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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영조 [Lee, YoungJ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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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영조(李永朝 1943.4.17.서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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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곡가 이흥렬(李興烈, 1909-1980)의 7남매 중 다섯번째로 서대문구 북아현동에서 태어났다. 그 외에도 그의 형제와 자매 중에서 음악가들이 있다: 이영희(피아노), 이금해(피아노), 이영욱(작곡), 이영수(작곡). 이영조의 첫 스승이었던 아버지는 그가 중학 2학년이 될 때까지 피아노와 음악의 기초이론을 그에게 가르쳤다. 중학 2학년 이후 이영조는 작곡가 김동진에게 화성학과 작곡이론을 약 6년간을 배웠다. 배재 고등학교 시절에는 밴드부에서 클라리넷과 호른을 배웠다. 당시 서울 시향의 호른 주자였던 김종순에게 호른 레슨을 받았다. 다른 한편으로 장일환이 지도했던 기독합창단 단원으로 활동하기도 했다. 
그는 연세 음대의 학부와 대학원에서 작곡을 배웠다(나운영에게 사사). 나운영으로부터 주로 한국적인 창작사고를 하라는 가르침을 받았다. 또한 대학 재학 시절부터 국악에 대한 관심을 가지고 여러 가지 종류의 국악을 배웠다. 정재국에게 피리와 장구, 단소 등 국악기를 배우고 더 나아가 판소리 등에 대한 공부도 하였다. 70년대 후반(1977년)에 독일 뮌헨 국립음대로 유학을 가서 오르프(Carl Orff, 1895-1982)와 킬마이어(Wilhelm Killmayer, 1927)에게 작곡을 배웠다. 
1980년 귀국한 그는 연세 음대 작곡과 교수로 있다가 약 7년만에 교수직을 사임하고 다시 미국 시카고로 유학을 갔다(American Conservatory of Music). 그 곳에서 작곡학으로 박사학위를 받고 교수가 되었다. 1994년부터 한국예술종합학교 음악원 교수가 되었다. 1988년에 채동선 작곡상, 1993년 시카고 뉴뮤직 (Chicago New Music)상을 수상한 바 있다. 그의 주요 분야는 합창과 오페라로 볼 수 있다. {처용}과 {황진이} 같은 오페라는 그의 음악적 특징들이 거의 다 드러나 있다. 

이영조의 음악은 여러 가지 다양한 음악기법들을 사용한다. 아주 분명한 조성음악에부터 화성적 사고와는 거리가 먼 클러스터 음악까지 다양하다. 조성음악도 아주 단순한 장단조의 음악이 있는가 하면(예: 성가대용 교회합창곡), 바그너 식으로 (또는 리스트 식으로) 짧은 구간에 여러 번 전조를 거듭하는 경우도 있다(예: 오페라 {처용}의 낭송적 부분). 또한 3화음의 일부만 취하여 매우 느슨한 화성적 구조를 보여주는 경우도 있다. 무조음악도 적지 않다. 그런데 무조음악에서도 주요음들을 전음계적으로 설정하여 어느 정도 조성적, 선율적 성향을 보이는 음악도 있다. 한국 전통음악과의 관계는 아주 분명하다. 전통음악으로부터 테마를 가져오기도 하고, 시김새적인 특징들을 사용하기도 한다. 또한 조성적으로 선율적으로 파악하기 어려운 음향적 모습을 자신의 음악에 집어넣기도 한다(예: {경}, {월정명}). 이 때에는 음악이 음표로 그려내는 것을 넘어서서 그래픽으로 나아간다. 또한 한 음을 지속적으로 울리며 곡을 변형시켜 나가는 방식이 자주 사용된다. 전통적 장단의 직접적 사용과 그것들의 변형도 눈에 띈다.
현대적 성향이 강한 작곡의 경우에도 이영조는 비교적 듣는자들의 호응을 받는 편이다. 이런 면은 그의 음악이 현대적 음악을 쓰는 다른 작곡가의 음악과 상당히 차이나는 점이다. 이는 그의 음악이 비교적 파악이 쉬운 형식으로 되어 있고, 듣는자들에 대한 상당한 고려를 한 결과로 보인다. 또한 묘사적인 성향도 듣는 자가 쉽게 음악을 파악할 수 있게 하는 요인으로 보인다. 이런 면과 더불어서 그의 음악은 표현하고자 하는 바가 외향적으로 드러나는 편이다. 

[서혜라, 홍정수]


작곡(가)사전한독음악학회

이영조(李永朝, 1943-  ) 

- 1943년 4월 17일 작곡가 이흥렬의 7남매 중 다섯 번째 아들로 출생.
- 중학교 2학년 이후 김동진에게 화성학과 작곡이론을 약 6년간 배움.
- 연세대학교 음악대학의 학부와 대학원에서 나운영에게 작곡을 사사.
- 70년대 후반(1977년)에 독일 뮌헨 음대에서 오르프(C. Orff)와 킬마이어(W. Killmayer)에게 작곡을 사사.
- 1980년 이후 7년간 연세대학교 음악대학 작곡과 교수를 지낸 후 시카고(American Conservatory of Music)로 유학하여 작곡학으로 박사학위를 받고, 그 학교의 교수가 됨. 
- 1994-2008년 8월까지 한국예술종합학교 음악원 작곡 교수로 활동함. 
- 2008년 9월부터 영재교육원 원장.
  
이영조는 1960년대부터 작곡을 시작하여 현재(2009)까지도 왕성한 작곡활동을 보이고 있다. 그의 주요 장르는 합창, 오페라, 실내악, 가곡, 관현악, 독주곡, 교회음악(합창/독창/칸타타)이다. 그 밖에도 피아노음악, 오르간 음악, 전자음악, 동요도 작곡했다. 그 중 합창은 그의 작곡적 입지를 확실하게 만든 장르이며, 오페라에서는 그의 다양한 작곡방식이 종합된다. 
  
이영조는 혼합주의적 양악전통을 계승한 작곡가이다. 이 전통은 서양음악과 한국 전통음악을, 과거와 현대의 음악을 혼합한다. 이 경향에서 한국양악의 주요 성과가 있었다. 나운영, 김순남, 윤이상 등의 비중 있는 작곡가들은 상당한 정도로 혼합주의적이었다. 이영조도 이 흐름을 따르고 있는데, 어느 누구에게서보다 혼합의 정도가 광범위하다. 예를 들어 김동진은 한국 전통음악을 취하되 주로 판소리를, 윤이상은 주로 궁중음악을 취했다. 하지만 이영조는 민요, 농악, 풍류방음악, 판소리, 범패, 가야금 음악, 시조를 취하여 작곡의 바탕을 삼았다. 또한 서양음악을 취하는 경우에도 다양한 작곡가들을 대상으로 하고 있다. 자주 연주되는 그의 피아노음악 ≪바우고개 변주곡≫(1983)은 그의 혼합주의를 상징적으로 드러낸다. 이 음악은 ≪바우고개≫(작곡: 이흥렬 1934, 작사: 이서향)의 테마를 바흐(푸가), 베토벤(소나타악장형식), 쇼팽(녹턴), 드뷔시(온음음계, 5음음계), 바르톡(타악기적 헝가리 리듬), 베베른(점묘적 음렬), 메시앙(화성음렬), 이영조(“중심음”=일정한 음에 집중하는 음악) 방식으로 작곡한 것이다. 이 곡과 비슷한 작품으로 ≪3B(바흐, 베토벤, 브람스)를 위한 변주곡≫(1984)이 있다. 이러한 곡들은 서양음악의 18-20C를 아우르는 내용이다. 이러한 종류의 음악이 아니더라도, 그의 작품은 다양한 음악이 대립하고 혼합하는 과정에서 형성된다. 
  
나운영은 이영조를 이해하는 중요한 전제조건이다. 이영조 음악의 중요한 내용들은 나운영의 “민족적” 음악과 “현대적” 음악을 발전시킨 것들이다. 두 사람은 전통음악으로부터 선율, 리듬, 화성의 재료를 취하는데, 거기에는 첨단적인 서양음악적 요소도 함께한다. 그들은 현대적인 기법을 사용할 때에도 익숙한 음계나 삼화음을 과도하지 않지만 결정적인 부분에서 사용한다. 나운영이 이론적이고 체계적이었다면, 이영조는 듣는 자들에게 효과적으로 들리는 작품에 관심을 가졌다. 
  
이영조의 음악이 청중과 가까울 수 있었던 것은 한국 양악작곡가들에게서 자주 보이는 세 가지 미학적 관점(친근성, 민족성, 현대성) 중 친근성이 포기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영조 음악의 친근성은 긴장도 높은 음계나 화음들을 친근한 음계(예: 5음음계)로, 또는 삼화음으로 풀어낼 때 나타난다(참조: 아래의 ≪소요유≫설명).          
  
이영조의 음악은 섬세한 내면성을 드러내는 것보다는 일정한 내용이 쉽게 생각날 수 있게 하는 외향적 성격이 강하다. 그것도 매우 두드러지게 큰 소리로 나타난다. 그의 순수 기악곡들도 어떤 스토리를 가지고 있음직한 소리를 낸다. 예를 들어 ≪줄풍류Ⅱ 하늘천따지≫의 내용은 서당에서 천자문을 배우는 학동들과 훈장 사이에 일어났음직한 내용을 듣는 사람들이 짐작할 수 있다. 그의 음악은 그만큼 표정을 적극적으로 드러낸다. 그의 긴 오페라의 경우에도 무엇에 관한 것인지를 처음부터 명확하게 드러낸다. 예를 들어 오페라 ≪처용≫은 처음부터 처용(단2도 하강)과 가실(감5도 상승)의 모티브가 큰 소리로 시작하는 서곡을 가지고 있는데, 이 두 사람의 운명이 오페라의 줄거리이다.     
서정적인 음악은 더 드문 편에 속한다. 예를 들어 합창곡 ≪소요유(逍遙游)≫(1983)와 ≪스타바트 마테르≫(Stabat Mater)(1995)가 그것들이다. 
  
이영조는 청중을 생각할 뿐만 아니라 연주자들도 생각한다. 비전문가들이 연주하는 교회성가대 음악은 대체적으로 조성적이다. 그는 일반 화성학을 바탕으로 한 손쉬운 성가곡들도 썼다. 그러나 좀 더 규모가 있고 어려운 것들도 썼다(≪광야에 세운 십자가≫(1985)/ ≪베들레헴에서 갈보리까지≫(1997)/ ≪사도신경≫(2001)).  매우 어렵게 만들어진 교회음악은 본래부터 직업합창단을 위해 만들어진 곡들이다(≪Stabat Mater≫(1995)/ ≪성서에 의한 3개의 노래≫(1998)). 
  그의 음악은 까다로운 현대적 기법을 사용한 경우에도 청중들의 반응을 얻는다. 이런 측면은 청중 이전에 연주자들이 먼저 이해할 수 있기에 가능한 현상이라고 생각된다. 외향성, 연주가접근성, 청중접근성, 그리고 현대성까지 포기하지 않은 그의 음악은, 그런 방면으로 노력했던 한국음악이 이루어낸 성과이다.   
  
이영조는 자신의 오페라 ≪처용≫을 설명하면서 “중심음”이라는 용어를 사용한다. 그 의미는 윤이상의 “중심음(Hauptton)”과 다르다. 윤이상의 중심음은 시김새 현상에서 나타나는 ‘꾸며지고 변화되는 긴 음(들)’을 의미한다. 하지만 이영조가 말한 중심음은 ‘고집스럽게 울리는 한 음’에 가깝다. 그의 중심음은 한 음악의 지배적인 음이며, 가장 흔하게는 베이스에서 연타되는 방식으로(또는 긴 음으로) 나타난다. 또한 그의 중심음은 한 음이 아닌, 동시에 두 음이 사용되는 방식으로 나타나는 경우가 있는데, 이 때 두 음은 완전5도 음정 관계를 유지하는 일이 흔하다. 이는 나운영의 “5도윤곽”과 같은 것이다. 나운영의 5도윤곽은 완전5도 음정을 길게 울리거나 연속적으로 울린다. 이는 이영조의 경우도 마찬가지이다. 
  
이영조의 중심음(들)은 계속 울리다가 다른 음층으로 이동하는 경우도 있다. 이 이동된 음도 울리는 방식이 똑 같아서 그것이 이동된 중심음임을 알 수 있다(이영조의 시김새음악에서는 윤이상의 중심음과 같은 성격의 것도 나타난다. 윤이상 방식의 “중심음”을 위해서는 시김새라는 용어를 사용하는 것이 더 나은 해결방식으로 보인다).   
  
이영조는 위에서 거론한 ≪바우고개 변주곡≫에서 다른 작곡가들의 음악에 대비되는 자신의 음악방식을 ‘중심음’ 음악으로 선택했다. 이 곡 전체에 걸쳐 나타나는 F음이 그것인데, 주로 8분음표의 f’로 울린다. 이 곡은 원곡 ≪바우고개≫의 6/8박자를 3/4로 고쳐 사용하고 있으나, 이 f’가 두잇단음표로 묶여 연타됨으로써 3박자를 느낄 수 없다. 3박자는 원래의 가곡에서 가져온 4분음표 이상의 선율에서만 느낄 수 있다. 선율의 첫 진행 3개음인 f’ g’ a’는 클러스터적으로 겹치고, 반음계적으로 변형되어 겹치고, 반음계가 다시 전음계로 풀리기도 한다. 이 때 가곡으로부터 온 다른 선율들은 이 음그룹(f’ g’ a’)과 근접된 음정에서 움직이는데, 반음계적으로 원래의 선율을 변질시킨다(마디8: e♭’, d’, d♭’. 마디13-14: g♭’, e♭’, f’). 반음계적으로 변질시킨 경우에 본래의 선율을 명확하게 반영하는 음정이 B장조로(마디19-20: d♯’, f♯’, b’, a♯’, g♯’), 가곡의 본래 리듬을 그대로 사용한다. 이는 음향적으로 울리는 F와 따로 가는 느낌을 준다. 그럼에도 그것이 중심음 F를 -f♯’ 음을 통해- 음향적으로 ‘번지게’하는 근접성을 가지고 있다. 이 선율부분은 가곡의 본래 선율로부터 온 것이기 때문에 더 주도적인 역할처럼 들리고, 계속 연타되는 f’는 음향적인 배경이 되고 만다. 이 f’음은 그래픽으로 그려진 클러스터 음악으로 발전하여 음향의 중심이 된다. 이 음향이 짧은 ad libero의 클러스터로 마감된 후 시작부분의 음악으로 되돌아온다. F음이 계속 울리는 주위에 전음계로, 반음계로, 클러스터로 변하는 그의 음악은 여러 종류의 음향혼합을 보여준다. 듣는 자들에게는 -뚜렷한 3박자의 도움을 받아 진행되는- 전음계와 반음계 부분이 더 명확하게 들리겠지만, 음악의 전체를 아우르는 작곡자의 입장에서는 중심음과 여타음의 음향적 관계가 더 중요한 관점일 것이다. 전음계, 반음계, 클러스터가 혼합되는 이 곡은 중심음 음악의 뚜렷한 예를 보여준다. 
  
중심음 음악은 항상 같은 방식이 아닌, 조금씩 다른 모습으로 나타난다. 그의 합창음악 ≪경(經)≫(1975)에서는 E음이 연타되어 지속적으로 울린다. 이 음은 강조되는 가사가 나타날 때 멈추기도 한다. 합창이 시작하면 E음이 길게 늘여지고, 거기에 짧은 시김새 꾸밈음이 붙는다. 5도 위로 B가 E처럼 길게 늘여지는 방식으로 나타나고, 다른 가사를 음절적으로 낭송하는 베이스는 반음계로(마디17-23), E-B 화현은 뚜렷한 3화음으로 변하기도 한다. 그리고 가사낭송은 그 의미를 알아듣기 어려운 방식으로 뒤엉켜 음향적이 된다. E-B의 틀은 전주부에서만 사용되고, 전주부의 끝에 A-E의 틀로 바뀐다. 그 다음부터 지속적으로 연타되는 음은 A이다.
  
합창곡 ≪절벽(絶壁)≫(1981, 작시:이상)은 초반에서 D음을, 후반에서 E음을 연타한다. 또 다른 예로는 중심음 A와 D로 음악을 시작하고 마감하는 ≪소리 제8번≫과 같은 경우가 있는데, 이는 더 약화된 중심음 사용을 보여준다.
  
이영조는 중심음을 오페라와 같은 큰 규모의 음악에서도 사용한다. 오페라 ≪처용≫에서 중심음 A는 형식을 만드는 중요한 역할을 한다. 특히 1막과 3막의 중심음으로 사용됨으로써 전체 오페라의 음악(음향)적 틀을 제공한다. 
  일정한 음정도 중심음처럼 사용된다. 예를 들어 ≪죽은 자를 위한 네 개의 노래≫(2004)의 제1곡은 클러스터, 제2곡은 D단3화음+제2음 첨가, 제3곡은 증4도(때로는 감5도), 제4곡은 증5도(또는 증4도)+장6도가 중요한 역할을 한다.   
  오페라 ≪처용≫에서 처용과 가실의 모티브는 거의 한 화현(감7도+장2도) 위에서 진행된다. 따라서 일정한 모티브에도 일정한 중심음(여기서는 중심화음이란 말이 더 적절함)이 붙는다.  
  
위에서 보는 것과는 다른, 좀 더 짧은 단위의 중심음도 있다. 우선 흔하게 눈에 띄는 것으로는 완전5도+알파로 구성되는 음들이다.  예를 들어 오페라 ≪처용≫의 제1막 첫 부분에서 울리는 완전5도와 알파에 해당하는 ‘긴장첨가음’이 그런 것이다. 즉 A-E에 B♭(긴장첨가음)이 조합된 것이다. 긴장첨가음은 완전음정의 평이성에 긴장을 부여하기 위한 것이다. 긴장첨가음은 반음계적으로나 온음계적으로 붙을 수 있다. ≪황진이≫의 첫 화음은 즉 D-A의 완전5도에 긴장첨가음 B♭이 붙여진다(그 중 A와 B♭은 동시적으로 울리지 않고 번갈가가며 사용된다). 실제적으로 완전5도 또는 일정한 단독음정에 전혀 다른 조성적(또는 비조성적) 음들이 붙여질 수 있다. 예를 들어 위에 소개된 ≪황진이≫의 3개음(D, A, B♭)이 그대로 머문 상태에서 D♭-C-B-B♭-A의 반음계적 진형이 베이스에서 이루어진다(≪황진이≫ 마디 9-13).
  
이런 작곡기법은 조성의 큰 틀(완전5도 또는 바탕음)을 사용하면서도, 조성을 확정짓는 결정적 3음을 제거한 것이다. 이런 음악은 조성음악에도, 무조성음악에도 속하지 않는다. 역사적으로 보면 3화음 이전의 음악이나 민속음악 등에서 볼 수 있는 틀이다. 하지만 긴장첨가음 때문에 완연한 현대음악에 속한다. 이런 중심음은 조성음악, 여러조성음악, 무조성음악, 음향음악으로까지 연결되기에 용이하다. 즉 혼합되기에 좋은 구조를 가지고 있다.
  
이영조의 중심음 음악은 시김새적 사고와 가까운 거리에 있다. 왜냐하면 중심음이 주변음으로 번지는(또는 변하는) 성격을 갖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런 음악에는 떨고, 미끄러지고 하는 시김새 특유의 현상이 없을 수도 있다. 하지만 이런 전통음악적 시김새가 고스란히 드러나는 시김새가 그의 음악에도 있다. 이영조의 시김새는 윤이상의 것보다는 나운영에 가깝다. 이것은 리듬이나 선율에서 전통음악의 장르나 특징을 어느 정도 드러내는 일이 많기 때문이다. 나운영과 이영조의 음악에서는 시김새 음악과 아닌 음악이 뚜렷하게 구분된다. 반면 윤이상에게서는 시김새가 보편적 작곡원칙이다. 그의 음악에서 장르가 어느 정도 영향을 주는 경우가 없지 않고, 어떤 한국악기를 모델로 생각했느냐에 따라 시김새가 다른 모습을 보이는 것은 이영조나 나운영과 비슷하다. 그러나 윤이상은 한국전통음악과 무관한 리듬과 무조성의 바탕 위에서 작곡했기에 현대성이 더 두드러지고 친근성이 덜해진다. 
  
이영조의 시김새 음악은 시김새를 본 모습에 더 가깝게 표현하기 위해 자주 그래픽 악보로 나아간다. 그것은 구부러지고, 휘고, 떨고, 미끄러지는 모습을 그림으로 드러낸다. 기악곡의 경우, 관악기 독주를 위한 ≪소리≫라는 제목의 음악에서 그것이 명확하게 드러난다. 이러한 악곡들은 사용되는 악기의 특성을 고려한 것들로서, 관악기의 경우 명확한 시김새의 활용이 용이하다. 뚜렷한 예를 들자면 클라리넷을 위한 ≪소리 제3번≫(1980)이 그것이다. 이 곡의 전체 구조는 ①긴 음, ②긴 음의 변화로 해석될 수 있는 짧고 빠르게 지나가는 음(들), 이 두 부분으로 나눌 수 있다. 모든 음과 소리는 셈여림이 부풀고 사그라지는, 생성과 소멸적 모습을 보인다. 여기에서 긴 음을 중심음이라 말한다면 윤이상적 의미와 같다. 이 음악에는 정확한 음길이가 주어지지 않았다. 특히 긴 소리에는 음표의 기둥이 주어지지 않는다. 짧은 음(소리)들의 경우도 자유로운 음길이가 주어지는 경우가 많다.  
  
합창음악 중에서는 -시조의 시김새에 기댄-≪월정명(月正明)≫(1983)과-판소리와 범패의 시김새에 기댄-≪경≫이 두드러지는 예이다. 기악곡의 예로는 ≪줄풍류Ⅱ 하늘천따지≫(1995)를 들을 수 있는데, 그 첫 부분에서 이웃음들로 번지는 해금 소리의 해학적 시김새를 들을 수 있다. 
  
이렇게 시김새적인 음악은 주로 한국 전통음악과의 관련성 속에 두드러지지만, 그렇지 않은 곡에서도 시김새는 곳곳에 나타난다. 전통음악적 맥락과 무관하고, 시김새의 실현이 쉽지 않은 오르간 음악에서도 그런 모습을 볼 수 있는데, 한 예로 ≪코스모스 제1번≫(Satz für Orgel, 1981) 역시 긴 음 부분과 짧고 빠르게 지나가는 두 부분으로 대별할 수 있다. 이 곡 역시 음(들)의 길이가 자유롭게 주어지는 경우가 많다. 구부러지고 미끄러지는 소리들이 그래픽으로 표시된다. 여기에서 셈여림의 점진적 부풀음과 사그라짐이 없다는 점이 그의 다른 시김새 음악과는 구분된다. 또한 음렬을 조합하여 만든 화성들과 클러스터가 전통음악의 경우와 다르다. 이는 동서양 음악방식이 혼합된 경우이다. 그의 가곡 ≪청산리 벽계수야≫(1992)는 한 의미단위의 가사(한글 띄어쓰기와 거의 같다) 뒷부분에 오는 음절이 붙지 않는 장식적 처리가 시조의 시김새를 기억하게 한다. 그럼에도 이 노래는 서양음악적 측면이 뚜렷하다. 그것은 선율에 일정한 절정을 두어 성악적인 장인성을 발휘하게 하게 하는 이탈리아 오페라 아리아의 성격이다. 
  
위에 설명한 음악적 특징들은 나운영 음악을 계승, 발전시킨 것들이다. 나운영의 영향은 이영조 음악의 화성 부분에서도 마찬가지이다. 특히 4도병행, 5도병행, 투영(거울진행)은 나운영이 “한국화성학”이라 명명한 것으로부터 오는데, 이는 이영조 음악의 중요한 도구이다. 이런 화음을 사용할 경우 이영조는 특히 종지 부분을 더욱 자유롭게 구사한다. 그리고 병행은 반복되면서 반음계 관계의 이웃음들로 변화하는 경향을 보이는데, 이 면이 음악을 한층 고조시키는 역할을 한다. 이는 본래의 음들이 주위로 번지는 듯한 느낌을 준다. 
  
“한국화성학”적 음악은 이영조가 한국식 음악을 의도할 때 자주 나타난다. 이 화성학의 특징은 선율의 흐름에 따라 화성이 병행으로 또는 거울진행 방향으로 ‘묶여가는’ 성격이 있다, 따라서 서양의 전통적 화성학에서 보는 기능은 사라지고, 선율의 진행방향이 중요하다. 삼화음적 요소가 그의 “한국화성학”적 음악에서 사용되는데, 중요하지 않은 부분에서는 흐리게 만들어진다. 흐리게 만드는 방법은 첨가음(부가음)을-전음계적으로 또는 반음계적으로- 부여하거나, 구성화음의 일부를 제거하는 방식으로 이루어진다. 그리고 작품에 따라 삼화음은 결정적인 부분에서는 짧지만, 매우 뚜렷하게 드러난다. 이런 음악의 경우 흐려진 삼화음이 뚜렷해지면서 미적 형식성을 발휘한다(참조: 아래의 ≪소요유≫ 설명). 
   
또한 나운영이 자신의 작곡방식으로 삼은 3도병행(예: 장3도가 계속 이어짐), 온음음계, 물구나무 삼화음도 이영조에게서 사용된다. 뿐만 아니라 변화화음, 온음음계적 화성, 임의적 음정의 조합, 여러조성(복조), 감음정 등이 다양하게 사용되는데, 전통화성학에서 보듯이 지나가는 식으로 사용되는 것이 아니라, 길게 지속하는 음향적 중심이 되기도 한다.       
  
이영조의 성악곡에서는 흔히 변박이 자주 나타난다. 그럼에도 가사의 낭송 면에서 박자의 변화를 느끼기가 쉽지 않다. 그것은 그의 음악적 언어 낭송방식과 관계있다. 그의 성악은 한국어의 띄어쓰기에 해당하는 방식으로 언어그룹이 자주 나뉘는데, 언어그룹의 맨 뒤에 오는 음표가 앞에 낭송된 것들보다 더 길게 됨으로써 그룹 지어진다. 물론 두 개 또는 세 개의 언어그룹으로 나뉠 수도 있는 것이 한 개로 합해지는 경우도 있는데, 이때는 합해진 것을 하나의 그룹으로 볼 수 있다.  띄어쓰기의 기능을 비교적 쉽게 볼 수 있는 것은 그의 낭송적 음악에서이다. 이는 말의 리듬이 거의 그대로 살아있는 경우이다. 간단한 예를 살펴보자(≪처용≫ 2막2장 마디 100-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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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에서는 모든 음들이 앞서간 음들과 다르다. ①은 ‘낭송적 부분’, ②는 ‘선율적 부분’이라 불릴 수 있다. ①은 말의 리듬을 그대로 따른 것이다. ②는 선율에 말이 붙어있는 형국이다. 물론 음악에 따라 이것도 저것도 아닌 경우도 있다. 하지만 대체적으로 이 두 부분으로 갈린다. 간혹 낭송적인 것도 음형처럼 되는 경우도 있는데, 이때의 음악은 기악의 그것처럼 계속적으로 반복된다(예: 합창곡 ≪소요유≫ 중에서 마디 38-59 “별들과 호수도 깨어 노래하느냐”). 대체적으로 보아 그의 성악곡에서는 낭송적 부분이 곡을 주도한다. 선율적 부분은 종지부분에서 멜리스마적이 되면서 자주 나타난다.   
  
이영조의 성악곡은 낭송적 부분과 선율적 부분이 서로 접합, 대립하여 형식을 만들어내기도 한다. 이런 측면은 이영조 성악곡의 독특한 면모라 할 수 있다. 
  이영조는 20세가 안 된 나이에 ≪엄마야 누나야≫(1961), ≪비단안개≫(1962) 같은 작은 노래를 작곡함으로써 작곡의 길에 들어섰다. 그의 비중 있는 가곡들은 80년대 이후에 나타난다. 그는 시편에 노래를 붙였는데, 선율적인 면과 리듬적인 면에서 한국 전통음악과의 연결을 염두에 두고, 5음음계를 중요한 부분에 사용하고, 4도와 5도 병행, 많은 첨가음, 장단과 유사한 음형들을 많이 사용하면서, 시가 갖는 분위기를 반주를 통해 표출하고자 했다. ≪시편23편≫(1983)과 ≪메조소프라노와 호른을 위한 3개의 시편≫(시1편/시8편/시113편 1994)이 그것이다. 후자에서는 첫 곡이 낭송적으로, 둘째곡이 5음음계+첨가변형음으로 된 서정적 노래로, 셋째곡이 낭송과 노래가 혼합된 형태로 3박자의 리듬 요소가 지배하는, 한국적 시편이 의도되었다. 여기에 비해 ≪그가 찔림은≫(1994)은 거의 낭송적으로 음악의 단락이 가사의 띄어쓰기에 의해 나뉜다. 
  ≪윤동주 시에 의한 네 개의 노래≫(서시/무서운 시간/ 새로운 길/ 별 헤는 밤 1985)는 네 개의 노래를 싣고 있지만 하나의 작품으로 착상된 것이다. 그것은 첫 곡과 끝 곡이 가진 음악적 공통성 때문에 그러하다. 노래들은-슈만식의 제3곡을 제외하고는-선율과 화성이 대단히 자유롭게 구사된, 거의 레치타티보에 가깝다. 별이 반짝이는 것이 피아노 반주로 울린다.  
  ≪황진이 시에 의한 4개의 노래≫(청산리 벽계수야/ 어제 내일이여/ 동짓달 기나긴 밤/ 청산은 내 뜻이요 1992)는 시조라는 가사의 성격을 살려 시조창적인 방식으로 작곡되었다. 
  
이영조의 대표적 음악 장르가 합창임에도, 그 수가 아주 많은 것은 아니다. 그 곡들은 대단히 독창적인, 이영조 특유의 능력을 드러낸다. 합창곡집 ≪소요유≫는 이영조 음악의 기념비적인 모음집이다. ≪경≫은 한국 전통음악을 작곡가 자신의 방식에 따라 남성합창으로 옮겨놓은 것이다. 특히 구부러지고, 구르고, 미끄러지는 소리는 관현악으로도 소리내기가 어려운 방식의 것이, 알아들을 수 없는 가사와 함께 울린다. 합창은 중심음이 쉼없이 울리는 바탕 위에 이루어진다. 같은 소리를 같은 길이의 리듬으로 맥박처럼 들리게 하는 중심음은 음악을 고조시키는 바탕을 이루고, 거기에 여러 가지 긴장도 높은 화현, 남성목소리의 무작위적인 외침, 아주 분명한 삼화음, 징, 북, 목탁 소리도 들린다. 격정적이던 소리는 명상적으로 조용한 퇴장을 한다. 
  
≪승무(僧舞)≫(1980)는 장식적 시김새를 앞과 뒤에 단 긴 음표들이 전통음악 장단에서 흔한 리듬요소인 ♩♪를 중심으로 전개된다. 병행과 첨가음 음색이 화음을 지배하지만 뚜렷한 삼화음도 나온다. ≪농악(農舞)≫(1981)은 농악에서 사용되는 타악기로 반주되는 합창곡으로 활달한 리듬이 특징이다. ≪탄금대(彈琴臺)≫(1984)는 앞의 ≪승무≫와 유사하지만, 더 동적인 부분을 가지고 있고, 더 3화음적이다. ≪절벽≫은 연타되는 중심음 위에 반음계적으로 진행되는 레치타티보적 테마가 반복되면서 폴리포니적으로, 호모포니적으로, 결국에는 외침으로 이어진다. 전통음악적 장단요소가 없다.  
  
남성합창곡 ≪월정명≫은 시조와 조성적 합창이 결합된 음악이다. 특히 앞부분은 그래픽 악보로 그려져 있어서 시조의 시김새적 구부리기, 부풀기, 장식하기, 이웃음으로 번지기 등을 시각화하고 있다. 
  
여성합창곡 ≪소요유≫는 크게 보아 ‘느리게-빠르게-느리게’의 3부분으로 되어 있고, 각 부분들이 갖는 의외의 전개와 차이가 특징이다. 가야금 소리 같은 피아노 전주는 D와 A의 5도 윤곽으로 되어 있으나 그 음들이 반음계적으로 변형되는 일이 많다. 5도 윤곽에 E음이 덧붙여지고, 성악이 들어가기 직전에 새야화현 D, A, E가 함께 울린다. 이 전주는 이영조 음악을 이해를 위한 좋은 예이다. 반음계로 주위음으로 번지는 경향, 화음에 반음이나 온음이 덧붙여져 긴장이 더해지지만, 마지막에는 번짐과 긴장첨가음이 풀린다. 이 풀림이 이영조 음악의 중요한 요소이다. 전주가 끝나고 합창은 “흠”으로 노래하기 시작하는데, 새야화현의 반주 위에 긴장첨가적인 반음계를 덧붙인다. 가사가 시작되면 주로 5음음계의 선율이지만 -화성과 마찬가지로-반음계적으로 번지는(또는 변화되는) 부분이 있기 때문에 선율과 화성에서 매우 다양한 변화가 나타난다. 빠른 부분이 시작하는 곳은 음악이 거의 기악적이다. 새야화현(“별들과 호수도”) 후에 C장삼화음+F♯(“깨어 노래하느냐”, 성악선율은 6온음음계)의 두 부분은 가사와 함께 계속 반복되면서, 계속적으로 반음씩 올라가 음악을 고조시킨다. 이영조의 음악은 빠른 부분이 이런 모티브로 인해 고조되는 성격을 갖는 일이 잦다(또 다른 예: 1984년 작 ≪Logos≫의 빠른 중간 부분). 그런 다음에 전주의 가야금 음악 분위기의 반주가 e♭’을 연타하면서 간주를 마무리하는 간단한 선율이 뒤따른다. 뒤 이어 나오는 합창은 E♭음 중심으로 지속하고, 이어서 E♭장조의 뜻밖의 삼화음 음악이 나온다(“이 내 기쁨은”). 다음에 나오는 “아”는 높은 성부그룹과 낮은 성부그룹이 번갈아가며 각각 네 차례 외친다. 높은 성부그룹은 높은 소리의 화현(b♭’, c’’, e♭, f♯’’)을, 낮은 성부그룹들은 옥타브 아래에서 F장삼화음으로 높은 화현과 뚜렷하게 구분된다. 두 그룹이 동시에 소리를 내기도 하지만 남는 것은 F장삼화음이다. 이것 역시 이영조 방식의 풀림이라 할 수 있다. 그리고 F장조로부터 D단조로 옮겨가는 짤막한 합창(마디 105-110)이 따른다. 곡의 마지막에는 비음계음이 전혀 없는 5음음계의 선율과, 5음음계 구성음으로 조합된 반주음형적 화현이 나온다. 이 마지막 부분은 그 가사와 선율이 시작부분 것과 같다(“하이얀 달빛 아래”). 이 부분을 가사시작 부분과 비교해 보면 풀림이 실현되고 있는 것을 본다. 이런 풀림의 측면은 그의 음악이 5음음계나 3화음의 친근한 측면을 대단히 중요한 도구로 사용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부활절을 위한 세 개의 합창≫(Ecce Homo/ Stabat Mater/ Resurrectio, 1985). 첫 곡은 그리스도의 죽음을 거의 오페라적으로 묘사하고 있다. 격렬한 합창은 외침으로 변한다. 두 번째 곡은 본래 교회음악에서 사용되는 스타바트 마테르(Stabat Mater)의 가사를 사용하지 않고, 단지 “예수”라는 말만 처음부터 끝까지 나타난다. 예수라고 말해진 다음에는 길게 음이 뻗어가고, 거기에 다른 긴 음들이 겹친다. 겹치는 음들은 긴장도가 높거나, 부드러운 화음을 사용한다. 
 
 이영조의 다양한 작곡방식은 오페라에서 집합된다. 그 다양함은 긴 시간을 음악으로 꾸려야 하고, 극에 맞는 갖가지 상황을 음악에 반영해야 하는 오페라 작곡을 유리하게 한다. 그의 음악이 보여주는 표제적이고 외향적인 성격 역시 오페라와 잘 어울린다. 그의 음악은 순수기악곡조차 표제적 제목을 달고 있는 경우가 흔하다. 그리고 ≪소리≫ 시리즈처럼 악기음향에 관심을 기울인 작품들도 일정한 절정을 두어, 나름대로의 드라마를 보여준다. 오페라에 비하면 그의 관현악곡이 차지하는 위치는 크지 않다. 
  
≪처용≫(1987, 대본: 김의경[金義卿])은 그의 야심적 오페라이다. 이른바 “대작”이 의도되었고, 많은 노고를 기울인 흔적을 볼 수 있다. 여기에서는 위에 거론한 그의 모든 작곡기법들을 만날 수 있다. 전음계와 반음계적의 혼합으로 이루어진 선율(화성적 성격도 같이 간다), 갖가지 음정 간격의 병진행(반음계적으로 변화되는 일이 흔하다), 인물의 성격이나 일정한 분위기를 그리는 라이트모티브, 큰 소리 내는 다양한 타악기들, 현악기와 대등한 음악을 보여주는 관악기들, 피치카토로 내달리고 트레몰로로 긴장을 고조시키는 현악기를 들을 수 있는데, 이 모든 것들이 극적 상황에 맞추어져 있다. 라이트모티브는 여러 음악적 요소들을 하나로 묶는 역할을 한다. 이 오페라는 거대한 소리의 잔치이다. 
  ≪처용≫은 한국역사에서 전해오는 인물을 소재로 한 것인데, 이 점은 한국오페라 대본의 일반적 특징이기도 하다. 작곡자 스스로 선택한 성악곡들의 가사를 보면, 한국역사로부터 오는 소재가 그의 취향에 잘 맞는 것으로 보인다. 또한 그의 “한국적” 작곡방향은 그런 소재를 음악으로 그려내는데 어울린다. 하지만 그의 오페라 작업을 방해하는 요소가 있다고 하면, 그것은 좋은 대본을 만날 수 없는 환경일 것이다. ≪처용≫의 경우는 지나치게 파우스트를 생각나게 하고, 전반적으로 서양의 비극을 한국으로 옮겨놓은 듯한 인상을 준다.    
  ≪황진이≫(1999, 대본: 구상具相)는 ≪처용≫의 경우와 기본적인 방향에서 유사하다. 그러나 전체를 아우르는 라이트모티브가 없고, 음악도 ≪처용≫의 소리를 절제시킨 모습이다. 이 오페라는 “시조창”이라는 명칭이 달린 독창과 이중창이 일곱 곡, 그리고 “아리아”라 불리는 독창곡들도 같은 수로 나온다. 전체적 길이를 따지자면 이 두 가지 독창곡(또는 2중창)이 지배적이다. 그만큼 오페라의 단락이 뚜렷해진다. 반면 줄거리 진행을 담당하는 대화부분은 빠르게 지나간다. 황진이의 시조가 네 곡 삽입되어 시인이었던 주인공이 크게 부각된다. 이 오페라는 전체적으로 변화 많은 장면과 음악을 가지고 있으나, 마무리하는 제4막이 대본과 음악에서 어려움을 갖는다. 즉 대본상 황진이가 속세를 떠나는 것이 너무 갑작스러우며, 황진이 시조가 세 번(한번은 연달아서, 다른 한번은 한 곡 삽입 후에) 집중적으로 나오는데, 이는 변화 많던 그 이전 부분과 비교되는 음악적 문제가 있다. 이 오페라를 크게 살리는 부분은 ≪처용≫에서와 마찬가지로 합창이다. 특히 여성합창 <지가 뭔데>는 어떤 오페라에서도 보기 쉽지 않은 해학성을 가지고 있다. 이 곡은 물구나무3화음으로 구성된 합창에 콜로라투라 독창 부분이 뒤섞이는 곡임에도 한국적인 기본음향(5도음정, 병행 등)과 잘 어울린다. 남성합창 <산이 비었는가>는 첨가음이 붙은 일반적 삼화음 위주로 장엄하게 울리는 이 곡은 그의 기존 합창곡 ≪월정명≫의 끝부분을 응용한 것인데, 이야기 줄거리의 허약한 마무리를 어느 정도 덮으면서 오페라를 마감한다. 

참고문헌

이영조. “오선지에 쓴 이력서 작곡가 이영조.” 작은우리, 2002. 
이영조. “오페라 처용의 작곡학적 분석.” 예술논문집, 예술원 1999, pp. 184-225.
서혜라. “이영조의 베들레헴에서 갈보리까지.” 장로회신학대 대학원 석사논문, 2005.
김지은. “이영조의 죽은 자를 위한 네 개의 노래 중 제3곡 위로의 노래 분석 -낭송과 노래를 중심으로-.” 장로회신학대학교 학사학위 논문, 2008.


등록일자: 2010.1.12
[홍정수]


<font color="#fefe00" size="4"><b>이영조의 작품과 저서 목록</b></font>

이 목록은 아직 완벽하지 못하다. 작곡연대와 초연연대가 공존한다. 출판된 악보에 관한 사항도 빠진 것이 있다. 

■ 관현악
1979, 대편성 오케스트라를 위한 《적벽》(赤壁)
1982, 현악 오케스트라를 위한 《무늬-3》
1983, 오케스트라를 위한 《자명고》(自鳴鼓)
1995, 무용조곡 사군자(四君子)
1996, 처용조곡 《도깨비춤》. [악보: The Dance of Goblins from Opera Tschu-Young Suite, Orchestral Masterpiece Collections of Korean Contemporary Composers, 예당, 1999]
1997, 관악합주를 위한 《소리》Sori for Symphonic Band(국제관악협회위촉곡), Commissioned by KNUA Ensemble for Wasbe, Austria.
1998, 관악합주를 위한 사랑가(CMI 정명훈/안숙선을 위한 위촉곡)
1998, 오케스트라와 피리를 위한 流-Ⅲ(음악원 정기 연주 위촉곡)
2002, 황진이 조곡 《사랑가》 (대전시향 위촉곡)
2002, 현악을 위한 Requiem(홍연택 추모 음악회 위촉곡)    
????, 현악 앙상블을 위한 아리랑 변주곡(Arirang Variations for String Ensemble)
2007 섬집아기 Fantasy for Orchestra
????, Farewell Fnafare for Horn Ensemble
????, Concerto for Piri and Orchestra, 전3악장.
????, 오케스트라를 위한 《무늬》 Nazca Lines for Orchestra 
2007,  국악관현악단을 위한 대하지곡(大河之曲)

■ 실내악 및 독주곡

1971, 피아노를 위한 3장
1975, 목관 4중주
1977, 3인의 주자를 위한 《오감도》(嗚監圖, 서울음악제 공모 당선곡)
1980, 금관악기와 오르간을 위한 《씨리우스》
1980, 타악기와 테입을 위한 《코스모스Ⅱ》
1980, 목관 5중주를 위한 《투카나》
1981, 무제한 연주자를 위한 《호흡》
1982, 실내악과 인성을 위한 노래
1983, 피아노 독주를 위한 《바우고개 변주곡》
1983, 세 개의 플루트, 피콜로, 그리고 타악기를 위한 《서라벌》(Surabul for 3 Flutes, Piccolo and Percussion (대한민국음악제)
1984, 《슈베르트-이영조 변주곡》
1984, 피아노를 위한 《춤》
1984, 타악기 앙상블을 위한 李想 詩 시6호
1987, 클라비어 4개의 손을 위한 《무늬Ⅰ》
1987, Monologue and Dialogue for Cello and Piano [악보: Monologue and Dialogue for Cello and Piano, American Conservatory of Music Press, Chicago, 1994]
1989, 피아노 3중주 《놀이Ⅰ》Honzanori-I for Solo Violin(시카고 트리오 위촉)
1994, 바이올린 《혼자놀이》(이성주 위촉)
1995, 호른 4중주를 위한 《영웅》(신홍균 추모 음악회 위촉)
1995, 바이올린과 피아노를 위한 《둘이놀이》Doori Nori for Violin and Piano(김남윤 위촉)
1995, 첼로와 장고를 위한 《도드리》, Dodri-I for Cello and Janggo 1994 (정명화 위촉)
1995, 줄풍류Ⅰ (서울 현악 사중주 위촉)      
1995, 줄풍류Ⅱ 《하늘천따지》 String Quartet(한국예술종합학교 음악원 위촉) 
1996, 비올라를 위한 《雅歌》
1997, 봉선화 주제에 의한 12개의 변주곡, 12 Variations on a Theme Bongsunwha by Hong Nanp a, 피아노 삼중주곡, (정트리오 위촉곡)
1998, 섬집아기 주제에 의한 피아노 4중주 (Festival Ensemble ‘박은희’ 위촉)
1998, 타악기 앙상블을 위한 《넷이놀이》(박광서 교수를 위한 헌정 곡)

1998, 성불사 주제에 의한 변주곡(첼로 독주곡)(정명화 위촉곡)
1998, 봉선화 주제에 의한 반주곡(바이올린 독주곡)(조영미 위촉곡)
1998, 거문고 독주를 위한 流-Ⅱ(국립국악원 위촉곡)
1999, 대풍류-I(아르톤 목관 5중주 위촉곡)
1999, Cello 와 Orchestra을 위한 Bacarole (KBS 위촉곡) 
2000, 피리를 위한 협주곡(국립국악원 위촉곡)
2001, 클라리넷 독주를 위한 ‘놀이’(이임수 위촉곡) 
2002, 대금과 첼로를 위한 Duo(정명화 위촉곡)
2002, 셋이놀이(Sesi Nori, Trio for Violin, Cello and Piano(허트리오 위촉곡)      
????, 3개의 기타아와 국악기를 위한 시나위 
????, 엄마야 누나야 강변 살자 for Cello and Piano, To Myung Wha and Myung Hoon Chung

■ 소리 시리즈

1979, 독주 플루트을 위한 《소리 1번》, 악보: Sori Nr.1 für Flöte solo, 수문당, 1984. 
1979, 《마림바 독주를 위한 소리 제2번》
1979, 《클라리넷을 위한 소리 제3번》 [악보: Sori Nr.3 für Klarinette in B solo, Otto Heinrich Noetzel Verlag, Wilhelmshaven, 1982]
1981, 대고(大鼓)를 위한 《소리 4번》
1981, 인성을 위한 《소리 5번》
1981, 《Horn을 위한 소리 제6번》(신홍균 위촉 곡)
1982, 《Oboe 독주를 위한 소리 제7번》(이한성 위촉곡)
1983, 《Organ을 위한 소리 제8번》
1984, 《Cello를 위한 소리 제9번》
1999, 《Alto Saxophone을 위한 소리 10번》(손진 위촉곡)
2005, 콘트라베이스를 위한 《소리 11》, [악보: Sori No.11 for Double Bass Solo, Written for Ho Kyo Lee, Kompositor Publishing House, 2005]          

■ 오페라

1987, 《처용》, 대본: 김의경, 초연: 1987, (국립오페라단 위촉곡). [악보: 처용 Opera Tschǔ-Yong(Orchestra Score), 수문당, 1988]

1994, 《황진이》, 대본: 구상具相(한국오페라단 위촉곡) [악보: 피아노 축약본, 한국예술종합학교 음악원, 출판: 작은우리, 2000]
2003, 《목화》, 대본: 김일영.
2005, 《손탁호텔》, 대본: 차범석.

■ 예술가곡 및 서정가곡

1961, 《엄마야 누나야》 가사: 김소월 
1962, 《비단안개》 가사: 김소월
1967, 《다듬이》, 가사: 이은상
1968, 《김소월 시에 의한 세 개의 낭만적 노래》
1969, 《누른 포도닢》
1985, 연가곡, 윤동주 시에 의한 네 개의 노래(황병덕 위촉). 1.서시/2.무서운 시간/ 3.새로운 길/ 4.별 헤는 밤.
1992, 《황진이 시에 의한 4개의 노래》, 1.청산리 벽계수야/ 2.어저 내일이여/ 3.동짓달 기나긴 밤/ 4.청산은 내 뜻이요.
1998, 《고향》 (서울음악제 위촉 곡) 

■ 합창음악

1975, 《경》(經), 가사: 천수경(千手經) 중에서 (국립합창단 위촉)
1980, 《승무》(僧舞), 가사, 조지훈 (국립합창단 위촉)
1981, 《절벽》(絶壁), 가사: 이상(李箱) (국립합창단 위촉)
1983, 《월정명》(月正明) 가사: 옛 시조 (국립합창단 위촉)
1983, 《소요유》(逍遙游), 가사: 장곡교(長谷橋)가 중국어로 쓴 것을 이석호가 한국어로 번역함 (국립합창단 위촉곡)
1984, 《로고스》(Logos) (대우합창단 위촉곡)
1984, 《탄금대》(彈琴臺), 가사: 송요하, (국립합창단 위촉곡)
1985, 《부활절을 위한 세 개의 합창》
1.Ecce Homo[이 사람을 보라], 가사: 조지훈,  2. Stabat Mater[어머니가 서 계시다], 가사: 전통적 라틴어 가사가 아닌, 몇 개의 모음과 “예수”라는 단어로 이루어짐, 3. Resurrecio[부활], 가사: “알렐루야”라는 단어만 사용.
1985, 《농무》(農舞) (국립합창단 위촉곡)
1994, 고려향가《동동》(삶과 꿈 합창단 위촉곡)
1995, 《Stabat Mater》, 《부활절을 위한 세 개의 합창》 중에 나오는 동명의 곡을 약간 고쳐 만든 것.
1998, 《성서에 의한 3개의 노래》
2000, 《한라산》(제주도 국제합창단 위촉곡)
2001, 《사랑에 관한 세 개의 노래》 (음악이 있는 마을 위촉곡)
2002, 《봄의 소리》(국립합창단 위촉곡) 
2002, 《사계의 노래》, 가사: 옛 시조 (오산여성합창단 위촉곡)
????,  《산넘어 친구》(어린이 합창곡), 가사: 이현주,
????, 《아리랑》 여성합창곡
2004, 《죽은자를 위한 네 개의 노래》, (국립합창단 위촉곡) 1.슬픈 소리/ 2.부르는 소리/ 3.위로의 곡, /4. 귀거래.

■ 칸타타

1985, 《광야에 세운 십자가》, 가사: 김문환, (경동교회 40주년 위촉곡)
1985, 바리톤과 합창을 위한 《Jerusalem》(황병덕위촉곡)
1985, 광복50주년 기념 칸타타《용비어천가》(국립합창단 위촉곡)
1985, 《화랑》(육군사관학교 창설 50주년 기념 위촉)
1997, 《베들레헴에서 갈보리까지》(충신교회 40주년 기념 위촉곡)
2001, 《사도신경》(한국교회음악협회 위촉 곡)
2002, 《이사야》(Musica Anima 위촉곡)

■ 성가곡

1983, 《시편23편》  
1989, 《메조소프라노와 호른을 위한 3개의 시편》, 1.시편1, 2.시편8, 3.시편113, [악보: 메조소프라노와 호른을 위한 3개의 시편,Three Psalms for Mezzo Soprano and Horn, 수문당, 1994]
1992, 《시편에 의한 다섯 개의 노래》
1993, 《그가 찔림은》
1995, 《성가합창곡집, 기쁜 찬양 제 1집》
1997, 《주는 참 포도나무》
1997, 《믿으면 나으리라》
1998, 《보라, 세상 죄를 지고 가는 어린양》

■전자음악

1982(초연), Kosmos II für Tonband und Schlagzug 
1997, 《Calvary》
1997, 《Torn Curtain》

■ 오르간음악

1980, 《오르관과 금관악기를 위한 Sirius》 
1983, 《오르간을 위한 코스모스-1》(채문경 위촉곡)
1983, 《오르간을 위한 소리 제8번》(조명자 위촉곡), [악보: Sori Nr.8 für Orgel, 수문당, 1984].
1997, 《오르간을 위한 禪》(곽동순 위촉 곡)

■ 동요

1961, 동요집《개고리 밤 학교》에 수록됨.
  

■ 피아노 음악     

1983, 《바우고개 변주곡》, (이흥렬 3주기 음악회를 위한 곡), [악보: Variation für Klavier, über den BAUGOGE in der Kompositionsweise von Bach, Beethoven, Chopin, Debussy, Bartok, Webern, Messiaen und Y.J.Lee, 수문당, 1984]

1983, 《3B 변주곡》, 주제선율: C. Köcher의 찬송가 ‘묘한 세상 주시고’(For the Beauty of the Earth).     [악보: 《Variation für 3B(Bach, Beethoven, Brahms)》, 수문당, 1984]
1984, 《Schubert-Lee Variations》(이경숙 위촉)
1984, 피아노를 위한《춤》(이방숙 위촉), 1.하늘 춤(天舞 Heaven), , 2.아이들 춤(童舞 Children), , 3.사랑춤(愛舞 Lover), 4.승무(僧舞 Buddhist), 5.농무(農舞 Peasant), 
1998, 《피아노를 위한 다섯 개의 이야기》, 1. 꿈에 본 일들, 2. 옛날 옛적에, 3. 개구쟁이들, 4. 생각나는 사람들, 5. 숨바꼭질
1998, 《다섯 개의 한국 춤》 
2005, Fantasy for Piano
????, 피아노 독주를 위한 《퐁당퐁당변주곡》(Variations Theme on the Pongdang Pongdang after Hong Nanpa). 
????, Asian Folks for 4 Hands, 1.China, 2.Thailand, 3. Indonesia, 4.Macedonia, 5.Japan, 6.Korea, 

악보집 
1995, 실내악 독집 《하늘천 따지》
합창곡집 소요유, 수문당, 1983.
수록곡: 1.《경(經)》(1975), 《승무僧舞》(1980), 3. 《월정명月正明》(1983), 4.《소요유逍遙游》, 5.《절벽絶壁》(1981).       

이영조합창곡집 제1권 여성합창곡 
1.비단안개(동명의 가곡을 합창곡으로 편곡한 것), 2.다듬이(동명의 가곡을 합창곡으로 편곡한 것), 3.엄마야 누나야(동명의 가곡을 합창곡으로 편곡한 것), 4.아리랑, 5.사계의 노래, 6.소요유, 7.탄금대, 8.Stabat Mater

■ 저서 및 공역서

《오선지 위에 쓴 이력서》, 이영조, 작은우리, 2002
《화성학 연구와 실제》 (상)(하), 이영조, 정음문화사, 1991
《관현악법》, K. Kennan, 이영조 역, 정음문화사, 1983
《전조의 연구》, M. Reger, 이영조 역, 수문당, 1982
《음악형식의 분석연구》, L. Stein, 이영조 역, 수문당, 1978
《대위법 연구》, Fontaine, 이영조 역, 수문당, 1977
《12음 기법 입문》, Spinner, 이영조 역, 수문당, 1976
 Kodaly의 시창 교육법(Kodaly)-수문당, ????

등록일자: 2010.1.15
[홍정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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