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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작품
프렐류드와 푸가 C장조(오르간), 바흐 BWV545 [prelude and fugue C major, BWV5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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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렐류드와 푸가 C장조, BWV 545

이 작품의 작곡시기를 밝히는 것은 쉽지 않다. 이는 여러 개의 원전 버전들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우선 바이마르시기의 초기버전(545a)에는 프렐류드의 처음 3마디와 마지막의 4마디가 없는 반면, 이후의 다른 버전들에서는 다섯 번째 트리오소나타의 라르고(Largo)가 중간악곡으로서 삽입되어 있다. 비로소 라이프치히 시기의 정서된 악보만이 오늘날과 같은 형태를 보여준다. 프렐류드는 31마디로, 반면에 푸가는 111마디로 이루어져 규모 면에서 상당한 차이를 보인다. 전체적으로 프렐류드가 일관적인 16분음진행에 기초하는 반면, 푸가는 8분음진행에 기초한다.

프렐류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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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렐류드는 상당히 힘찬 성격으로 되어 있는데, 이는 평균 3-5성부의 밀집적인 성부구조에서 뿐만 아니라 중단 없이 연주되는 페달에서 잘 알 수 있다. 페달이나 소프라노성부(마디 24이하)가 주기적으로 오르간지속음을 연주하는 것도 인상적이다. 그러나 이 곡에서 가장 특징적인 것은 모티브작업으로서, 곡 전체가 모티브들로만 이루어졌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이다. 우선 마디 1-3에서는 보조음적 진행에 이어 분산화성적으로 하행하는 16분음모티브가 나타난다. 마디 5의 오른손에는 순차적인 음들과 분산화성적인 음들에 의한 한마디 단위의 모티브가 나타나는데, 이 모티브의 선율은 이미 마디 4의 오른손의 두 성부가 합쳐서 만들어낸 것이다. 이 모티브는 이후에 거의 매 마디마다 모방적으로 나타난다. 예로서 마디 6-9, 12-14에서는 이 모티브가 원래처럼 매번 마디의 제1박에서 시작하는 반면, 마디 16-19에서는 매번 마디의 제3박에서 시작한다. 그런가 하면 이 모티브는 빈번히 세분화되어 앞이나 뒷부분 중에서 한 부분만 가공되기도 한다. 예로서 마디 10-11에서는 모티브의 전반부가 전위된 형태(소프라노, 테너)나 본래의 형태(알토)로 도입되는가 하면, 마디 15-16과 19-23(건반성부)이나 마디 24-26(페달성부)에서는 모티브의 후반부가 이동반복적으로 제시된다. 이 외에도 여러 다른 모티브들이 페달에 집중적으로 나타나는데, 예로서 마디 7이하나 마디 17이하의 싱코페이션적 모티브나, 마디 19(제4박)이하의 하행하는 8분음형 모티브가 그 예이다. 곡의 전체적인 구조는 다분히 대칭적이어서, 마디 1-3은 마디 28-30과, 마디 4-9는 마디 12-19와 거의 동일하다. 모티브의 전반부만으로 이루어진 마디 10-11은 모티브의 후반부가 주축이 된 마디 19-24와 음악적으로 잘 비교된다. 페달솔로처럼 쓰여진 마디 24(3)-26은 뒤따르는 종결부로 이어주는 연결구에 해당한다.

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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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푸가는 4성부푸가로서, 악곡의 균형과 견고함을 주된 특징으로 한다. 테마는 C장조 인벤션이나 C장조 평균율 푸가(제1집)의 테마를 연상시키는 선율로 시작한다. 테마는 거의 규칙적으로 등장해 청중에게 쉽게 감지될 뿐만 아니라 곡 전체도 큰 변화 없이 일관적인 8분음에 기초해 시종 기복 없는 진행을 한다. 단지 종결부 직전의 연결구에서는 처음으로 16분음진행이 나타나 다가올 푸가의 종결을 암시한다. 테마는 일반적인 규모의 4마디로 이루어졌으며, 2분음으로 시작해 싱코페이션 리듬(2분음+4분음)을 거친 후 4분음 위주의 진행으로 넘어가는 구조로 되어 있다. 제시부에서 테마는 알토, 테너, 페달, 소프라노의 성부 순서로 도입된다. 페달의 순차적인 진행을 주된 특징으로 하는 8마디의 연결구(마디 20-27)에 이어서 전개부의 초반부(마디 28이하)에서는 테마가 테너, 알토, 소프라노, 페달의 성부순서로 도입된다. 조성은 제시부에서처럼 토닉과 도미난트 조성으로만 제한된다. 또한 제시부에서처럼 이곳에서도 테마와 테마 사이의 연결구는 그리 크지 않다. 전개부의 중반부에 해당하는 마디 52이하에서는 테마가 알토(a)와 페달(끝에서 변형됨), 그리고 페달과 알토, 테너, 알토의 성부순서로 도입된다. 첫 번째와 두 번째 테마그룹 사이에는 하나의 긴 연결구(마디 65-72)가 삽입되어 앞서간 변형된 페달음형과 연결구(마디 49이하)의 음형을 주된 소재로 사용한다. 중반부에서 테마의 조성은 여러 번 바뀌어, 토닉병행 조성인 a단조(마디 52이하)와 그것의 도미난트 조성인 e단조(마디 62이하), 섭도미난트 조성인 F장조(마디 84이하)와 그것의 병행조성인 d단조(마디 89이하)가 사용된다. 종반부인 마디 100이하에서는 테마가 페달과 소프라노성부에서 각각 한번씩 C장조로 도입되며 푸가를 끝맺는다. 푸가는 5-7성부의 호모포니적인 구조로 힘차게 종결된다.

등록일자: 2005-01-22, 수정일자: 2005-10-26
나진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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