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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보
공척보(工尺譜) [gongchip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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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척보(工尺譜, 중.gongchipu)

중국 전통음악에서 가장 널리 사용된 악보. 공(工), 척(尺) 등의 글자로 계명을 기록하기 때문에 공척보라 불린다. 민속적인 노래, 곡예, 희곡, 기악 등 많은 부분에서 당나라 시대 이후 오늘날까지도 사용되고 있다. 가장 오래된 공척보는 933년(후당명종장흥4년 后唐明宗長興四年)에 기록된 {당인대곡보}(唐人大曲譜, 돈황 굴에서 발견된 악보)에 나타난 연악반자보(燕樂半字譜)라 할 수 있다. 그 후 송나라의 속자보(俗字譜)를 거쳐 명나라와 청나라 이래 통용하는 공척보로 발전하였다. 공척보는 관악기운지법을 표시하는 기호로부터 발전되어 나왔을 것으로 추정된다. 
공척보는 시기, 지역, 음악종류 등에 따라 음을 표시하는 글자('보자'譜字라 칭한다), 글자체, 궁음(宮音)의 위치, 음이름이 서로 차이를 보인다. 중국에서 통용된 공척보는 10개의 글자를 사용한다. 이는 북송(北宋)이래 심괄(沈括)의 {몽계필담}(夢溪筆談), 진양(陳暘)의 {악서}(樂書), {요사}(遼史)의 악지(樂誌) 등에 기록되어 있다. 진양의 "악서"는 피리를 설명하면서 "오늘 교방(敎坊)에서 사용한 피리는 앞에 7개의 구멍이 있고 뒤에 2개의 구멍이 있는데 '오(五)', '범(凡)', '공(工)', '척(尺)', '상(上)', '일(一)', '사(四)', '육(六)', '구(勾)', '합(合)'의 글자로 그 소리를 기록하였다."라고 쓰고있다. 이를 악보로 풀어 나타내면 다음과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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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척보


10개의 글자 중에서 "六"과 "五"는 옥타브 위의 음들을 표기한다. 그리고 "四"(혹은 "五"), "一", "凡", "工" 등 4개의 글자는 반음 높거나 반음 낮음을 겸하여 표시한다. 이는 별도의 기호로 표시되지 않는 경우가 많으나 때로는 "상(上)"혹은 "고(高)", "하(下)" 등 글자를 써서 구별되기도 한다. 따라서 공척보는 불편하나마 12음률 모두를 기록할 수 있다. 하지만 어떤 글자는 하나의 음만을, 어떤 것은 두 개의 음을 지시한다. 그래서 이 악보는 별도의 기호를 표기하지 않을 경우 정확한 음높이를 나타내는 데에 어려움을 갖는다.  
현재 중국에서 통용되는 간편화된 공척보는 "상(上)", "척(尺)", "공(工)", "범(凡)", "육(六)", "오(五)", "을(乙)"("乙"의 한 옥타브 아래의 음은 "一"이라고 적는다.)인데, 이는 <도레미파솔라시>에 해당된다. 이들의 한 옥타브 높은 음들은 글자의 마지막 필획(筆劃)을 위로 펴들어 꼬리를 붙이거나 원래 보자의 왼쪽에 인변(イ)을 붙여 표시한다(주의: 한국의 전통음악에서는 인변을 '倍'의 약어로서 한 옥타브 아래 음을 표기할 때에 사용한다). 예를 들어 "상(上)"의 한 옥타브 높은 음은 "上" 혹은 " イ上"으로 표시한다.  두 옥타브 높은 음은 마지막 필획을 두번 위로 쳐들어 꼬리를 붙이거나 원래 보자의 왼쪽에 붙은 인변 위에 한 획을 더 그은 글자를 붙여 구별한다. 한 옥타브 아래의 음을 보자"육(六)"은 "합(合)"으로 , "오(五)"는 "사(四)"로 표시하고 남은 것들은 마지막 필획에 밑으로 꺾는 꼬리를 붙여 구분한다. 두 옥타브 아래의 음을 표시할 경우 꼬리를 두 번 꺾는다. 글자체도 정체(正體)와 초체(草體)로 나뉜다.공척보의 전통적인 서식은 세로로(위에서 아래로 오른 쪽에서 왼쪽으로) 쓴다. 현재는 가로로 기록하는 사람도 있다. 공척보의 리듬은 판안(板眼)의 기호로, 조의 이름은 조문(調門)에 의해 기록된다.        
한국에서는 공척보가 조선조 초기의 악보에서만 나타나는데(세종실록 악보, 세조실록 악보), 그것도 중국의 아악을 기록하는 곳에서만 나타난다. 이 악보에 대한 설명은 악학궤범에 실려 있다. 증9도 음정(옥타브+증2도, 또는 12율+4청성, '五'가 위로 반음 더 넓혀져 3개의 음을 나타낼 수 있다) 안에 나오는 모든 반음들을 중국의 것과 똑같은 10개의 문자로 기록한다. 열 개의 글자를 사용하기에 십자보(十字譜)라고도 불리기도 했다. 

[김광수/홍정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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