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격소곡(도. Charakterstück)
성격소곡이라는 용어는 18세기 말 '즐거움', '우아함', '슬픔', '분노'와 같은 제목을 가진 '성격적 소곡'들을 가리키면서 나타났다(Chr. Füger: Charakteristische Klavierstücke, 1783 또는 1784). 즉 여기에서 '성격'은 어떤 곡이 갖는 두드러지는 '감정적 분위기'를 말한다. 성격소곡은 '서정적 소곡' 또는 '장르소곡'이라고도 한다. 음악사에서 성격소곡은 일반적으로 녹턴과 같은 성격적인 표제를 갖는 짧은 기악곡으로, 주로 건반악기(대부분 피아노)를 위한 것이다. 몇몇 작곡자들은 성격소곡들을 음악적으로 내용적으로 연곡화 시키기도 한다(예: 슈만의 『어린이 정경』). 성격소곡은 어떤 특정한 형식에도 묶여 있지 않다. 즉 작곡자들은 음악적 구성재료를 자유롭게 사용할 수 있다. 짧은 길이와 서정적 성향 때문에 여러가지 유형 중 가곡형식이 가장 많다.
성격소곡의 역사는 아주 멀리는 14세기의 '바탈리아'(Battaglia, 뜻: 전쟁), '카치아'(Caccia, 뜻: 사냥)와 같은 묘사적 성격의 음악으로부터 시작했다고 볼 수 있다. 그러나 더 근접되게는 16, 17세기의 건반악기나 류트 음악을 들 수 있다(영국의 버지날리스트, 프랑스의 클라브생 악파). 본격적인 성격소곡의 출발은 18세기 후반 독일의 감정과다적 건반음악에서 보는, 제목을 가진 소품들과 함께 시작한다. 성격소곡이 가장 활발하고 성공적으로 작곡되는 시기는 슈베르트, 슈만, 쇼팽 등이 활약하는 19세기이다. 19세기 말에 성격소곡은 살롱음악으로 발전하여 크게 대중화 되지만, 살롱음악은 예술적 의지가 박약한 것으로 평가받는다(예: 바다라체프스카의 「소녀의 기도」).
성격소곡들은 주로 다음과 같은 명칭을 사용한다:
16, 17세기: 무덤가(Tombau), 탄식가(Lamento), 코랄 프렐류드 등. 19세기: 음악의 순간(Moments musicaux), 소곡집(Albumblatt), 즉흥곡(Impromptu), 자장가(Berceuse), 엘레지, 카프리치오, 무언가, 녹턴, 라프소디, 로만스, 바가텔, 목가(Ekloge). 작곡자 별로는 슈만의 아라베스크, 위모레스크, 꽃다운 곡(Blumenstück), 노벨레테(Novellette)와 쇼팽의 발라드, 스케르초, 프렐류드, 에튀드 그리고 브람스의 간주곡(Intermezzo) 등이 있다.
성격소곡과 프로그램음악은 모두 제목이나 줄거리를 갖고 있는데, 그 구분은 다음과 같다. 일반적으로 성격소곡은 절대음악과 프로그램음악의 중간적 입장을 보인다. 프로그램음악이 줄거리 진행과 연속적 장면들을 묘사하는 반면, 성격소곡은 더 분위기적이고 상황적인 것을 강조한다. 넓은 의미의 성격소곡에는 통일적이고 강하게 두드러지는 성격을 보이지만 아무런 음악외적 제목을 갖지 않고 장르 명칭만 가진 것까지도 포함된다. 작곡을 주도하는 음악외적 요소가 증가하면 할수록 성격소곡은 더 프로그램 음악에 가까워진다. 프로그램적 제목을 갖는 성격소곡으로는 슈만의 「파피용」, 「카니발」, 「숲의 정경」, 리스트의 「위안」(Condolations), 레거의 「나의 생애에서」(Aus meinem Leben) 멘델스존의 『무언가』 등을 들 수 있다.
[나진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