorik).
음형이론은 16세기 마드리갈로부터 17세기 초에 오페라로 옮겨 갔다. 16세기에 음형이론을 가장 잘 활용한 사람은 랏소, 17세기 초에는 사람은 몬테베르디라 할 수 있다. 몬테베르디는 언어를 음악의 주인으로 규정짓고, 이를 음악적으로 실행했다. 그는 언어중심의 음악을 제2작법(Seconda prattica)이라고 규정하고, 이를 대위법적인 제1작법(Prima prattica)과 구분했다. 그는 언어가 가진 감정적 내용을 중시하고, 음악을 세 가지 성격의 것으로 구분했다.
①격앙양식(Stile concitato)
②차분한 양식(Stile temperato)
③부드러운 양식(Stile molle)
몬테베르디는 이 양식들에 관해 정확한 예들을 주지 않았기 때문에 이것들을 해석하는 데에는 어느 정도 논란이 있을 수 있으나, 그가 <감정>과 <작곡양식>을 묶어서 생각했다는 것을 아는 데에는 부족함이 없다. 몬테베르디 당시에 마드리갈은 전성기를 이루고 있었고, 이 장르는 언어와 밀착된 작곡법을 중시했다. 마드리갈 장르에서 이러한 기법을 극단적인 곳까지 몰고 간 작곡가는 제수알도(Carlo Gesualdo)였. 언어의 내용 면과 감정 면을 강조하는 일은 대담하고 다양한 화성적 연결, 반음계적 음향효과, 묘사적 음악(그림음악)이라는 새로운 결과를 낳았다. 또한 바로크 초기 작곡가들이 생각한 “자연의 모방”(Imitatione della natura) 원칙은 음악이 자연을 상징하는 성격을 갖게 한다. 점차적으로 어떤 언어들은 일정한 음형을 갖게 된다.
①높은 음: 빛(Luce), 태양(Sole), 하늘(Cielo), 날아감(Vola) 등의 표현에 사용된다.
②낮은 음: 밤(Notte), 땅(Terra), 깊은(Profondo) 등의 표현에 사용된다.
③멜리스마: 날아가다(Volare), 노래하다(Cantare), 웃다(Ridere), 불(Fuoco) 등의 표현에 사용된다.
④침착한 선율 진행과 긴 음표: 느린(Lento), 긴(Lungo), 늦다(Tardare) 등의 표현에 사용된다.
⑤반음계적 진행: 달콤함(Dolcezza), 울다(Piangere), 죽다(Morire), 한숨(Sospiro), 침묵하다(Tacere) 등의 표현에 사용된다.
이 이론을 16-18세기에 <음형이론>으로 체계화시킨 사람들은 주로 바로크 시대의 독일 이론가들이었다: 베른하르트(Chr. Bernhard), 부어마이스터(J. Burmeister), 알레(J. G. Ahle), 샤이베(J. A. Scheibe), 고트쉐드(Chr. Gottsched), 발터(E. Walther), 이들은 고대의 웅변술과 수사학(修辭學)의 용어들을 빌려서 사용했기에 대부분 그리스어로 되어 있고, 부분적으로 라틴어 용어가 사용되었다. 거의 모든 바로크 작곡가들이 음형이론적으로 사고했다. 독일 작곡가 중 음형이론을 가장 두드러지게 활용한 사람으로는 쉿츠와 바하가 꼽힌다.
아래의 음형은 작곡이론에서 사용된 일부이다.
Abruptio 갑작스런 중단: 예기치 않은 곳에서 음악이 돌연히 멈추는 것. 특히 해결되어야 할 곳에서 선율이 중단되는 것.
Anabasis 상승진행: “주는 부활하셨다”, “주는 높임을 받으셨다” 등의 내용에 사용.
Anadiplosis 부분중복: 음형의 즉각적인 반복, 또는 한 프레이즈의 끝 부분이 다음 프레이즈의 첫 부분에 나타나는 것. 강조를 위해 사용된다.
Analepsis 반복: Mimesis와 같은 뜻.
Anaphora 단어반복(라.Repetitio,Relatio): 연속되는 프레이즈 사이에서 한 단어를 반복하는 것.
Anaploke 얽어 맴: 이중, 또는 다중합창에서는 Noëma가 여러 번 반복되는데, 제1합창의 종지와 제2합창의 종지가 같이 울리는 것. 강조의 효과가 있다.
Antitheton 대립 (라.Contrapositum, Contentio, Antithesis, Oppositio, Traductio): ①테마와 대립, ②협화음이 예상되는 곳에 불협화음으로 대립시키는 것, ③움직임의 변화에서 부분들끼리 대립시키는 것, ④음그룹끼리 대립하는 것, ⑤음의 위치로 대립하는 것, ⑥호모포니와 폴리포니의 대립, ⑦장조와 단조의 대립, ⑧반음계와 전음계의 대립.
Apokope 절단: 말의 끝에 오는 철자나 음절을 절단하는 것에 비유되어 마지막 음을 생략하는 것. Abruptio와 비슷한 음형. “비었다”, “기다림” 등에 사용.
Aposiopesis 침묵의 시작: 모든 성부들이 쉬는 것. “죽음”의 표현.
Catachrese 오용: ①불협화음이 예외적으로 강하게 사용되는 것, 또는 4도 병행, ②싱코페이션의 불협화음이 협화음으로 해결이 되지 않는 것, ③화음의 최저음이 4도일 때
Circulatio 주변회전: “왕관”,“땅” 등의 내용에 사용.
Climax 층계 (Gradatio, Auxesis, Ascensus라고도 한다): 한 선율 부분이 수차례에 걸쳐 동일 형태로 음층을 바꾸어 상승하는 것. “찬양하라”, “높이라”, 노래하라“ 등을 표현. 오늘날의 이동반복(영.Sequence)에 해당.
Congeries 같은 것의 연속: ①한 방향을 향한 성부들의 움직임에서 완전협화음과 불완전협화음의 교대가 여러 번 일어나는 것. ②하나의 선율이 여러 성부들에서 밀집된 거리로 각각 출발하며 반복하는 것.
Ellipsis 생략: ①협화음이 올 자리에 쉼표가 오고 불협화음이 따르는 것. ②종지에 4도가 3도로 해결되지 않는 것, 또는 3도 대신 다른 협화음이 오는 것.
Epanalepsis 다시 받음: 한 프레이즈의 처음과 마지막 음형을 같게 만드는 것. Symploke와 흡사하다.
Ephizeugsis 붙이기: 한 단어나 소규모의 가사그룹을 연속적으로 반복하는 것, 반복은 음층을 바꾸어 할 수도 있다. 강조를 위한 표현에 사용된다.
Epistrophe 뒤집기: 작곡자에 의한 가사 재배열. 예를 들어 “노래하라, 찬양하라, 영광 돌리라” 대신에 “주를 노래하라, 주를 찬양하라, 주께 영광 돌리라”로 바꾸는 것.
Exclamatio 외침: 상승적 도약 형태로 묘사됨.
Extensio 늘임: 본래의 길이보다 불협화음을 늘려 계속하는 것인데, 그 늘임을 multiplicatio 식으로, 즉 한 음표를 여러 개의 작은 음표로 나누어 연주한다.
Fauxbourdon 틀린 저음: “미운” 4도 진행.
Fuga 도망: ①일반적 푸가와 다른 것으로서, 하나 또는 여러 성부들이 도망가듯 빨리 움직이는 것. “도망가다”의 표현에 사용. ②일반적 푸가 기법으로서 연속적인 것을 표현.
Hetrolepsis 오류실행: 비규정적 불협화음의 성립, 또는 비규정적 불협화음의 해결.
Homoioteleuton 종지: Aposiopesis와 같다.
Hypallage 변화: 전위된 음정으로 나타난 푸가의 테마, 즉 대립푸가를 뜻함. “등돌림”,“배반” 등을 표현.
Hyperbaton 가사 자리 바꾸기(라.Transgressio): 격앙된 감정에 의하여 가사가 그 자연스런 자리를 벗어나는 것. 또는 한 음이나 모티브를 다른 음층으로 이동하는 것.
Hyperbole 아주 높임: 음표가 오선보 위로 나가는 것. “하나님”,“하늘” 등을 표현.
Hypobole 아주 낮힘: 음표가 오선보 아래로 내려가는 것. “지옥” 등을 표현.
Interrogatio 물음: 대개 상행 2도로 처리됨.
Katabasis 하강진행: “땅”, “지옥”, “멸시”, “종살이”, “내려오다” 등의 내용에 사용.
Metabasis 넘어가기(라.Trangressio): 2성부 이상의 음악이 진행하던 성부로부터 각각 다른 성부로 넘어가는 것.
Metalepsis 바뀜: 먼저 노래한 성부 그룹과 뒤따르는 성부 그룹을 서로 합해야 가사가 전부 이해되는 것.
Mimesis 모방: 두 개의 Noëma의 연결. 뒤의 반복은 다른 음층에서 나타난다. 푸가를 뜻하는 경우도 있다..
Multiplicatio 다량화: 한 음표를 여러 개로 나누는 것. Extensio처럼 불협화음의 음을 여러 음표로 나눈다.
Noëma 생각: 폴리포니적 성악곡에서 강조하고 싶은 가사를 호모포니로 강조하는 것. 예: 헨델의 할렐루야 합창곡 끝 부분과 같은 경우.
Palillogia 언어반복: 한 선율 부분을 강조하거나, 그 시작부분만을 같은 성부와 같은 음높이로 반복하는 것. 강조의 효과가 있다.
Paronomasia 변화반복(라.Agnominatio): 한 선율 부분을 단순히 반복하는 것이 아니라, 강조하기 위해 변화시키는 것. 예: 바하, 마태수난곡 1부 29번, O Mensch, bewein dein Sünde groβ.
Parrhesia 자유진행: 화성적으로, 선율적으로 증·감 음정을 사용하는 것. “타락”, “흔들림”, “혐오” 등의 표현에 사용된다.
Passus durisclus 험난한 진행: 반음계적 진행, 또는 감4도, 감5도, 증4도, 증5도 등이 나오는 진행. 제일 흔한 것이 반음계적 4도 진행. “눈물”, “비참함”, “고통” 등의 표현에 가장 많이 쓰인다. 마드리갈에서는 “달콤함”의 표현에도 사용.
Pathopiia 감정증가: 조성에 속하지 않는 반음계를 뜻한다. Passus durisclus의 표현과 같은 것들에 사용된다.
Pleonasmus 넘쳐남: 협화적 경과음과 싱코페이션을 사용하여 종지를 늘리는 것.
Poliptoton 여러 경우: 한 선율 형태를 다른 음높이로 옮겨 다른 방식으로 발전시키는 것. 강조의 효과가 있다.
Polysindeton 여러 가지의 접속(라.acervatio iuncta): 일정 부분의 선율 중 비슷한 것을 강조적으로 반복하는 것. 또는 작은 선율 부분이 감흥이나 가사의 강조를 위해 반복되는 것.
saltus durisclus 험난한 도약: passus durisclus와 비슷하게 고통스러운 내용을 표현한다. 6도나 7도 또는 감음정이나 증음정의 도약이다.
Suspiratio 한숨: 선율이나 가사의 흐름이 쉼표에 의해 중단되는 것. “한숨”을 음악적으로 모방한 것.
Symploke 연결(라.Complexio, Complexus, Conexum, Communio): 한 프레이즈의 첫머리를 강조를 위해 끝에 반복하는 것. 또는 한 화성에서 ♭과 #를 함께 사용하는 것.
Tirata 급히 잡아챔: 세 음표 이상이 연속적, 음계적, 장식적으로 빨리 진행하는 것
Tmesis 분리, 절단: 쉼표를 통해 음악적, 가사적 상관관계를 단절시키는 것. Suspiratio와 같다.
참고문헌:
Riemann Musiklexikon Sachtel(Willbald Gurlitt 편), Mainz, 1967.
Dietrich Bartel: Handbuch der musikalischen Figurenlehre, Laaber, 1985.
등록일자: 2005-01-22
홍정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