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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랄변주곡, 하늘 높은 곳에서 내가 내려와, 바흐 BWV 769 [Bach: Variationen übe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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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진규
저자: 나진규
등록일자: 2007-08-06

코랄변주곡, 하늘 높은 곳에서 내가 내려와, 바흐 BWV 769
[Bach: Variationen über ‘Vom Himmel hoch, da komm ich her’, BWV 76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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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곡의 원래 제목은 Einige canonische Veränderungen über das Weihnachtslied ‘Vom Himmel hoch, da komm ich her’이다(성탄절노래인 ‘하늘 높은 곳에서 내가 내려와’에 기초한 몇 개의 카논적 변주). 고정선율로 쓰인 성탄코랄은 루터의 가사(1535)와 곡(1539)에 기초한다. 코랄의 가사는 하늘로부터 내려와 예수 성탄의 소식을 전하는 천사의 말이 주를 이룬다. 이 코랄은 오르간 소책자(Das Orgelbüchlein)에서도 편곡된 일이 있다(BWV 606). 이 변주곡은 바흐가 1738년에 만들어진 미츨러협회(Mitzlersche Societät, 헨델과 텔레만도 이 협회의 회원이었음)에 가입하기 위하여 제출작으로 1746년에 작곡한 것이다(이 작품과 함께 바흐는 6성부의 3중카논인 BWV 1076도 당시 미츨러협회에 제출하였다). 이것은 1747/48년에 인쇄되었는데, 이때 몇몇 세밀한 부분이 수정되었으며, 변주순서도 바뀌었다.
이 곡은 C장조의 166마디로 이루어졌으며, 총 5개의 카논적 변주로 이루어졌다. 제1변주는 12/8박자로 쓰여진 반면, 나머지 변주는 4/4박자로 쓰였다. 개개의 변주는 다양한 카논으로 이루어져, 제1변주는 옥타브카논(Canone all' ottava)인 반면, 제2변주는 5도카논(Canone alla quinta)이고, 제3변주는 7도카논이며(Canone alla settima), 제4변주는 리듬적으로 확대된 옥타브카논이다(Canon per augmentation). 제5변주는 6도, 3도, 2도, 9도카논 등으로 이루어진 혼합카논이다(L'altra sorte del Canone al rovescio). 원래는 혼합카논인 제5변주가 제3변주로, 7도카논인 제3변주가 제4변주로, 그리고 옥타브카논인 제4변주가 이 곡의 마지막 변주로 쓰여졌었다(BWV 769a).
곡의 진행상태를 자세히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제1변주에서는 페달은 고정선율을 연주하는 가운데, 두 건반성부가 옥타브카논을 연주한다. 16분음으로 움직이는 두 카논성부에서 음계적으로 하행하는 처음진행은 텍스트의 ‘하늘로부터 내려오는’을 표현하는 것으로 보인다. 제2변주에서도 고정선율은 제1변주에서처럼 페달에 나타난다. 두 건반성부는 반마디간격을 두고 5도 음정 안에서 카논적으로 연주되는데, 이들의 시작부분(마디 1-2)은 고정선율을 리듬적으로 축소해 일부는 16분음으로 장식하며 연주한 것이다. 제3변주는 4성부로 이루어졌는데, 소프라노는 고정선율을 연주하는 반면, 알토는 자유로운, 장식적이며 칸타빌레적인 선율을 연주해 서로 대비된다. 그 사이 페달과 테너는 엄격한 7도 카논을 연주한다. 이들 성부의 처음에는 고정선율의 첫 부분이 8분음리듬으로 축소되어 장식 없이 연주된다. 
제4변주도 제3변주처럼 4성부로 이루어졌으며, 코랄의 고정선율은 페달에 위치한다. 3개의 반주성부에서는 왼손의 하성부가 오른손의 상성부를 리듬적으로 확대하여 옥타브카논으로 연주하는 것이 특징이다. 인상적인 것은 위의 카논적 모방이 8분음간격을 두고 이루어진다는 것이다. 알토성부는 처음에는 위의 카논성부를 모티브적으로 모방하다 나중에는 자유롭게 진행한다. 마디 30-31에서는 소프라노가 갑자기 코랄선율의 처음부분을 짧은 16분음리듬으로 연주해 마치 인용된 것처럼 나타난다. 또한 마디 39에서는 알토가 바흐의 이름(B-A-C-H)을 가리키는 음들(bb-a-c-b)을 연주한다. 그런가 하면 마디 40/41의 알토에서는 위의 BACH음이 역행된 상태로 16분음진행 안에서 나타난다(b-c'-a-bb).
제5변주에서는 코랄선율이 여러 번 반복되며, 여러 가지 음정으로 모방되는데, 인상적인 것은 그때마다 그것이 전위형태로 모방된다는 것이다. 우선 6도카논(alla sesta)인 마디 1-13에서는 오른손이 고정선율을 연주하면, 왼손이 그것을 한마디 간격 안에서 전위형으로 모방한다. 페달은 이때 보다 빠른 8분음들을 연주한다. 3도카논(alla terza)인 마디 14-26에서는 왼손이 고정선율을 약간 변화된 상태로 연주하면, 오른손이 이를 한마디간격 안에서 전위형으로 선모방한다. 페달은 앞서간 6도카논에서처럼 8분음을 지속적으로 연주한다. 4성부로 연주되는 2도카논(alla seconda)인 마디 27-39에서는 페달이 고정선율을 연주하면, 왼손의 하성부가 이를 한마디간격 안에서 전위형태로 모방한다. 왼손의 상성부는 이 하성부에 대선율처럼 작용하는 반면, 오른손은 음계적인 16분음진행을 주로 연주해 이전의 페달성부 역을 넘겨받는다. 9도카논인 마디 40-51은 3도카논인 마디 14-26과 비슷한 구조를 보여, 오른손의 상성부가 고정선율을 연주하면, 페달이 이를 한마디간격 안에서 전위형으로 선모방한다. 16분음진행은 이제 왼손에 나타나며, 오른손의 하성부는 상성부의 고정선율에 대해 대선율처럼 작용한다. ‘diminutio’라 쓰여진 마디 52-53에서는 마지막 코랄행에 해당하는 마디 50-51의 소프라노선율이 페달에서 반복되며 이어지는 종결부를 도입하는 역할을 한다. 3개의 상성부들은 카논적으로 첫 번째 코랄행을 리듬적으로 축소시켜 반복한다(마디 53의 알토에서는 이 코랄행이 전위형으로 나타남). 이곳에서는 성부수도 5성부로 확대된다. ‘alla stretta’라 쓰여진 마지막 3마디(마디 54-56)에서는 모든 코랄행이 여러 성부에서 밀착진행 형태로 나타난다. 즉, 알토가 마디 54의 제1박 이하에서 첫 번째 코랄행을 연주하면, 베이스는 제3박 이하에서 두 번째 코랄행을 연주한다. 이어서 테너가 마디 54의 제4박 이하에서 세 번째 코랄행을 연주하면, 소프라노는 마디 55의 제3박 이하에서 마지막 코랄행을 연주한다. 제4변주의 마지막에서처럼 종결변주의 마지막에서도 바흐 이름을 본뜬 bb'-a'-c''-b'음이 내성부들에서 나타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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