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만스(프.영. romance, 도. Romanze).
로만스는 12세기 후반에 민속적인 로만어(라틴어 계통의 언어: 이탈리아·스페인·프랑스·포르투칼·루마니아어 및 그 방언)를 식자층의 언어인 라틴어와 구별하여 부르는 말이었다. 문학적인 용어로서 이 말은 당시에 '로만어에 의한 이야기' 정도의 뜻을 가졌다. 그후 일반적인 이야기라는 뜻을 거친 후 13세기에 '프랑스어에 의한 이야기'라는 의미로 그 뜻이 한정되었다.
그러나 15세기에 로만스는 프랑스에서가 아니라 스페인에서 전설적인 영웅(기사) 이야기를 담은 장절 형식의 시를 의미하기 시작했다. 이런 로만스는 스페인에서 줄곧 가사의 특성에 따라 여러 여러 절로 되어 있었고 악기로 반주되었다. 18세기 후반 이후 프랑스에서도 여러 절을 가진 독창곡들이 로만스라는 이름으로 불렸으며 번호 오페라에도 쓰이기 시작했다. 이러한 로만스를 최초로 작곡한 사람들 중에는 장 자크 루소도 있었다. 그의 오페라「마을의 점장이」(Le devin du village, 1752)에도 로만스가 나타난다. 아래에 보는 루소의 로만스는 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에코(메아리)의 이야야기를 8절의 가사로 노래한다.
독일에서 로만스는 헤르더의 민요 운동이후 널리 퍼진 것으로 보인다.그의 음악은 단순한 선율 위주의 것이었다.
스페인의 영향 아래 18세기 후반 이후 프랑스에서 로만스는 감상(感傷)적이고 애수(哀愁)적인 분위기를 가진 사랑의 시를 나타내는 말이 되었다. 음악도 감상적 분위기를 돋구는 선율과 미묘한 변화가 이어지는 화성을 선호한다. 아래의 음악은 자댕(Louis Emmanuel Jadin, 1768-1853)의 로만스 [베르테르의 죽음](La Mort de Werther] 의 끝부분이다.
독일에서도 역시 18세기 후반에 스페인과 프랑스를 거쳐 형성된 이 용어는 '로만체'(Romanze)라는 이름으로 '이야기적이며 서정적인 시'를 뜻했다. 그후 로만스는 이러한 시나 노래를 총칭하는 말로도 쓰였다., 성격소곡에서 로만스는 낭만적(romantic 로맨틱)인 내용과 연상되면서 발라드의 전설적이고 무거운 분위기에 대칭되는 경향의 작품을 일컫는 데에 주로 쓰인다.
이러한 로만스는 역시 가곡의 형태로 많이 작곡되었으나, 가곡을 모델로 한 비교적 느린 기악음악에도 이같은 명칭을 사용하기 시작했다. 초창기에는 기악곡의 한 부분의 명칭으로 사용되었는데 고섹의 제2번 교향곡(op. 5, 1761)이나 베케(Beecke)의 피아노 소나타의 제2악장(1772) 등이 그 예들이다.
하이든은 제85번 교향곡(Hob. I 85, 1875/76, "여왕")의 제2악장에서 프랑스의 성악 로만스를 주제로 사용하면서 이 명칭을 사용했다. 모차르트는 실내악곡이나(세레나데, KV 370a, 1781; 「작은 밤의 음악」, KV 525, 1787) 협주곡에서(피아노, KV 466, 1785; 호른, KV 447, 1784/87; 호른, KV 495, 1786) 한 악장을 나타내는 말로 로만스를 자주 썼다. 로만스는 또 단악장의 기악곡에 대한 명칭으로 사용되었다. 베토벤은 바이올린 독주와 오케스트라를 위한 단악장 곡(op. 40과 op. 50, 1802)을 로만스라고 불렀다.
기악 로만스 가운데 가장 대표적인 것은 피아노 로만스이다. 칼 필립 엠마누엘 바하는 피아노를 위해 「로만스와 열두 변주곡」(Romance avec douze Variations 1766)을 작곡했다. 피아노 로만스는 특히 18세기 말을 넘기면서 본격적으로 나타났는데 튀르크(Türk)가 피아노 교습서에서 학습을 위한 연습곡임과 동시에 아마츄어적인 연주곡의 기능을 하는 것으로 로만스를 다루면서부터였다. 따라서 로만스는 피아노곡에서 성악 로만스를 모방하는 일종의 연주지시어의 의미로 널리 쓰였다. 이와 더불어 피아노 로만스는 일종의 '무언가'(無言歌)로서 이름있는 작곡가들에 의해 예술적인 성격소곡으로도 창작되었다.
멘델스존은 그의 두 번째 무언가집(op. 30, 1835)을 빠리에서 '여섯 개의 로만스'라는 이름으로 발표했다. 슈만은 피아노를 위한 로만스를 네 개(op. 28의 세 곡, 1839/op. 124, 제11번, 1854/미완성, 1829) 남기고 있으며, 브람스는 하나(op. 118, 제5번, 1892)를 작곡했다. [주대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