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발디(Antonio Vivaldi, 1678, 베니스 - 1741, 비엔나)
아버지와 레그렌치(G. Legrenzi)에게서 음악수업을 받음. 1703년 신부서품을 받음(천식으로 인해 곧 예전집행은 하지 않게 됨). 1703-40년 베니스의 고아원에서 바이올린 선생과 오케스트라 지휘자로 활동.
클래식 작곡가 중 ‘거의 대중음악가적인 명성’을 누리는 비발디는 당시에도 유명한 바이올리니스트 중의 하나였으며 작곡가로서 동시대인들의 작품활동에 커다란 영향을 미쳤다. 그는 알비노니, 토렐리와 함께 바로크의 독주콘체르토형식의 확립에 결정적인 기여를 했다. 그에게 가장 중요한 장르는 콘체르토로서 당시에는 매우 새롭게 들리는 음악이었다. 그가 살아있을 때에 출판된 14개의 모음집은 그의 소나타와 콘체르토를 널리 세상에 알려주었다. 하지만 성악곡 작곡가로서는 20세기초에 들어서야 재발견된다.
그의 콘체르토는 오페라의 요소를 담고 있으며(느린 악장의 모델이 된 것은 탄식가, Lamento), 1700년 경에 쓰여진 선명한 박절적 테마들은 상당히 기능화성학적이다. 그의 테마작법, 선율의 단계적 움직임, 음악형식 등은 당시 바이마르에 있던 요한 세바스찬 바하에게도 큰 영향을 미쳐 그의 9개의 콘체르토가 바하에 의해 다른 악기를 위해 편곡된다.
비발디는 현악기의 연주기법을 확대시킨 인물로서도 유명하다. 그는 바이올린 연주에서 새로운 활 사용법 등을 포함해 제12포지션까지 요구하였으며, 첼로 콘체르토에서는 역사상 처음으로 엄지손가락만을 이용해 연주하도록 지시하기도 하였다.
비발디는 오페라 작곡가로서 그리고 흥행가로서도 많은 활동을 하였다. 여가수 안네 지로(Anne Giraud)와의 친분관계로 인해 교회지도부에 의해 그의 오페라가 페라라에서 연주 금지된 것(1737년)은 유명한 사건이다. 알려진 49개의 오페라 중 19개는 완전히 그리고 몇개는 부분적으로 보존된 상태이다. 이것들은 대부분 긴 프레이즈의 레치타티보들과 극적인 음악들로 이루어져 있다. 가끔 급하게 쓴 청탁작품들에서는 다른 사람이나 자신의 음악을 차용했다.
비발디의 교회음악으로는 55개의 모테트, 찬미가, 미사곡들이 있는데 주로 독창성부와 현악을 위한 것이다. 이곳에서는 당시 오페라 스타일의 영향을 엿볼 수 있다. 대표적인 작품으로는 1716년에 쓰여진 다채로운 악기편성의 오라토리오 「유디타」를 들 수 있다. 이 외에도 두권에 달하는 세속칸타타와 1-3개의 성악성부와 계속저음 또는 그 이상의 악기들을 위해 쓰여진 세레나데 등이 있다. 기법적으로 이것들은 스트라델라를 따른다.
비발디는 작곡가로서 비교적 일찍 자신의 스타일을 발견했다. 그의 음악은 명쾌•평이하고, 첫 악장과 끝 악장은 기교가 많다. 여기에 적합한 연주음형, 이동반복적인 짧은 테마구성, 즉흥연주와 장식도 특징이다. 하지만 아쉽게도 비발디는 그의 초기의 스타일에서 많은 발전을 하지 못한다. 그래서 그의 작품들은 그의 생애 후반에 자주 비판되고(예, Quantz) 사후에 대부분의 곡들이 잊혀지게 된다. 비발디의 최대의 단점은 이 곡이나 저 곡이나 거의 비슷하게 들린다는 점이다. 그의 최대의 장점은 말의 설명이 필요없을 정도의 명료한 프로그램(표제) 음악적 성과이다. 그의 『사계』는 이런 면에서 매우 독보적인 18세기 음악이다.
그의 작품의 대강이 세상에 알려지는 것은 비교적 최근에 속한다. 1927-1930년에 젠틸리(A. Gentil)i가 피에몬테 수도원과 제노바에서 300개가 넘는 콘체르토와 19개의 오페라, 오라토리오, 그리고 여러 권에 달하는 교회칸타타와 세속칸타타 등을 발견하면서 비발디에 대한 연구가 다시 활기를 띤다.
그의 작품은 약 770개에 달하는데 그 중에 46개의 오페라, 477개의 콘체르토가(433개 보존) 있다. 독주콘체르토의 독주악기들은 바이올린, 비올라 다모레, 첼로, 플루트, 리코더, 오보에, 파곳, 만돌린 등이다. 이중콘체로토에는 2개의 바이올린, 바이올린과 첼로, 2개의 오보에, 2개의 호른, 2개의 첼로, 비올라 다모레와 류트, 2개의 만돌린, 2개의 플루트, 오보에와 파곳, 2개의 트럼펫이 쓰인다. 3중이상의 콘체르토와 모든 악기가 독주적으로 참여하는 실내 콘체르토도 47개에 달한다. 그의 대표작품인 『화성의 영감』은 12개의 콘체로토 그롯소, 이중 콘체르토, 독주콘체르토로 되어 있다. 이 작품은 암스텔담으로부터 시작하여 전 유럽에 퍼진다. 바하는 이 작품 중 몇 개를 오르간을 위해 옮겨 적는다. 1725년에 발간한 12개의 콘체르토 묶음인 『화성과 착상의 시도』(Il cimento dell’armonia e dell’invenzione)에는 4개의 소네트를 바탕으로 작곡한 『사계』가 있다.
수정일자: 2005-10-07
나진규
작곡(가)사전 한독음악학회
비발디, 안토니오 루치오(Vivaldi, Antonio Lucio, 1678-1741)
- 1678년 3월 4일 이탈리아 베네치아(Venezia)에서 출생.
- 1703년에 사제가 되었지만, 곧 건강을 이유로 음악에만 전념함.
- 1703-1740년까지 베네치아의 피에타 음악학교(Ospedale della Pietà)의 음악감독으로 활동.
- 1741년 7월 27일 오스트리아 비엔나에서 사망.
비발디에 대한 음악적인 평가를 두고는 역사적으로 여러 번 의견이 엇갈려 왔다. 불과 100여년 전만해도 비발디는 단지 이름만 알려져 있을 뿐이었다. 이마저도 이 이전 시기에 바흐 음악에 대한 관심이 고조되면서 바흐 연구 붐이 일어나고, 그러면서 바흐가 생전에 비발디 작품들을 개정 작업하였다는 사실에서 얻어진 부수적인 결과였다. 그러던 상황은 1920년대에 이른바 ‘토리노(Torino) 장서’ 속에서 그의 작품들이 대발견되면서부터 (오늘날 알려진 그의 작품들 중 대략 3/4 정도가 이때 발견되었다) 완전히 역전되기에 이른다. 그 결과 오늘날 비발디의 작품들은 주요 연주회의 고정적인 레퍼토리로 완전히 입지를 굳혔으며, 때에 따라서는 이러한 현상이 과열된 감마저 불러일으킬 정도로 그에 대한 평가는 딴판이 되어버렸다. 하지만 그의 음악을 두고 벌어졌던 이 같은 극과 극을 달리하는 평가는 비단 그의 사후뿐만이 아니라 이미 그의 생전에도 일어났던 일이었다. 전반적으로 그의 탁월한 바이올린 연주기량에 대해서는 이견이 없었으나 그의 작품을 두고는 의혹에 찬 판단이 주를 이루던 때도 있었으며, 심지어 이러한 경향은 계속 이어져 오다가 200여년이 지난 후에 이르러서까지 다소 과장된 표현으로 여겨지기는 하나 ‘같은 내용의 같은 곡을 가지고 비발디는 600번이나 연이어 작곡하였다’라는 식으로 스트라빈스키(I. Stravinsky)는 야유조의 혹평을 하기도 하였다.
언급한 바와 같이 1920년대 비발디 작품의 대발견이 있기 전까지 그의 작품에 대하여 전체적으로 논한다는 것은 불가능한 일이었다. 특히 그의 교회음악 작품들에 대해서는 아직까지도 알려진 바가 거의 없던 상황이었다. 그 이후, 한편으로는 현재에 이르기까지 비발디에 대한 연구가 활기를 띠며 이루어져 오고 있으나, 또 한편으로는 아직까지도 그의 음악 세계에 대한 종합적인 판단은 단지 하나의 희망사항에 머무르고 있을 뿐이다. 왜냐하면 그의 음악 양식적인 발전을 정리하고 가늠하기가 현실적으로 아주 어렵기 때문이다. 어려운 이유는 무엇보다 비발디가 한편으로는 당시에 통용되던 거의 모든 음악장르들을 섭렵하면서 총 770여곡에 달하는 작품들을 작곡하여 놓았으나, 또 한편으로는 작곡 연도를 기록해 놓는 데에는 상당히 미흡해서 아직도 이들 작품 대부분에 대한 신뢰할 수 있는 창작시기를 제대로 제시할 수 없다는 사실에서 기인한다. 게다가 전해오는 자료가 설령 비발디의 직접적인 주도 아래 발행되었던 악보들이라 하더라도, 주로 이전 시기에 작곡하였던 작품들 중에서 발췌하여 발간하는 경우가 주된 추세라서 여기에서도 정확한 시기를 밝혀내기가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다. 더 나아가 비발디의 작곡스타일 역시 비정상적이라 할 만큼 고정적이라서 이를 토대로 한 연대순 정리 역시 불가능하다. 그러니까 결국 비발디의 음악세계에 대한 평가는 아직까지는 작품 장르별로 나누어 이루어지는 것이 주된 추세라 하겠다.
비발디의 작품이 처음으로 공개된 시점은 1705년의 트리오소나타 작품집 ≪실내 트리오소나타≫(Suonate da camera a tre, Op.1, 1705)를 발행하면서부터이다. 비로소 이 작품그룹부터 그의 초기 음악스타일을 가늠하는 것이 가능하게 되었으며, 이 시기 이전의 작품에 대해서는 아직 밝혀진 것이 없다. 아무튼 이 작품집은 한편으로 악장배열이라든가 악장 내에서 형식을 다루는 스타일 면에서 아직도 코렐리(A. Corelli)의 소나타 전통을 대부분 그대로 계승하는 듯하나, 또 한편으로는 형식ㆍ내용 면에서 이를 벗어난 진취적이고 개성적인 모습을 보여준다. 다시 말해 이것이 최초로 발표된 곡들임에도 불구하고 나중에 가서 그의 고유 음악스타일을 이루는 특징들이, 가령 모티브를 배합 내지는 조합하는 기술이나 음악적으로 여유로운 구성법, 또는 음향감각적인 것에 대한 각별한 선호 성향 등의 요소들이 도처에서 확인되기 때문에, 이미 이전부터 수많은 작곡활동을 통해 경험을 축적하여 나름대로의 음악스타일을 형성해 왔음을 짐작케 하여 준다. 이후에 발표되는 트리오소나타 곡들에서는 본래 제1바이올린과 음악적으로 거의 대등한 이중주 구성을 통하여 음악흐름에 대화하듯이 참여하던 제2바이올린의 역할이 점차적으로 간소화되며 수동적으로 변해간다는 점에서, 폴리포니적인 구성에서 호모포니적인 음악짜임새로 전환해 가는 추세를 확인할 수 있다. 비발디 특유의 음악적인 스타일로서 풍부한 색채의 다양한 편성을 통한 화려한 음향음색적인 선호 성향은 그 밖의 3개 혹은 그 이상 수의 악기를 위한 앙상블 곡들에서도 잘 드러난다. 가령 한 바이올린 파트 대신에 류트, 리코더, 바순, 첼로 등과 같은 악기가 등장하기도 하며, 심지어는 오르간이나 쇼옴과 같은 악기가 편성악기로서 사용되기도 한다.
총 62곡의 솔로소나타곡들에서 가장 선호하는 악기는 트리오소나타에서와 마찬가지로 바이올린이었는데, 총 41개 소나타가 이 악기를 위한 것이었다. 그 밖의 곡들에서 등장하는 악기종류는 매우 다양하다. 심지어 백파이프와 같은 이색적인 악기가 요구되기도 한다. 최초의 솔로소나타 작품집 Op.2는 1709년 발간되었다. 여기에서는 아직 많은 면에서 코렐리의 영향이 확인되지만, 계속저음 파트가 빈번하게 바이올린 파트의 모티브를 넘겨받아 함께 음악을 만들어가는 개성적인 모습 또한 보여준다. 이와는 달리 드레스덴(Dresden) 장서에 포함되어 전해오는 대략 1716년경에 작곡되었을 것으로 추정되는 솔로소나타 작품 그룹에서는 계속저음의 역할이 아주 수동적으로 바뀌어, 대부분 화성적인 역할에 국한된 모습을 보여준다. 계속저음 파트가 이렇게 수동적인 역할로 단순화되면서부터 반비례적으로 바이올린 파트가 리듬적으로 훨씬 더 자유로워지는데, 이를 통하여 초기교적인 장식연주로까지 발전하는 것을 볼 수 있다. 이러한 추세는 후기 곡들로 가면 갈수록 점점 더 강화된다. 이 장르의 절정은 1740년 발행된, 전반적인 4악장 구조로 교회소나타 전통을 따르는 6곡의 첼로소나타 작품집에서 찾아볼 수 있다.
비발디의 음악세계에서 가장 대표성을 이루는 분야는 솔로콘체르토이다. 확실하게 지금까지 그의 작품으로 헤아릴 수 있는 이 장르의 작품 수만 해도 총 329곡이다. 여기에서도 선호 악기는 단연코 바이올린이다(220개의 콘체르토). 그렇다고 다른 악기들이 단지 부수적으로만 다루어졌다는 의미는 아니다. 이와 같은 특징은 전해져 오는 45곡의 이중콘체르토들에서도 그대로 적용된다. 그 밖에도 비발디가 작곡한 콘체르토 유형 중에는 3개에서 6개 솔로악기들이 참여하는 실내콘체르토가 22곡 있으며, 현악오케스트라를 위한 콘체르토도 44곡 있다. 따라서 장르를 불문하고 콘체르토 유형에 속하는 총 작품 수는 440여곡 정도로 산정된다.
작품수용사적인 맥락에서 가장 의미를 지니는 콘체르토를 위한 작품집으로는 1711년 암스테르담(Amsterdam)에서 발행된 ≪화성의 영감≫(L’estro armonico, Op.3)이다. 비발디가 이 작품집을 당시 최고의 출판업자 로제(E. Roger)에게서 출판했다는 대목부터가 이 곡들이 지닌 의미를 말해 준다. 발행을 위하여 곡들은 신중하게 선별된 듯하며, 이렇게 모아진 1-4대의 솔로바이올린을 위한 콘체르토들이 작품집에서는 의도적으로 좌우 대칭적으로 배열된 듯하다. 여러 창작시기에 걸쳐 작곡된 곡들을 모아 놓은 이 작품집은 비발디 콘체르토 스타일의 발달사는 물론 콘체르토 장르 자체가 갖는 변천사를 인상적으로 체험할 수 있는 좋은 기회를 제공한다. 가령 여기에서는 일부 곡에서 코렐리의 콘체르토 그롯소 모델이나 토렐리(G. Torelli) 혹은 알비노니(T. Albinoni)의 솔로콘체르토 타입에 따르는 작품들도 접할 수 있지만, 또 다른 곡들에서는 이후 비발디 콘체르토 스타일의 주요 특징이 되는 요소들, 이를테면 3악장 구성이라든지 리토르넬로 형식의 사용 등의 요소들을 이미 확인할 수 있다. 당시 비발디의 국제적 명성은 이 Op.3 작품집의 보급과 더불어 빛나기 시작하였다.
1-2대의 솔로바이올린을 위한 콘체르토 작품집 ≪기발한 착상≫(La stravaganza, Op.4, 1714)에서 비발디는 매우 실험적인 경향을 보여준다. 한편으로는 이곳에서도 토렐리와 알비노니 콘체르토의 영향이 확인되지만, 또 한편으로는 특히 화성적인 면에서 이 두 음악가를 훨씬 넘어서는 개혁적인 모습을 보여준다. 그러한 새로운 요소로는 무엇보다 화성진행 과정에서 접하게 되는 다이내믹한 템포의 변화에서 찾아볼 수 있다. 또한 콘체르토 고유의 특징인 솔로와 투티 간의 교체 구성을 비발디는 이곳에서 드라마틱하게 이완시키는데, 가령 빈번하게 돌아오는 리토르넬로 부분을 축소시켜 그러한 구성을 꾀한다. 마찬가지로 그는 솔로 에피소드 내용을 위해서 자주 리토르넬로 부분의 주제적인 요소를 그대로 혹은 변형시켜 가져다가 사용하기도 한다. Op.4의 제8번과 제11번 콘체르토에서는 특이하게 리토르넬로에 앞서 에피소드를 먼저 선행시켜 연주하게 하기도 한다. 비발디 콘체르토가 갖는 또 다른 특징으로는 특정 연주음형들에 대한 선호 성향을 거론할 수 있다. 흔히 개방현을 사용하여 넓은 음역을 범위로 코드연주를 하는데, 이때 연주되는 음형들은 화려하고 기교적인 연주효과를 일으키곤 한다. 비발디의 음악적인 주요 무대였던 베네치아의 피에타 음악학교는 물론 기교적인 바이올린 콘체르토들의 공연을 위하여 이상적인 환경을 제공하였지만, 이러한 기교성은 솔로바이올린에만 국한하지 않고 다른 악기를 위한 콘체르토들에서도 잘 확인된다. 예를 들어 첼로나 바순 콘체르토들에서 비발디는 솔로 악기들을 빈번하게 베이스와 테너 음역을 넘나드는 식으로 구성하는데, 이를 통하여 마치 대화 분위기를 창출해 내려는 듯하다. 오보에 콘체르토들은 여러 면에 있어 바이올린 콘체르토와 양식적으로 유사하며, 단지 관악기 특유의 호흡이라든지 연주음역을 감안한다는 점 등에서 차이를 보여준다.
작품집 Op.7, 1716년경에 포함된 오보에 콘체르토들에서는 아직 솔로(solo)와 투티 간의 구분이 명확하게 이루어지지 않아서, 흡사 오보에를 위한 작품이 아니라 오보에와 함께하는 콘체르토라는 느낌을 준다. 이런 점에서 진정으로 최초의 오보에 콘체르토라 하면 1725년 발행된 ≪화성과 착상의 시도≫(Il cimento, dell’armonica e dell’ inventione, Op.8, 1725년) 중 제9번과 제12번곡을 꼽을 수 있다. 바로 이 작품집의 첫 4곡이 유명한 프로그램 콘체르토인 ≪사계≫(Le quattro stagioni)곡들로서, 매 곡마다 프로그램의 내용을 담고 있는 소네트(sonnet)가 제공되는 것이 특징이다. 각 악장이 묘사해내고자 하는 전체적인 분위기나 배경은 리토르넬로 부분에서 표현되며, 반면에 솔로 에피소드 부분은 단편적인 장면이나 사건을 음악적으로 묘사해 낸다. 1728년 비발디는 플루트를 위한 콘체르토 작품집 Op.10을 발행하였다. 이들 중 4곡은 본래 리코더를 위한 곡들이었는데 이 작품집 발간을 위하여 개작한 것들이다.
전해오는 45곡의, 2대의 동일하거나 혹은 다양한 악기들을 위한 이중콘체르토 중 25곡이 두 바이올린을 위한 작품들이다. 이곳에서 바이올린을 취급하는 양상은 전반적으로 단조로운 구성을 보여주는데, 예를 들어 두 악기를 긴 범위에 걸쳐 내내 단순히 주고받는 구성을 통하여 대화하는 모습으로 끌고 간다든지, 획일적인 3도 혹은 6도 병진행으로 일관한다든지 하는 점에서 그런 느낌을 받게 된다. 이런 점에서 이곳에서 빈번하게 접하게 되는 과다한 이동반복(시퀀스)의 사용은 가히 상투적이라 할 만하다. 합주콘체르토의 경우에서와 같이 비발디는 이곳 이중콘체르토에서도 새로운 스타일을 창출해 내기 위해 색다르고 다양한 악기들, 예를 들어 만돌린, 테오르보, 쇼옴 등과 같은 악기를 편성에 포함시켜 사용하기도 한다. 교향악적인 스타일의 작품으로는 4성부 현악오케스트라와 계속저음을 위한 콘체르토를 들 수 있다.
비발디는 생전에 오페라 작곡가로서도 명성을 날렸다. 오페라 작곡가로서의 데뷔는 비교적 늦은 1713년부터였으며, 그럼에도 1718년 이후 근 20년에 걸쳐 이 장르에 전념하여 총 45곡의 오페라를 작곡하였다. 이중 16곡이 완전한 형태로 전해 온다. 1725년까지의 오페라 스타일을 보면 주로 기악파트들이 주도적인 역할을 하는 것이 특징이다. 선율 역시 주로 이 파트들에 할당하는 식으로 구성된다. 이후 나폴리악파의 영향을 받으면서 점차적으로 성악파트가 음악적으로 전면에 나서기 시작한다. 아리아의 양은 줄어들지만, 그 규모는 확대되기에 이르며, 음악구조적으로도 B부분이 A부분에 대하여 점차적으로 더욱 강한 대비를 이룬다. 기악음악에서와 마찬가지로 비발디는 이곳에서도 다양한 변화와 색채감 넘치는 음악구성법을 보여준다. 가사 내용을 기악파트들이 음악적으로 해석해 내는 감정표현 내지는 감정묘사 부분들은 오늘날에도 깊은 인상을 심어 줄만하다. 그밖에도 이보다 작은 규모의 무대 음악이 8곡이 있는데, 이중 3곡이 전해 온다.
이 외에도 39곡의 칸타타와 60여곡 이상의 교회적 성악작품들이 있다. 4곡의 오라토리오 중 지금까지 완전한 형태로 전해 오는 곡은 ≪승리의 유디타≫(Juditha triumphans, 1716)뿐이다. 비발디의 칸타타에서는 간간히 선율적인 구성에서 결함을 보이는 부분이 확인되기도 하는데, 이러한 것들은 대개 리듬적으로나 기교적인 구성을 통하여 은폐되곤 한다. 표준을 이루는 4악장 구조와는 달리 비발디는 콘체르토의 영향 아래 ‘빠름-느림-빠름’의 3악장 구성의 곡을 아리아-레치타티보-아리아로서 즐겨 쓰곤 하였다.
비발디의 음악적인 기량이 충분히 발휘되었을 것이라는 확신에도 불구하고 교회성악곡에 대한 연구는 충분하게 이루지지 않은 상태인데, 아직까지도 전반적으로 미흡한 편이다. 소(小) 편성 곡인 모테트 등과 같은 곡들에서는 음악양식적으로 현악앙상블 반주를 갖는 세속 칸타타와 많은 유사함을 보여준다. 여기에서는 또한 솔로와 코러스 간 구성이 콘체르토와 같은 특징들을 보이기도 하는데, 특히 이럴 때에 합창 파트가 리토르넬로의 역할을 수행하는 식으로 구성된다. 물론 전통적인 범위에 국한되는 것이기는 하지만 이곳에서 사용되는 대위법적인 기법들을 통해 이러한 구조적인 특징은 음악 내용적으로 더욱 풍부해진다. 이런 점에서 비발디는 특히 솔로와 투티 간에 주제적인 소재를 서로 연계시켜 사용한다든가, 아니면 모티브의 상호순환적인 사용 및 전통적인 규범에 따른 푸가의 구성 등을 통해 자신의 음악적인 기량을 능수능란하게 표출시키기도 한다. 특히 개성적인 면모를 보여주는 요소는 현악오케스트라와 합창 간의 대비적인 구성이다. 오케스트라가 선율적으로 주도하며 전면에 나설 때에 합창은 단지 화성적인 역할만을 수행하며, 반대로 합창이 선율을 담당할 때에는 오케스트라가 배경으로 물러나는 식으로 구성이 된다.
비발디의 작품들이 수적으로 막대한 양으로 전해져오는 상황에서 질적으로 뛰어난 작품들이 물론 대다수이겠으나 반면에 음악적인 가치가 다소 떨어지는 곡들도 포함되어 있다는 사실은 차라리 자연스러운 현상처럼 여겨진다. 이런 점을 감안하더라도 특히 기악음악사에서 장르적인 측면이나 형식적인 측면에서 비발디가 이룩해 놓은 업적은 절대 과소평가할 수 없다. 비발디의 샘솟는 창작력과 함께 기악음악의 발전은 전체 유럽적인 차원에서 한층 더 힘을 얻고 가속화되었다. 당시 음악가들 대부분은 비발디로부터 영향을 받아 그들의 개성적인 음악스타일을 발전시킬 수 있었으며, 이점에 있어서는 후대 작곡가들 역시 예외가 아니었다.
참고문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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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일자: 2010.2.22
[연상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